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지탱한 게임들 by The xian

'아돌군의 잡설들'에서 트랙백 : 내 인생 악마의 게임들(...)

포스팅 제목이 달라진 것은 제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것에 재미를 들리지 않았다면 진즉에 폭주하거나 흑화되었을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이 '게임'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여신이 있다한들 이젠 직업인데, 게임을 그만두라고 하면 저는 참으로 난감하겠죠-_-? 저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합니다.)

단, 이 게임은 '주로 즐긴'게임들입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즐긴 게임을 말합니다) 따라서 즐긴 기간이 6개월이 안 되거나, 6개월이 넘었다고 해도 당시 최고로 많은 시간을 들인 약 500여 타이틀의 다른 게임들은 제외합니다. 또한 제가 7년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참여한 게임은 원칙적으로 제외합니다.

1. 디아블로 1

지금, 디아블로 2에 비하면 디아블로 1은 그저 느려터지고 지루한 고대의 유물에 불과하지만 디아블로 1이 나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우 혁명적이었죠. 인벤토리가 가득차서, 마을로 돌아와 케인에게서 타운 포탈 앞까지 돈들을 5,000골드씩 길바닥에 깔고 황금길을 만들었던 기억부터 시작해서 처음 디아블로를 잡고 동영상의 반전에 놀랐던 일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시절이라 저는 싱글플레이만으로 만레벨인 50레벨을 찍었습니다. 1레벨부터 49레벨 올리는 것보다 49레벨에서 50레벨 올리는 게 참으로 고통스럽더군요. 그 이후 인터넷이 들어온 다음 다시 멀티플레이로 50레벨을 찍었습니다. 물론 컴퓨터를 새 것으로 바꾸고 배틀넷 계정을 잃어버리면서 두 캐릭터는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2. 창세기전 2

저를 게임계열로 이끈 두 명의 사신(?)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지막 보스 앞에 섰는데 아수라가 없어져 버려서 아수라 대신 발뭉을 착용하고 보스를 장장 50여분의 전투 끝에 겨우겨우 처치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군요.(아수라가 왜 없어졌느냐고 하시는 분들을 위해 보충설명하자면, 아수라를 획득할 때에 양손무기를 쥘 수 없는 상태면 일단 배낭에 보관되고, 배낭에 보관된 아수라는 취급을 잘못하면 그냥 없어집니다.-_-)

그리고 뒤이어지는 슬픈 엔딩......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게임 스토리로 게이머들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국내 게임회사는 아무래도 소프트맥스가 최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창세기전 시리즈로 맺어진 유대관계는 군 제대 후 저를 게임업계로 인도해 주는 데에 크게 기여합니다.

3.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

오리지널도 저는 거의 안 했었고, 브루드 워 역시 발매 당시보다는 꽤 늦게 즐긴 게임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세계를 알게 해 준 것도 있지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스피디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게임입니다. 그 전에는 토탈 애니힐레이션이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을 즐겨 했는데, 이 게임 이후로 취향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죠.

하지만 욕설과 맵핵이 가득한 배틀넷은 싫어서 전 그냥 컴퓨터와 싸웁니다.

4. 디아블로 2

디아블로 1과는 정말 다른 난이도와 정말 다른 게임성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헬 레벨의 디아블로를 잡고, 그리고 99레벨을 찍고 나서는 '뭐 그리 쉬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디아블로 1이나 노가다성 가득한 패키지 게임으로 단련된 저에게 디아블로 2의 99레벨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때 키운 캐릭터들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어쨌든 간에 지금도 생각나면 한번씩 깔아서 해보고, 그래서 헬 레벨 바알까지 잡고 다시 언인스톨시키는 게임입니다.

5. 리니지

무려 7년간 저를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게임입니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 게임으로 '게임의 쓴 맛'은 모두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각종 PK에 '낚시'에 비매너에, 화살사기 교환창사기 등의 각종 질 나쁜 사기에, 척살령 등으로 인하여 골아픈 나날을 보내기도 했고, 저를 척살령 내린 군주를 눕혀버리고 서버를 옮기기도 했고, 참 파란만장한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일 뿐입니다.

군대에 갔다와 기존 계정을 무시하고 두 달만에 50레벨을 다시 찍었고 WOW를 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리니지는 병행했지만, 어느때부턴가 더 이상 레벨을 올리지 않았고 - 오히려 레벨이 다운되어 버렸죠. 좀 죽어서 - 거의 1년째 봉인해 두고 있습니다. 아마 다시 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나름대로 업데이트를 하면서 살을 붙여가긴 하지만 이미 리니지는 게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WOW는 물론이고 다른 신작게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넘사벽'의 격차가 있기 때문이죠.

지금 저에게 리니지의 의미는 '게임의 의미를 거의 상실한 온라인 게임이 과연 어디까지 생명연장을 하느냐'를 지켜보는 정도 뿐입니다. 뭐, 어떤 분들은 계정을 차라리 팔라고 하는데 계정을 팔아버리면 몇십만원, 아니, 몇만원이나마 나오려나요?

그런 돈 필요없습니다. 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돈에 팔아넘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지금 저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게임입니다. 아니, 제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게임이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 현존하는 게임 중에, 직업인으로서 이만큼 배울 게 많은 게임도 없거니와 이만큼 즐기기 좋은 게임도 없습니다. 블리자드의 20년 묵은 세계관과 독창적인 게임 기술이 집약된 이 게임은 리니지의 지배를 단번에 깨버릴 만큼 강력한 게임이었습니다.

노력이야 하지만, 이 게임에서 저는 지존이 될 필요도 없고, 그런 욕심을 부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가 하고픈 대로 게임을 하는 것 뿐입니다. 제가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도, 배우게 되고, 상위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아직 WOW와 관련된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니 이만 하겠습니다.


물론 WOW보다 더 좋은 게임이 나타나면 일곱 번째 게임의 리스트가 정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 등으로 인해 저도 게임을 더 즐기지는 못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설령 여자친구를 사귀고 결혼을 한다 해도 게임이 직업인 이상, 저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줄이고 여자친구나 가족을 위해 쓰는 시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령 누군가가 돈 50배쯤 잘 벌수 있는 직업을 저에게 선사해 준다고 해도 좋아서, 즐거워서 할 수 있는 일을 뺏어가는 것을 대신할 만큼의 가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50배 넘는 돈으로 나중에 좋아하는 일 하면 된다'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설득력 없는 말씀은 거둬주시고요.-_-;; 때가 지나면,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유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은 의외로 많답니다.


- The xian -

덧글

  • draco21 2009/05/22 01:30 #

    저야 잘 몰랐습니다만.. 7년이나 하셨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 리니지에도 저리 사연이 많으셨을줄은... ^^:
  • 소시민 2009/05/22 08:54 #

    저는 대항해시대3 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세계'라는 개념을 체감할 수 있었던

    계기였죠...
  • Semilla 2009/05/22 22:46 #

    창세기전2의 엔딩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련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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