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y xian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경제상황 등에 대해 글을 올린 네티즌이 긴급 체포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입니다.

다른 사이트에 제가 쓴 잡담글에서도 어떤 분이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하시길래 짤막하게 적어드렸고 그 뒤에 지금 이 글과 같은 글을 올려 다시 입장을 말했습니다. 저는 미네르바라는 인물에 대해 그다지 크게 가치를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제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을 가진 편도 아니고 아고라를 잘 안 가는지라 있을법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넷에서 소위 '논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도였죠. 물론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관심은 조금 있었습니다. 글쟁이로서 그런 데에 대한 관심은 으레 가지는 법이니까요.

저는 미네르바의 글을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읽어봤다 해도 뉴스를 통해 어떤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듣고 뒤늦게 찾아 읽은 정도밖에 없죠. 그러나 이번 미네르바 사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미네르바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말을 했으며, 진짜냐 혹은 아니냐'등의 곁가지 쪽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구도는 저에게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글을 쓴 '인터넷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당장 이글루스만 해도 인기 블로그에서 다양한 글로 즐거움을 주는 분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더러는 그런 이들이 쓴 글의 진위여부라든지, 누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불편하냐 하면, 그런 방향으로 많은 이들이 생각하게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조종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미네르바라는 인물이 말한 것이 모든 게 사실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과민반응도 모자라 출석요구서와 같은 조사형식도 아니고 긴급체포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봅니다. 국가의 위신이니 공공의 이익이니 뭐니 말하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일개 네티즌의 입을 막지 못해 안달하면서 위신을 스스로 깎아먹은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런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 끔찍한 것은 위정자들의 식언 및 실정, 탈법과 떼법, 정서법에는 오해니 뭐니 하는 소리로 쉴드를 치고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어떻게든 덮어주면서 국민에게 관대하게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지만 정작 일개 국민의 비판이나 분노에 대해서는 이번 미네르바와 같이 자의적이기까지 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식으로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나 여당의 위정자들은 입만 열면 떼법, 정서법 운운하는데 다른 게 떼법, 정서법이 아니라 바로 이런 식의 이중 잣대가 떼법이고 정서법입니다. 그리고 미네르바 체포를 위시한 정부가 지금 벌이는 이런 식의 행동은 지금의 정책에 반대하고 지금의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과연 이 정부가 '진심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기 좋은 재료이고요.


결국 여기에서 제가 생각하는 미네르바 사건의 궁극적 문제가 나타나는데, '위정자들의 자의에 의해, 권력에 의해' 국민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되거나 점점 없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단지 권력자에게 밉보인다는 이유'로 말이죠.

오늘 보니 진중권씨도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글을 남기셨던데, 그 분의 글은 이번 사태를 소위 'MB악법'에 해당하는 '사이버 모욕죄'와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그 취지는 저와 비슷한 것 같아 글 후반부를 진보신당 홈페이지에서 인용하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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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이번 사건은 앞으로 인터넷 모욕죄가 도입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미리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사례입니다. 고소, 고발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검찰에서 선제적으로 수사를 들어갔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모아 뜯어보면, 그 중에서 몇 가지 크고 작은 실수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그것만으로도 '긴급체포'되고, 구속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 여당, 여당 의원들에 대해 입을 벙긋거렸다가는 긴급체포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완전 전체주의 경찰국가의 상황이 되는 거죠.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이 있나요?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피해를 본 투자자가 있나요?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모욕 당하고, 명예를 훼손당한 시민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냥 정부 여당의 기분을 나쁘게 했을 뿐이지요. 사이버 모욕죄가 누구를 보호하는 법인지,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법이 도입되면, 앞으로 미네르바 긴급체포와 같은 사태는 아마도 인터넷의 일상이 될 겁니다. 청와대 비판한 누구 긴급체포... 재경부 비판한 누구 긴급체포... 긴급체포, 긴급체포, 긴급체포.....

