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WOW를 껐다 by The xian

약 한 달 전부터 휴일 낮에, 길드원이 공장을 잡은 10인 업적 지향 파티를 고정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직업상 막공밖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요그사론을 갈 때마다 잡을 정도의 막공을 만나기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공보다는 그나마 부담이 좀 덜한 고정인원 파티에 들기로 한 것이다. 나 빼고는 다들 요그사론을 잡아본 사람들이기도 하고, 이른바 하드팟 경험들도 나보다는 많은 사람들이어서 신뢰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같은 길드원인 공장이 "이번달 안에 요그사론을 잡게 해 주겠다"라고 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나는 요그사론 3페이즈까지 가 본 적은 있지만, 공략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 다 잡는 요그사론을 내가 못 잡고, 실제로 거의 묻어가다시피 해서 잡는 자들도 있는데 나만 못 잡으니 골아플 수밖에,

하지만 첫 주부터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XT-002 해체자부터 죽을 쑤기 시작하고, 무쇠 평의회와 호디르는 아예 하드모드로 잡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몇번의 트라이 끝에 XT-002 해체자를 고생하면서 하드로 잡았고, 토림은 갖은 고생 끝에 겨우 하드로 잡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이었다. 물론 그 당시는 내가 하드모드 처음 도전이었다는 점 때문에 내 실수도 꽤 있었다. 그래서 죽도록 연습해서 그 다음 주부터는 적어도 탱커가 힐이 안 들어와 어이없는 급사를 하는 일은 없도록 컨트롤을 가다듬었다.

둘째 주가 되어, 해체자, 무쇠 평의회, 호디르, 토림 하드를 모두 성공했지만, 거기에서 더 진척은 없었다. 그 하드모드들 모두 지리멸렬하게 들이대다가 겨우겨우 악전고투 끝에 성공했고 거기에서 공략이 끝났기 때문이다. 평의회는 탱 교체 자체가 아예 안 되어서 딜러들이 폭사하는 일이 발생하고, 딜러가 브룬디르의 과부하에 죽는 경우도 많았다.

세째 주는 몇 번 전멸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하드모드들은 그나마 잘 넘어갔는데, 갑자기 프레이야 하드모드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 무리하는 듯 했다. 그 전의 4개 하드모드 중 원 킬을 한 것은 토림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예상대로 프레이야의 경우 3장로, 2장로에서 각각 서너 번씩 헤딩하다가 시간이고 뭐고 다 잡아먹고 결국 1장로 잡고 미미론 겨우 일반으로 잡고 쫑.

지지부진한 건 둘째치고 이런 무계획적인 행동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데, 주중에 접속한 나에게 공장이 갑자기 이러는 것이다.

"이번주엔 베작스 하드를 해 보려고 하는데 변태트리 좀 타 보실래요"

순간적으로 화가 팍 치밀어올랐다. 같은 길드원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쌍소리를 들입다 해줬을 것이다. 아니. 요그사론은 고사하고 3주째 베작스 근처에 가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런 주제에 베작스 하드를 하겠다고.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고. 그래도 '신뢰'라는 것이 있기에 일단 참고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수요일과 금요일 25인 가서 - 물론 일반이었지만 - 변태트리 운용에 대한 연습도 해 봤다.

하지만 결국 내 노력에 대해 돌아온 것은 배반이었다. 공장의 프레이야 3장로를 향한 망집이 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재판이 벌어졌다. 또 3장로 들이대다가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 전멸했다. 그런데도 네이버폰으로 '경험이 쌓여야 된다'라고 하는 공장에게 화가 나서 결국 한 마디 했다. '그렇게 따지면 2장로부터 익숙해진 다음에 3장로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그렇게 겨우 2장로를 갔는데 2장로 들이대다가 또 네 번인가 전멸. 프레이야는 또 1장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시간을 거의 다 써버리자 시간을 30분만 연장하자고 하길래, 나는 '하드모드는 반대'라고 못을 박았고, 결국 하드모드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집중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그런지 미미론과 베작스 일반에서도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쯤 되자 변태트리를 타고 온 것이 정말로 후회되었다. 어찌저찌해서 미미론과 베작스 일반을 겨우 잡고 요그사론 앞까지 겨우 갔지만 요그사론 1페이즈도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전멸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 그 사람들 업적 보니 나만 빼고 다 요그사론 잡은 사람들이었다. 혹은 자기가 잡았다고 했거나. 3힐로 호디르 하드를 하고 영웅심 없이 해체자 심장을 깰 만큼 딜도 되고 힐도 되는 팟이다.

그런데 이 모양이다. 뭘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이게 대체 하드모드를 할 자격이 되는 파티냐고, 무슨 놈의 업적 지향 파티가 이 따위냐고.


결국 그렇게 고생한 6시간이 지나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지쳐서 WOW를 꺼 버렸다.


뭐, 그래도 어차피 나는 오늘 WOW를 또 켜겠지. 하지만 어제 겪은 허탈함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업적 지향 파티. 내가 정에 약해 자꾸 끌려다니는 것인가 하는 회의마저 든다. 첫 주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지금까지 끌어서 시간만 허비하고 얽매인 내가 바보같기 짝이 없다. 한 주 더 지켜볼까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 많다.


