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왔더니 후식도 안 주는' 청담동 첸 - 마파 두부밥 & 탕수육 by xian

추운 겨울날의 당직은 허기가 많이 진다. 별 하는 일도 없는데 배는 무지하게 고프고 춥기는 오지게 춥다. 난방장치를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끝부터 시작해서 손끝까지 어는 기분이 들다가 배 속에서 "어이 이제 그만 뭘 좀 집어넣지 그래"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무엇을 집어넣으려 털레털레 자리를 뜬다.

하아.

원래는 밥을 먹을지 요리를 먹을지 갈등이 좀 되었더랬다. 그런데 메뉴판을 가져오면서 아저씨가 "식사는 이쪽입니다"하고 그냥 식사면으로 넘겨버리는 것이다. 아니 혼자 왔든 몇 명이 왔든 시키는 건 내 맘이지 혼자 왔다고 식사면으로 넘기시나. 내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쯧.

그래서.

"마파 두부밥하고 탕수육 작은 것 하나 주십시오."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기본 반찬.
그리고 뜨거운 차.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소스가 달달하고 걸쭉하다. 쳇. 많이 달라고 했더만 어째 내가 예전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와서 먹었던 탕수육(소)보다 양이 더 적어진 것 같고 소스는 온기가 덜했다. 고기가 아니었으면 먹지 않았을 정도의 신경 덜 쓴 요리였다.
마파두부밥. 이건 평소에 주던 인심처럼 그득하게 나왔다. 두부의 씹는 맛이 살아있어서 이건 나쁘지 않았다.
결국 식탁은 초토화. 내가 남긴 건 온기가 이미 사라져 버린 걸쭉한 탕수육 소스 뿐.
마지막 남은 탕수육 조각을 입으로 가져간 다음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계산 받는 사람은 있고 후식 내 오는 사람은 없다. 그 때는 2009년에는 불황이라 후식이 없어졌나 해서 그냥 넘어갔더만, 며칠 후 동료들과 사무실 이전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이 곳에서 한 끼 먹을 때에는 깍듯이 후식을 내 오더라.-_-;;

가끔은 들렀으니 내 얼굴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같은 탕수육을 시켰음에도 혼자 왔을 땐 왜 이리 푸대접이었던건지 모르겠다. 혼자 왔던 건 이 날이 마지막이었는데 왜 그러셨을까. 어차피 지금은 사무실을 옮겨서 다시 가기도 뭣한 거리가 되었고 이 곳은 먹을 만한 곳이 예전보다도 없어서 서글프지만, 혼자 있을 때와 모여서 갔을 때의 대접이 다르다는 건 참으로 안 좋은 일이고 안 좋은 기분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까칠한 포스팅을 쓸 필요까지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사무실 옮긴다 뭐다 해서 마음 뒤숭숭한 상태에서. 게다가 춥고 배고픈 상태에서 식당에 갔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그 날은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더랬다. 어쨌거나 이 집에서 내가 혼자 갔을 때와 다른 이들과 같이 갔을 때의 대접이 다른 건 이번만 느끼는 일도 아니었고......


할 말은 해야겠다.

주인 어르신. 혼자 온 손님이라고 그렇게 무신경하게 하셔도 되는 것 아닙니다.


- The xian -

덧글

  • highenough 2009/02/08 20:48 #

    이래서.. 혼자 가기가 점점 거시기해져요;;
  • xian 2009/02/10 13:28 #

    그래도 저는 혼자 갑니다. 갈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 draco21 2009/02/08 21:35 #

    싱글에 대한 탄압이군요.. T0^: ... 그런데 ... 혼자 가셔서 둘이 먹는것 만큼은 드신것 같은데... 좀 그렇네요.
  • xian 2009/02/10 13:28 #

    저 날은 특히 더 심했습니다.
  • 림rym 2009/02/08 22:18 #

    혼자가서 먹는 게 뭐 그리 밉상이라고 ;ㅁ;
  • xian 2009/02/10 13:28 #

    그러게나 말이죠.
  • 姉上 2009/02/09 00:21 #

    혼자 자주 먹는 사람으로서 꽤 불쾌하네요... 혹시 다른사람 만날 일 있어도 기억했다가 피해야겠습니다.
  • xian 2009/02/10 13:29 #

    맛 자체가 아주 나쁘진 않습니다. 같이 가시면 푸대접은 안 받으실 거예요.
  • 姉上 2009/02/11 02:16 #

    ...그게 아니고 "혼자밥먹는자" 로서, 일종의 개인적인 불매운동이랄까요...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기절하게 맛있어도 절대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 xian 2009/02/11 02:42 #

    아. 무슨 말뜻인지 이해했습니다.
  • madamlily 2009/02/09 01:07 #

    혼자 가면 대접이 달라지는 게 여기만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합니다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당직서는 사람이 있는데도 난방을 안 한다는 사실인데요. =ㅅ=
  • xian 2009/02/10 13:28 #

    중앙냉난방 방식의 빌딩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 Flux한아 2009/02/09 01:44 #

    오우...마파두부는 꽤나 좋아보이는걸요~~
  • xian 2009/02/10 13:29 #

    대신 맛의 강약은 덜합니다. 매콤하다든지 하는...
  • Elgatoazul 2009/02/09 22:15 #

    하지만 맛있어 보인다능 ㅠ_ㅠ
  • xian 2009/02/10 13:29 #

    본문에도 있듯이 탕수육은 좀 에러였고, 그리고 마파두부밥은 먹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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