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본 스포츠 감상 by The xian

# 한국시리즈 7차전

7년 연속 잠실에서 남의집 잔치를 치르는 LG팬의 심리는 - 롯데팬만큼은 아니더라도 -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기아가 이기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를 굳이 표현하자면 '로망'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LG를 비롯하여 다른 구단의 우승 꿈을 한국시리즈에서 무참히 짓밟았던 '한국시리즈 불패'의 팀 기아(해태)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었고 김응룡 감독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기아가 이기기를 바랐다는 것이.


나지완 선수의 홈런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정말 깊게 남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7차전의 9회말 굿바이 홈런.


다른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심지어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가는 과장이 판치는 야구만화보다도 더욱 작위적인 시나리오이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음에도 내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은 그 '현실'이 작위로 똘똘 뭉친 '픽션'들에게서 얻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나나나나나 나지완~'하는 응원가가 울려퍼지는 듯 하다.


그런데 묘한 무언가가 있다. 생각해 보니까.

2002년 끝내기 홈런 맞고 진 감독은 LG의 김성근 감독,
2009년 끝내기 홈런 맞고 진 감독은 SK의 김성근 감독.

2002년 홈런 맞은 투수는 LG의 45번 최원호 선수, (오른손 투수)
2009년 홈런 맞은 투수는 SK의 45번 채병용 선수. (역시 오른손 투수)

2002년 홈런으로 역전의 발판을 만든 선수는 그 전까지 한국시리즈 1할대의 빈타였던 이승엽.
2009년 홈런으로 역전의 발판을 만든 선수는 그 전까지 한국시리즈 1할대의 빈타였던 나지완.

이쯤 되면 우연의 일치 치고는 묘하다.


# 료토 마치다 vs 마우리시우 쇼군

료토의 스타일을 이렇게 잘 분석해서, 파해 직전까지 갔던 선수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쇼군은 예전 프라이드에서의 전성기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제 실력을 보여줬다고 본다. 료토는 언제나 그 상태였고.

그 명승부의 빛을 바래게 한 건 정말 아쉬운, 그리고 석연찮은 판정이었다. 이 승부를 두고 편파판정이나 오심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쇼군이 이겼다면 적어도 관중의 야유를 들을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판정 자체를 무조건 편파판정이거나 오심이라는 식으로 속단하는 것은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이 뒤를 봐줬네 어쩌네 했던 과거 앨런 벌처 vs 추성훈 경기도 그 경기를 분석한 객관적 기록상으로 보면 오히려 추성훈 선수의 정타가 많았다는 보도가 나중에 나온 걸 보면, 일반인의 시각과 점수를 매기는 심판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UFC가 아니라 프라이드였다면 심판 판정에서도 쇼군이 이겼을거라고 생각하는 건 나 뿐이려나?


# 윤동식 vs 타렉 사피에딘

윤동식 선수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전혀 기대를 안 하고 본 경기. 부상도 제대로 완치되지 못했고 너무 빨리, 조급하게 경기에 나선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도 바뀌어버렸다. 여러 모로 김이 팍 샜다. 하지만 내가 기대를 하든 기대를 하지 않든 윤동식 선수의 투혼은 언제나 빛났다.


3라운드는 버틴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마 짐작컨대 3라운드에서 버티지 못했다면 졌을 듯 하다.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겠지만, 나이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모한 경기출전은(훈련량이 부족한데다가 부상의 완치 이후 시간도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영호 vs 마재윤

누구 말마따나 손빈의 고사가 떠오른다.

"세 번의 경기에서 나의 가장 못 뛰는 말과 상대의 가장 잘 뛰는 말을 붙여 진 뒤에 나의 제일 가는 말과 상대의 이등급 말, 나의 이등급 말과 상대의 삼등급 말을 붙이면 한 경기는 지지만 두 경기를 이기게 된다"

안타깝다.


- The xian -

덧글

  • DEMIAN 2009/10/26 17:40 #

    아.. 마지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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