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말실수 by xian

목요일날 낙스 25인 4인의 기사단에 갔다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삽질을 했다. 뒤쪽 힐러인데 뒤쪽 탱커를 죽인 것이다. 물론 내가 담당한 뒤쪽 탱커의 위치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고 게다가 다른 힐러 한 명까지 그대로 오라를 맞고 있어서 나도 피해를 받고 있으면서 그 사람들 다 힐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힐러로서 변명은 필요없는 것이었는데. 그 분노를 애꿎게 죽은 뒤쪽 탱커에게 풀었다. '내가 미쳤지.'하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난 게 아니라 길드에서 같이 가서 공장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도 짜증난다고 했다가. 되레 면박을 들었다. 그리고 면박 들을 만 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가라앉혔다가 미안하다고 했다. 내 사과를 받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욕을 한 건 아니긴 했지만, 말은 욕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길드 사람에게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는 일이었다.


안 좋은 일은 늘 겹친다. 오늘 내가 잘 가는 사이트에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와 관계된 리플을 보고 엄청나게 오해했다. 해명 리플을 보자 내가 너무 한쪽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즉시 처음에 욱해서 쓴 리플을 삭제하고 내 잘못이었다는 리플을 다시 남겼다. 더불어 그 리플을 본 사람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썼다.

팬심이라는 것은 잠시는 몰라도 영구히 중립적일 수는 없고, 인식이 좁아지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더불어 안 좋은 일이란 건 늘 겹친다는 것도.


물론 위의 두 가지 상황에서 내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꼬치꼬치 따져서 주장할 수 있었겠지만. 더 토달기도 싫고 자기변명같은 건 더 하고 싶지 않다. 말실수를 내가 했으니 내게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을 줄이는 건 필요하겠다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날카로운 분위기를 가지는 내 근본 성향을 거둘 수는 없다. 사람의 인간성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줄 알았으면 바꿔야지'라고 말들은 쉽게 하는데, 나도 내가 그렇게 유연한 사람이라면 좋겠다.

결국은 살면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 실수 때문에 무언가에 공격당하지 않으려면 뻔뻔함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필요한 건 진심이다.


- The xian -

P.S. 쓰고 나니, 인간성 이야기를 쓴 대목을 보니 내가 자기변명하는 것 같다. 그럴 의도 같은 건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말이지 실수를 했을 때 '나만 아니면 돼'라고 얼굴 뻣뻣이 드는 게 좋을까. 아예 그냥 푹 버로우해 있는 게 좋을까? 그러나 둘 다 만병통치약일 리도 없고. 그렇지도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나마. 오늘 하루종일 간만에 일 바쁘게 하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덧글

  • Elgatoazul 2009/02/09 22:10 #

    굳이 시안님의 그런 성향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정말 필요한 유연함이라면 자신이 잘못했을 때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정도의 것이면 되지 않을런지.
    실수했을 때 얼굴을 뻣뻣이 드는 것도 그냥 버로우하는 것도 마음의 짐을 덜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그랬어요.

    덧 : 실수 때문에 '공격당하지 않으려면'이라는 표현은 왠지 서글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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