민심이 떠난 정권에게 시민들 입 막는 것만큼 '긴급'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경제 살린답시고 왜 땅굴로 기어 들어갑니까? 무슨 설치류 월동 경제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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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진짜냐 아니냐 하는 음모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지금의 현상 자체가 잘못되었다거나, 부족한 생각이라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네르바에 대한 제 개인적인 관점이 그런 부분에 대해 약간은 벗어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저도 미네르바의 진위여부나, 정체나, 인적사항 등에 관심이 없냐 하면 그것은 아니고(저도 관심이 있다고 앞에서 말하기도 했고, 그런 글들은 머리끄덩이 잡는 싸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다고 봅니다) 설령 제가 저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데에 관심이 없다'고 제 자신을 가정한다 해도 그런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 다른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며, 자신의 성향에 따라 지지 또는 반대를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에서 제가 그런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이유나 당위성은 없지요.

그러나 이번의 미네르바 체포 사건은, 앞서 말했듯 권력자 등이 주창하는 맹목적인 가치에 의하여 저나 여러분을 비롯한 사람들이 '자유'를 가지고 말할 기회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박탈당하고 있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사이에 주위 블로거들이, 그리고 네티즌들이 신고당하고, 고소당하고, 그리고 경찰에 의해 소환 통보를 받는 것. 사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고 2000년대 들어서는 생경하기만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되레 종종 보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미네르바의 진위여부, 정체, 인적사항 등의 지금 걷잡을 수 없이 떠도는 이야기는 대개는 곁가지이며, 진짜 문제는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이 시기야말로 그런 흥미 위주의 화제에 집중한 여러 보도와 말들을 쏟아내어 곁가지에만 집중하고 눈을 돌도록 만드는 언론과 위정자들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네르바의 정체, 진위여부, 인적사항, 음모론 등에 집중하는 언론에 비해, 미네르바의 체포로 인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의 침해를 우려하는 언론이 얼마나 있는지는 인터넷만 켜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십중팔구는 전자 쪽일 것입니다.)

참. 전여옥씨가 미네르바와 신정아씨를 빗대어 말했는데. 그 말 내용은 형편없었지만 미네르바와 신정아를 같이 비유한 것 자체는 참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신정아 사건 때에 부적절한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누드 사진까지 올려가며 여론을 선정적으로 호도하던 당시 언론과 한나라당 정치가들이나, 미네르바의 주변인(?)까지 캐내며 곁가지를 잘라내 '가십거리'라는 열매를 따내려는 지금 2009년의 언론과 한나라당 정치가들이나 그 때건 지금이건 하는 짓거리는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당한 권력 사용으로 인해 자유가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경제는 그들이 죽여놨으니 살려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겠지만 '경제 살리기'등등의 허울좋은 이름 아래 그들에 의해 이 나라가 다시 전체주의로 돌아가려는 꼬락서니를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 The xian -

덧글

  • 2009/01/09 22: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xian 2009/01/12 13:37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인 거죠. 어이없습니다.
  • 해방 2009/01/10 03:46 #

    저도 딱히 미네르바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그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입니다.이제 정책에 비판적인 글은 보기 힘들겠군요.하아..,
  • xian 2009/01/12 13:37 #

    그럴지도요.;;
  • 모기잡는이 2009/01/10 11:06 #

    현정부는 곧 쓰디쓴 지옥도를 맛볼지도 모르죠 ㅡㅡ;;
  • xian 2009/01/12 13:37 #

    그 전에 힘 없는 사람들이 지옥도를 맛본다는 게 문제죠...
  • Lawliet 2009/01/10 11:42 #

    영장이 청구되어도 무죄로 풀려나더 문제는 일단 잡혀갔다는게...
    이대로 가다간 정말 자유가 없어질까봐 무섭습니다.
  • xian 2009/01/12 13:37 #

    이미 자유는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고 봅니다. 작년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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