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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미 FTA(이하 FTA)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대두되는 분위기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오바마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자동차 등의 예를 들어 FTA가 불합리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온 상태이죠.
이를 의식했는지 정부와 여당에서는 무려 "대한민국이 선 비준해서 미국을 압박해서 FTA의 체결을 이끌어내자"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FTA의 선비준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가 격렬하고 국회가 몇몇 정치인들의 막말과 시대착오적인 법안을 내세우는 위정자들의 행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국회에서 보기 좋은 해결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한 언론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해 왔다고 하는 임원혁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기사인, "오바마, 자동차부문에서 더 얻을 게 없다면 한미 FTA 아예 폐기할듯"(노컷뉴스) 이라는 기사에서는 'FTA를 아예 덮어버릴 수도 있다'라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여당에겐 가히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좀 충격적이고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긴 한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일단 미국은 자기 나라의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FTA 문제가 적어도 미국 국내의 시급한 문제보다 우선 순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FTA는 아직 비준도 안 한 협정이고 쌍방 비준이 되어야 하는 협정이므로 - 폐기니 뭐니 하는 노골적인 방법보다는 - 국내의 문제를 구실로 차일피일 미루며 효력을 죽여버릴 수 있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부담도 덜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FTA를 찬성하는 세력들은 있습니다. 공화당이 그렇고, 미국 재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美재계 "오바마는 FTA 비준하라" - "노동자 권익보다 경기회복이 더 중요"(아시아경제) 라는 기사에서 보듯 이미 미국 재계는 FTA 비준을 원하는 뜻을 오바마 당선자에게 전달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는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오바마가 이런 재계의 요구사항을 들어줄지는 의문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오바마 "美, 최대 경제위기..최우선 신속 해결"(연합뉴스)이라는 기사 등의 여러 언론 보도에서 보듯 경기 부양을 하되 실직자와 중산층을 위한 경기부양책 및 사회복지정책을 쓰겠다고 했으며 반면 상위 5% 또는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조세감면 축소와 사회보장세율 인상 등의 ‘부자 증세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니까요. FTA라는 것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저는 찬반의 입장을 그다지 크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FTA에 가지고 있는 단 한 가지의 생각은 부시 행정부가 존재할 당시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에 대해 강요한 '미국의 질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FTA를 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그 때는 그랬다 해도 부시 행정부가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지금 FTA는 오바마 당선자 및 새로 여당이 된 미국 민주당에 의해 '폐기될수도 있는', '과거의 질서'가 되겠죠. 그리고 대한민국의 위치는 미국의 질서를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라 봅니다. 따라서 당시에 FTA를 맺으라고 말을 했을 때에는 FTA를 맺을 수밖에 없었고, 대한민국이 아무리 재협상은 없다고 말하고 설령 정부와 여당의 고집대로 선비준을 한다 해도 - 미국이 비준을 해주지 않는 이상 - 대한민국은 좋든 싫든 재협상 테이블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질서'를 강요받는 중에서 대한민국 위정자들이 할 일은 협상과 외교를 통해 가능한 한 대한민국의 유익을 보존하는 것이겠지요.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그럴 리도 없는 저이지만, 저는 FTA가 성사되는 게 반드시 대한민국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FTA가 성사된다 해도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쩌면 FTA가 오바마 당선자의 손에 의해 그냥 '덮여져버리는' 형국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침체, 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쓰러져 가는 상황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는 미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에게도 존재하고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유입되는 것은 국내 산업 보호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FTA가 아예 결렬되거나 차일피일 미뤄지며 효과가 죽게 된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은 그냥 앉아서 '소고기'만 내 준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이 정부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어떻게든 국내 조기비준이라도 하기 위해 손짓 발짓이 안 되면 몸짓이라도 할 것 같군요. 하지만 미국은 어차피 자신들이 '갑'(도 그냥 갑이 아니라 '슈퍼 갑'이죠.)이기 때문에 '을'이 뭐라 하건 자신의 이익대로 행동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비상식적인 논리 빼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말 국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나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건 으레 하는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간절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하던 연구 다 깨먹히고 Lab 사라지고 군대에 끌려가고, 전공 공부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었던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까요. - The xia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