'임요환만 남았다'라니. 이 무슨 헛소리? by xian

[게임동아] 사라져가는 올드 프로게이머들…‘임요환만 남았다’

하. 헛웃음만 난다. '임요환만 남았다'라니.

기사의 첫머리에서 최호경 기자는 "프로토스의 새로운 지표를 연 '가림토' 김동수, '악마 프로토스' 박용욱, '목동 저그' 조용호, '괴물' 최연성 등 최근 은퇴를 선언한 프로게이머들은 리그 우승을 경험하거나 '4대 천왕'으로 불리고 한때 e스포츠협회 공인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선수들이다"...(중략)... "4대 천왕으로 불린 '영웅 프로토스' 박정석(KTF), '폭풍' 홍진호(KTF)는 몇 년째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몽상가' 강민(KTF), '퍼펙트 테란' 서지훈(CJ)도 과거의 기량과 비교하면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리그 우승을 경험하거나 4대 천왕으로 불리고 한때 e스포츠협회 공인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선수들이다"에 해당하는 선수들 중 한 명이 빠져 있다.

누구냐고? 누구긴 누구야. 이윤열이지.

이윤열 선수의 지난 해는 사실 좋지 않았다. 마스터즈 우승으로 복수에도 성공하고 건재를 과시하는 듯 했지만 결국 50% 미만 승률을 최초로(!) 기록한 해가 되었고 양대 메이저에서 2연속 광속탈락한 불명예도 쌓았다. 더구나 올해 초에는 온게임넷 듀얼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메이저대회를 꾸준히 올라간 유일한 올드게이머임에는 틀림이 없고, 온게임넷에서는 지금 다시 듀얼토너먼트를 노리고 있고 MSL에서는 곰TV 시즌 S4에서 8강에 올라가 3년여만에 MSL 시드를 확보하여, FACE OFF의 칼바람 속에서도 디펜딩 챔피언인 박성균 선수를 제외한 역대 우승자들 중 유일하게 시드를 확보한 선수가 되었다.

더 중요한 것. 이윤열 선수는 분명히 리그 우승자이고, 4대 천왕이었고, 공인 랭킹 1위 기록자이다. 그런데 저 기사에 이윤열이라는 이름은 단 한 마디도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가 이윤열 선수의 안티일까? 아니면 임요환 선수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임요환 선수에 대한 기사를 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데, 이윤열이란 선수를 언급하면 그 기사가 매끄럽게 이어질 리 만무하니 그대로 빼 버린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이윤열 선수에 대한 언급만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저 위에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라고 분류되었던 서지훈 선수 역시 곰TV 시즌 3에서 4강에 진출했다.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가 4강에 진출할 만큼 대한민국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녹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보단 약한 성적이지만 강민 선수도 MSL에서 2007년 말에 진출 실패했을 뿐 그 전까지 MSL 리거였고, 최연성 선수도 은퇴 이전까지 MSL 리거였다.


분명히 말한다. 내가 화나는 것은 '임요환 선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런 기사를 썼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언론은 주관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기사를 쓰는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기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인 기사를 쓰더라도 지켜야 하는 법도가 있다. 보편 타당한 사실, 근거에 맞춰서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을 끼워 맞추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깔아 뭉개면서까지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은 이윤열 선수 이하 다른 올드게이머의 팬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나아가 임요환 선수의 영광에까지도 먹칠을 하는 격이다.


더불어 이윤열 선수의 오랜 팬으로서 한 마디 더 하자면, 정말 울분이 쌓인다. 도대체 이윤열이라는 선수에 대한 홀대는 어디까지인 것일까. 임요환이라는 선수, 정말 대선수이다. 선수로서 이 판을 창조하고 공군 에이스 창단에 일조를 하고 모든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선구자로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임요환이라는 선수의, '선수로서의'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그는 2001년 이후 다섯 번의 결승전에서 우승에 실패한 선수이고, 프로리그의 활약은 좋았다 할 수 있으나 개인리그에서는 양대 오프라인 예선이라는 험난한 길을 뚫어야 하는 선수이다.

반면 이윤열은 어떤가. 최다전, 최다승 기록자이다. 이제 공식, 비공식전 합쳐 1,000전이 임박한 선수이다. 그랜드슬래머이다. 그리고 전성기가 지난 상태에서, 그것도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이다. 매 년 우승자의 명단엔, 아니면 결승 진출자의 명단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안티팬들에게 황제의 지위를 위협하는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공공의 적으로 각인되고, 우승을 했어도 운 때문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면서도 악착같이, 최고가 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온 선수가 '올드게이머의 희망' 조차도 되지 못할 만큼 보잘것없다는 이야기인가? 일개 기자의 머리에 기억조차 안 될 만큼 미미한 선수란 이야기인가?