담판을 지어야겠다. 지금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헤딩을 하든 뭐든 계획적으로 하든지 할 게 아니라면, 나는 나가겠다고. 막공에서나 하기 위한 부분하드 정도나 기대하려고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 요그사론은 커녕 미미론이나 베작스 일반도 한 번에 못 잡는 공대가 하드모드를 도전한다면서 맨날 발전 없는 모양새로 수리비나 깨지는 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니 말이다.


- The xian -

P.S. 결국 서로의 방향대로 가기로 하고 일은 좋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만. 그 분이 마음 속으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군요. 어찌 보면 요그사론 못 잡아본 건 저이니 제가 경험이 가장 적은 것인데. 제가 너무 시끄럽게 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싫은 일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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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Body by 1% Soul : 울두아르 고정팟 이야기 2009-08-03 15:16:09 #

    ... 어제, WOW를 껐다 : Xian님의 이글루스에서 트랙백.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25인 주말정공이 얼마전에야 요그사론을 잡았습니다. 베작스까지는 항상 널럴하게 잡는데, 이 ... more

덧글

  • 파란나비 2009/08/03 14:35 #

    현실이든 와우든 마음이 통하는, 손발이 맞는 사람 찾기란 참 힘든일이지요.

    그래서 대안으로 정공이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요.

    Xian님 말씀대로라면 조금 성급한 감이 없잖아 보이긴 합니다만(공장이)

    그래도 이미 경험이 다들 있는상태라면 마음이 조급한건 어쩔수없겠지요.

    모두다 마음이 한마음일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운좋게도 나이 지긋한 분들을 만나서 한주한주 하드한개씩 천천히 진행중입니다.

    xian님도 조율을 잘하셔서 마음이 맞는 게임하셧으면 좋겠네요
  • The xian 2009/08/03 15:54 #

    사실 마음이 많이 돌아선 상태라 조율을 하기는 늦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저히 마음이 편하지 않거든요.
  • warmachine 2009/08/03 15:17 #

    저도 한주 한개씩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음..
    제 이번주 일기를 트랙백했습니다. (괜찮으시겠죠?)
  • The xian 2009/08/03 15:53 #

    트랙백해주신 일기는 잘 읽었습니다.

    직업상 정공을 다닐 수가 없으니...
  • 매드캣 2009/08/03 15:37 #

    되면 되고 안하면 안하는게 레이드 업적이긴 한데 말이죠. 지금의 경우는 원인을 찾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파전의 원인 말이죠.

    1. 공대 구성에 문제가 있는가?
    2. 공대에 X맨이 존재하는가?
    3. 공략 숙지는 확실하게 되어 있는가?

    전 레이드가 끝나는 시점에서 전 딜러, 탱커, 힐러의 DPS,TPS, HPS를 확인한 후 전투시 사용된 스킬의 빈도수 전투로그등을 분석합니다.(정공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특히 전투중 힐러들에게 남아있는 마나량에 상당히 민감하지요. 하지만 고정적으로 가기는데다가 다들 요그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삽질한다면 분명 X맨은 존재합니다.
  • The xian 2009/08/03 15:53 #

    일단 직업배분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X맨을 이야기하셔서 생각해 보니, 생존이 안 되는 구성원이 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X맨이라면 X맨이겠죠. 아무리 힐러가 있다 해도 자기 어글 주체를 못해서 푹찍당하는 사람을 구원하기는 매우 어려우니까요.

    제가 확인한 게 맞다면, 적어도 저 빼고 요그사론은 다 잡아봤습니다. 공장을 포함해서요. 그런데 움직임을 보면 공략을 안다고 생각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미미론의 폭발로봇을 본진으로 오게 만든다든지. 하드모드에서 브룬디르 차단을 안 하거나 충격파에 죽는다든지 등등. 그런 것들이죠.

    공장은 다른 하드모드 팟도 다른 만레벨 캐릭터로 다니는데, 그 쪽에서는 쉽게 해서 여기에서도 쉽게 할 줄 아는 듯 합니다. 사실 그런 소리는 제가 매우 싫어하는 것인데 말이죠.
  • 매드캣 2009/08/03 16:06 #

    일단 생존이 안되는 공대원이 있다면 하드팟은 GG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X맨이라는게 따로 없습니다. 생존이 안되는 공대원이 바로 X맨입니다. 공대에 있어 딜러 최고의 역량은 자생이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공장이 특정상황에서 끊임없이 지시를 내려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면 공장이 무개념일 확률이 높습니다.
  • The xian 2009/08/03 18:42 #

    조언 감사합니다.

    공장은 무개념은 아닙니다. 생각도 있고 진정성도 있죠. 허나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하던 것이라도 새 팀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잘 생각하려 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제가 느낀 판단은 그렇습니다.
  • Risktaker 2009/08/14 13:50 #

    업적하드팟 최초의 장벽은 프레이야3장로일수 밖에 없는게

    프레이야 3장로의 경우는...구성이 어찌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폭발덩굴손처리(얼회/어격타임잡기) / 무쇠뿌리대상다 대상일치매크로 /

    지진후 빠른 공대원 힐 처리인데

    패치이후로 프레이야/베작스가 많이 너프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건 그래도 손발 안맞고 킬폼안맞으면

    탱/힐/딜 수치상의 우위로는 잡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마음맞는분들끼리 가셔서 업적이랑 십자군이랑 겸해서

    하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The xian 2009/08/14 18:47 #

    다른 분들과 하고 있는데, 첫번째 가서 프레이야/베작스 하드는 물론 요그사론 1수호자 그냥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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