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과 관련된 주요 오류 - (1) '갑툭튀'론 by The xian

수면 밑에서 있었던 기간까지 생각하면 도대체 몇 년을 끌어왔는지 모를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분쟁입니다만. 사실 이것은 분쟁이라는 말을 쓰기도 참 떨떠름한 일입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있어서 KeSPA와 방송사들의 잘못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분쟁이라는 말을 쓰기도 참 뭣한 일이니까요. 무단으로 중계권료를 받아먹고 저작권자와의 협상보다 리그 강행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저작권을 배설물같이 아는 행동인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런 기회를 틈타 비난이나 감정의 표출이 논리의 탈을 쓰고 횡행하는 꼬락서니입니다. 한 개인에게서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높으신 양반들의, 언론들의 공식입장을 통해 그런 것들이 마치 사실처럼 언급되고 정당화되고 있지요. 그런 걸 보면 정말 저 같은 비전문가 및 아마추어조차도 실소를 머금게 됩니다. (제가 비전문가 및 아마추어라는 소리는, 제가 e스포츠와 관련된 공식적 직위가 없기 때문에 하는 말임을 밝힙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이런 환경이라면 그나마 블리자드 같은 곳이니 버티고 있지 다른 게임사라면 저작권 주장하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으니 소송 걸 엄두도 못 냅니다. 높으신 양반들, KeSPA, 언론, 어느 하나 편 안들어주고 있는데 어찌 버티나요. 어쨌거나 그래서 오늘부터는 그에 대해 한두 가지씩 유형을 정하고 좀 신랄하게 비판을 하려고 합니다. 약 6회 정도를 예정하고 있으나 새로운 사례 구분법을 제의해주시거나 추가할 경우 더 늘어날 수 있고, 이번은 그 첫번째 글이 되겠습니다.


1. "갑툭튀"론 /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론
2. "KeSPA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론 / "지금의 리그는 합법"론
3. "스타크래프트 1 죽이기"론 / "e스포츠 멸망"론
4. "제한된 정보는 무의미하다"론 / "이익 싸움에 끼지 말자"론
5. "저작권 불확실성"론 / "빌딩 2층부터 쌓기"론
6. 그외 잡다한 논리를 가장한 오류들



"갑툭튀"론 /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론 의 주요 유형:


"99년부터도 승인 안 된 리그가 열렸고 2007년부터 중계권문제가 시작됐으면 그때 개입하든가 할 일이지 왜 이제 와서 난리냐."

"10년간 (방송을) 그렇게 해왔는데 그것을 가지고 (블리자드가) 시비를 건다. 문제없이 지금까지 왔는데 왜 그렇게 대응하는 것인가"

"10년 지나면 소멸시효가 지나서 빚도 받지 않아도 되고 과잉납부된 세금도 3년 이내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돌려주지 않는다. 저작권은 만능이 아니다."



KeSPA를 포함해 여러 UNN들을 비롯한 참 많은 곳에서 나온 이 소리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둘째치고서라도, '주객이 전도되면 이런 망발도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탄식이 절로 나오게 만들 정도로 어이없는 궤변입니다.


먼저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해 언제 개입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고유 권한입니다. 멋대로 갖다 쓴 자들이 이제와서 개입하네 마네 운운할 만한 자격은 없습니다. 요 몇 달간의 상황에서도 보았듯이 감정과 논리를 혼동하고 주인과 손님을 뒤바꿔 생각하면 이런 같잖은 궤변이 공적인 기관이나, 높으신 양반의 이름을 빌린 공식입장이나, 언론의 사설 등의 권위를 쓰고 만인에게 전파되는 OME(Oh My Eyes)급의 참사가 생깁니다.

물론 멋대로 갖다썼다는 말을 듣는 측에서는 자기들의 정당성에 관계없이 지금 이런 식으로 산통을 깨놓는 행동이 억울하고 분하고 어이없을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감정의 문제죠. 감정의 문제를 어설픈 변명으로 논리처럼 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공공재 운운하는 헛소리까지 추가되면, 지금의 KeSPA처럼 설득력은 커녕 동정조차 얻지 못하는 한심한 형국이 되는 것이죠.

