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 TCG를 빙자한 도박 유도 패키지. by xian

일전의 포스팅으로 블리자드 스토어를 통해 새로 나온 TCG인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을 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회사에 오니 도착해 있었더군요.

즐거운 마음에 택배 상자를 뜯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상자를 본 순간, 저는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아제로스의 영웅들' 패키지에 비해 완전 무슨 80년대 로고처럼 쓰여져 있는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패키지 로고!! 아니 이거 뭔가요?

드래곤볼이 한창 대유행이던 당시 일본 만화를 해적판 번역해서 자기 만화책인 양 파는 사람들도 제목 로고에 이런 촌스러운 폰트는 사용 안 할 겁니다.
비닐포장에서도 손발 오그라드는 로고는 그대로입니다. '아제로스의 영웅들' 패키지에 비해 일러스트와 매치조차 안 되는, 너무나 조잡한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로고. 아. 어이없습니다.
그래도 뭐 여기까지는 참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병맛 마케팅'의 일종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TCG가 대한민국에서는 매니악한 취미인데다가 유령호랑이 같은 레어한 아이템을 얻는 투기용도로 변질된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런 것을 발매해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카드를 까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WOW TCG 제품을 구매해 보신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WOW TCG는 부스터 팩 1팩에 포인트 카드 1개와 게임카드(루트카드 포함)가 무작위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 부스터 팩을 까 보니 아래의 사진과 같이 '아웃랜드(Outland)'라는 일련번호가 000/246으로 된 게임 카드와, '다크 포탈(Dark Portal)'이라는 일련번호가 000/319로 된 게임 카드가 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루트 카드 역시 '아웃랜드(Outland)'와 '다크 포탈(Dark Portal)'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그래서 북미 WOW TCG 사이트(링크는 여기입니다)에 접속해 보았습니다. 국내 TCG 사이트에는 아직 '아제로스의 영웅들' 제품소개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일단 '아제로스의 영웅들'제품은 제품 소개 페이지가 있습니다. 영문도 'Heroes of Azeroth'이니 맞는 제품이군요. 아래의 페이지 이미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페이지를 제 짧은 영어 실력으로 아무리 둘러봐도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이라는 제품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련번호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하여 '혹시 이게 별개의 제품이 아닌가'라고 뒤져보았죠. 그리고 나온 결과는... 역시나 별개의 제품이었습니다.

북미의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아웃랜드와 어둠의 문'이라는 TCG 제품은 없고, 'Fires Outland''Dark Portal'이라는 제품이 있더군요. 아래의 이미지를 보시면 더욱 확실해질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셨다면 "이런 히밤 블자가 사기친거야?"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블리자드는 게이머들에게 약점이 잡힐 만큼 허술한 회사가 아닙니다. 아주 영악한 회사죠. 블리자드 스토어의 WOW TCG 발매 광고를 보시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박수 세번. 짝. 짝. 짝.

그래 너 잘났다. 니 팔뚝 굵다.


"2탄 아웃랜드의 어둠의 문은 해외판 어둠의 문, 아웃랜드, 겨울축제, 오닉시아, 화산심장부의 중요 카드들이 포함된 아시아 전용 패키지로"라는 문구가 확실히 보이시죠?

따라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리자드는 여러분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여러 TCG 세트를 뭉뚱그린 주요 카드만 대한민국 시장에 팔아버린 것입니다. 즉 TCG로서의 수집 가치나 다양한 게임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제품을 판매한 것이죠.

그러므로, 이 패키지는 그냥저냥 블리자드 제품이니 호기심에 사거나 루트 카드의 아이템 외에 나머지 카드는 쓰레기이니 루트 카드 나올때까지 운에 맡기고 무조건 사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TCG의 룰에 따른 덱을 구성해 보고 싶어하고, 종류별로 수집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화나는 패키지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앞의 이유 외에도 경험적 지식을 위해 TCG의 카드 드랍 확률 등을 몸소 체험해 보고 싶어하기도 했으니 이런 식으로 본래 패키지의 성격이 퇴색된 패키지 제품은 매우 기분나쁠 수밖에 없죠.

(부연하자면, 저는 원판이 나온 상태에서 이런 것이 '특별판' 형식으로 나왔다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원 패키지를 뭉뚱그려 이런 요상한 패키지를 만들고, 원 패키지는 내지도 않아 살 기회조차 주지 않는 행동이 화가 나는 것이니까요.)

왜 이렇게 판매했을까 생각해 보면 제 생각에 그 의도는 아주 간단하고 아주 명확하다고 봅니다. WOW TCG 유저 자체가 대한민국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루트 카드 등의 게임과 연동되는 아이템을 얻으려는 게이머들이나, 블리자드의 상품을 애용하는 게이머들에게 돈을 뽑아내려는 수작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을 수야 없겠지만, 그런 것을 노리고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편법까지 동원하여 '아제로스와 어둠의 문'이라는 기형적인 패키지를 출시한 게 아닐까요?

아무리 제가 WOW를 끔찍이 아끼고 블리자드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할 말은 해야 겠습니다. 이 패키지는 TCG라고 쓰고 '도박 유도 게임' 패키지라고 읽어야 한다고요. 더불어 블리자드가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썩은 악습과 타협하여 돈을 '버는'게 아니라, '뜯어내려고'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납니다.

물론 그것은 블리자드의 잘못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게임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정품에 대한 소비가 인색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WOW TCG를 접하는 이들 상당수가 가진 비뚤어진 시선은 ('WOW 카드게임'이라는 원 소스 멀티 유즈 개념의 또다른 게임이 아닌, 게임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한 '또 하나의 현질'로 이용하는 것) 이런 악한 상술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 딱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은근히 이용한다면 불법도 아니고, 어찌 보면 할 말은 없는 셈이죠.