물론 임요환은 위대하다. 그렇기에 임요환이라는 아이콘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는 것이야 이해한다. 하지만, 매 년 결승 진출에, 우승을 한 선수를 아예 묵살해 버리고, 이리도 홀대하고 이리도 무시하는 스포츠가 어디 있고, 언론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참. 이 기자는 온게임넷에서 이영호 선수의 결승 진출 때에 그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KTF 출신 최초 스타리그 우승도전이라고 말했다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뒤 이윤열 선수에게 해설자가 전화로 공개 사과하고(그 장면은 스타뒷담화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다) 그에 대해 즉시 사과 기사를 냈다는 것은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제발 이러지 좀 말자.

이러니 아무나 기자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러니.


결론.

'올드의 유일한 희망이 임요환'이라는 시각은, 그 동안 E-Sport 및 게임 관련 미디어들이 섭취해 온 소위 요환단물이라는 쉽고도 간단한 타성에 젖은 소리일 뿐이다. 나는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에 반대하고, 분노한다.


- The xian -

덧글

  • 투미러브 2008/03/17 17:18 #

    솔직히 이젠 올드의 시대는 가버린듯 하다는게 현 실정인듯.. 온겜넷 임요한의 프로게이머 시작부터 보기 시작했고, 강도경의 그 비닐 센스 옷도 보면서 스타를 보긴 했지만... 그 오랫동안 시청자의 시야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안보이는듯... 하아 군대가 왠수인걸까요. (프로게이머의 무덤인 군대라고 해야하나)
  • xian 2008/03/17 17:41 #

    투미러브 // 그건 어찌할 수 없겠지요. 군대라는 곳도 그렇고... 새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기존 선수들의 정보들 죄다 학습해서 오니...
  • 알겠어요 2008/03/17 17:46 #

    올드가 사라지니, 흥미도 같이 사라지더라고요. 이 판이 그렇게 얄팍했던가...
    너무 무섭게 사람들이 바뀌니, 정을 붙일 시간이 없어요.
    윤열이-_-;;가 올드가 되고 형 반열에 오르는 게 아직도 낯설다면 말 다했죠 뭐.
  • xian 2008/03/17 17:49 #

    알겠어요 // 제가 보기엔 판이 얄팍한 것도 있지만 몇몇 아이콘을 띄우기에 과도하게 집착한 언론의 탓도 큽니다. 지금 떠오르는 사람들 중에는 1-2년 전엔 프로게이머도 아니었거나, 소위 말하는 '듣보잡'인 이들도 있었죠. 하지만 싹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 싹이 보이는 만큼 충분히 조명이 안 되었고 주목도 못 받았죠. 팬들은 첫정을 준 선수들에게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런 이들에게 주목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 미디어와 언론인데 그들마저 이런 이들을 주목하지 않으니 이들이 점점 커져서 올드를 아예 밀어내는 지금 시점에 오면 사람들이 당연히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요.
  • TayCleed 2008/03/17 19:25 #

    저 기사 낮에 보면서 뭔가 좀 허전했는데 역시나 그랬군요. 잘 짚어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입대하고 두 달 간 훈련받는 동안 세상이 이리 변했나 싶었어요. 그래도 박용욱이고 최연성이고 은퇴선언한 건 충격입니다.
  • 사화린 2008/03/18 00:33 #

    뭐, 확실히 뒷무대에서의
    이윤열선수에 대한 압박이나 이런게 크기도 하겠지만..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0-;;

    서지훈이나 임요환, 최연성같은 애들을 보면서
    '올드 프로게이머'라는 느낌을 받게되는데,
    이상하게 이윤열 선수를 보면서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실제로, 이 글을 읽으면서,
    '아, 그러고보니 이윤열도 참 오래됬었지 -_-;' 라는 생각이 들었을정도...;;


    임요환이라는 아이콘을 내세우기 위함이나,
    이런 의도나 분위기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없잖아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경기하는 모습이나, 경기력이나,
    겉으로 보이는 나이(액면가)나, 여러가지 면에서,
    올드프로게이머라기보단, 현역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0-;
    (좋은 얘기임)
  • xian 2008/03/18 01:28 #

    TayCleed // 두 선수 다 부상이 발목을 많이 잡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화린 // 팬이면 용서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사는 좀 다릅니다. 명확한 조건을 내걸었다면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해야죠. 제가 이 기사를 비판하는 것은 스스로 내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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