하지만 블리자드는 구태여 그런 악한 상술과 결탁하여 돈을 벌지 않아도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WOW 하나로 벌어들이는 세계 제일의 게임회사입니다. '세계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회사'이기에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성만이 아닌, 최소한의 도덕성과 엄격함 정도는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나친 오지랖일까요?

분명한 것은, 좋은 게임으로 승부하는 블리자드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런 식의 '상술'만이 지속된다면, 블리자드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좋은 게임으로 돈 버는 회사'가 아니라 '편법과 악습으로 돈 뜯어내는 사기꾼'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돈은 잘 벌지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내 일부 게임회사들처럼 말이죠.

비도 안 오는 거친 땅에 뿌리박은 나무에게 탐스러운 사과나 배가 열리게 해 달라는 건 너무 지나친 이야기일지 모르나, 저는 블리자드가 똑바로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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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ed-Dragon 2009/03/06 18:55 #

    저는 저것보다 카드가 보통 카드보다 커서 앨범에 따로 넣을수 없어서 참으로
    곤란하더군요. WoW TCG 말입니다. 부스터팩 하나 뜯어서 정리조차 재대로
    못한거같군요.
  • xian 2009/03/07 02:04 #

    흠. 그런 불편함도 있군요.;; 보통 카드보다 크다... 생각해보니 그런 듯 합니다.
  • 유르이 2009/03/06 18:55 #

    악!! 굴림!!!
  • xian 2009/03/07 02:05 #

    손발이 오그라드는 굴림체죠.;;
  • 컴터다운 2009/03/06 22:26 #

    어차피 대한민국 내에서 순수하게 TCG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판단했겠죠
  • xian 2009/03/07 02:05 #

    저도 그렇게 봅니다.
  • xian 2009/03/17 07:02 #

    나그젠// 밑의 리플에서도 말했지만 님이 보기에는 수백명, 수십명 정도가 매우 크게 보이실지 몰라도 장사꾼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 디에네 2009/03/06 23:39 #

    음... 카드리스트가 빠짐없이 채워져는 있는 건가요?
    '중요' 카드 라는 게 미묘하네요;;;
  • xian 2009/03/07 02:06 #

    패키지에 보면 '342종 전체 카드가 부스터 박스 안에 다 들어가 있는 건 아닙니다'라는 주의문이 있는 걸로 봐서 카드 리스트가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 검은새 2009/03/07 00:50 #

    와우 티씨지의 경우 대한민국 뿐 아니라 중국 즉 아시아권은 전부 POO라고 해서 합팩의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아제로스의 영웅들 이후에 나온 두가지 패키지를 합본으로 낸 것이죠.

    북미쪽과 발매 텀을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냈다고 하는데 (세계 대회라던가 그런거 때문이라고 하던가요 자세한건 어른의 사정인듯 합니다.) 또한 루트카드의 경우도 북미나 이쪽이나 확률은 비슷합니다 :( 원래 그런 구성이라는거죠. (실제로 이베이에서 유령호랑이 거래가격을 검색해보시면 쩝...)

    다만 발매일을 맞춘답시고 두가지 시리즈를 합치는 바람에 여러가지 카드가 빠져서 전략의 다양성을 꾀할수 없다는 점은 저로서도 정말 아쉽습니다. 플라잉폼!!!!
  • xian 2009/03/07 02:09 #

    예. 아시아권 패키지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두가지 패키지 뿐만이 아니라, 겨울축제 같은 자잘한 패키지까지 모두 뭉뚱그렸다는 점이 문제죠. 광고문구에 보시면 알겠지만 총 5개 패키지가 뭉뚱그려진 패키지입니다.(실제로, 겨울축제 카드도 나왔습니다.)

    루트카드는 '카드 수집하다가 먹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별 관심 없습니다. 어차피 레어한 것이라 기대 안 하기도 하고요. 전략의 다양성을 꾀할 수 없는 점도 문제이지만, 수집욕구가 있는 사람에게도 더없이 최악인 패키지라 할 수 있습니다. 사면 번호가 숭숭 빌게 뻔한 노릇이니 말이죠.
  • 2009/03/07 02: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xian 2009/03/10 07:58 #

    암만 봐도 많이 그렇죠.-_-
  • 2009/03/10 02:3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xian 2009/03/10 07:58 #

    대원이 관여되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라니 좀 많이 끔찍하군요.-_-
  • 루즈우미 2009/03/18 01:45 #

    뭐 그냥...지나다가 한말씀 적습니다.
    몇몇의 내용은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뭐랄까...영문판을 오랫동안 즐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구성입니다.
    5가지의 볼륨이 하나로 묶여서 그중에 가치있는 카드만을 골라서 발매 했다는 점은 그 만큼 게임에 자주 쓰이는 카드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이죠.

    발매될 카드 리스트를 정하는건 어퍼덱 아시아 이고..블리자드는 라이센스를 넘겨준것이지 모든 카드의 발매 정책은 어퍼덱에 있습니다.

    대원(카드메니아)이 욕을 먹는 이유는 카드를 전부 발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발매한 카드의 재질이 fake카드와 동일하다는데 있습니다.



    뭐 어쨌든 전 대원이 싫습니다.
  • xian 2009/03/18 12:46 #

    코어 유저분들이 보기에 '게임에 자주 쓰이는 카드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쪽'이라면 그나마 낫겠군요. 사실 제가 저 부스터박스를 사서 뜯어본 바로는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와서(심지어는 같은 부스터박스에 들어간 카드가 한두 개 빼고 동일한 경우도 두 번이나 봤습니다) 자주 쓰이는 카드들조차 없거나, 있어도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카드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카드 질 이야기는 뭐...;; 말하기도 싫을 정도라서 포스팅에서도 다루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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