더불어 이런 식의 발언은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가 법적인 문제 혹은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자폭성 발언이기도 합니다. 정말 자기들의 행위가 떳떳하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블리자드에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제 와서 왜 개입하느냐', '2007년부터 문제라고 하는데 그러면 과거의 리그는 뭐냐' 등등의 말을 쓸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블리자드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거나 이제서야 저작권을 주장한다는 말 자체가 사실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굳이 과거 직간접적인 블리자드의 e스포츠 관련 개입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2010년 4월에 결렬선언 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의 일부만 기억하는 분들은 왜 그 전에 KeSPA가 중계권료를 무단징수했을 때부터 약 3년간 협상했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갑툭튀 운운하는지 의문입니다. 취사선택을 남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언론의 기사는 가급적 자세히 읽어야 하고 제목만 읽으면 안됩니다. 어떤 사실을 자기 멋대로 더하기빼기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런 식의 사실과 완전히 다른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행동 했다가 참 창피한 적도 많았는데, 왜 저같은 아마추어도 더 안 하려고 하는 짓이 되레 이번 사안에서는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블리자드는 - '이제와서' 운운하는 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 국내외적으로 비교적 명백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매우 간단한 언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다 행동을 개시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자사의 게임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프리배틀넷 서버인 게임아이가 폐쇄된 것은 유료화가 빌미가 되었고 여기에는 블리자드의 개입이 있었지요. 더불어 지난 몇 년간에 걸쳐 불법서버나 불법프로그램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개인. 회사를 고소하고 거기에서 승소한 사례도 이를 뒷받침하며 이번 저작권 분쟁에 있어서도 "2007년 무단으로 KeSPA가 중계권료를 징수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라고 말한 것 역시 블리자드의 개입 시점 및 명분에는 비교적 일관된 점이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세 번째 예시에서처럼 저작권 주장에 대해 잘못된 비유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도 참 문제가 큽니다. 겨우 10년, 3년의 효력이 있는 소멸시효나 과다징수된 세금 등과 50년간 고유 권한을 보장받는 저작권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사이비이며 인지부조화일 뿐입니다. 일일이 대꾸해 줄 가치조차 없을 만큼 결함이 명백합니다.

더욱이 이건 비유를 잘못 적용했다는 점도 문제일뿐더러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지요. 고의가 아니라 정말 이해가 부족해서 잘못 적용했다면 모르지만, 공공 기관이나 언론, 높으신 양반들이 이런 소리를 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해 똑같은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광경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말이지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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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무명 2010/10/25 03:03 #

    pgr 눈팅좀 하는데 벽보고 열심히 설득하시는 모습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한테야 그냥 스타2 글을 보는 사이트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렇게 싸워서 나중에 1이나 2가 망한 이후 그 커뮤니티를 다들 어떻게 유지할지 걱정되더군요.

    키워하는데는 엄한 규정이나 존댓말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의견교환이라면 모를까 서로 비아냥대면서 할말만 하는건 오히려 디시보다도 추악하게 보이더군요.
  • The xian 2010/10/25 13:53 #

    뭐 중계권사태 때에 그 난리를 겪고도 유지된 곳입니다. 유지될 녀석이면 계속 유지되겠죠. 그리고 규정이란 본래 말싸움하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규정을 넘나드는 외줄타기가 가능하니 말이죠.
  • 이실피르 2010/10/25 03:13 #

    지식이 없으니까 언론의 선동에 쉽게 넘어가는 거겠죠.
    스타판에 관심없던 지인도 그저 기사만 읽고 블리자드 욕하던데요. 뭐...

    그리고 스타판에 관심이 없고 단지 E스포츠가 돈이 된다는 것만 아는 사람의 수가 스타를 좋아하고 팬으로서 걱정하는 사람보다 많죠.

    언론으로 선동하면 관련된 지식이 없으니 당연히 개스파를 옹호하고 블리자드를 까게 되죠.

    아마 재판으로 가서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이겨도 개스파를 옹호하는 사람은 넘쳐날 겁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낡은 세대가 이끌고 있고 낡은 세대는 애국과 국가의 이익이라는 선동에 쉽게 넘어가니까요. 추가로 스타를 모르고 E스포츠가 돈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니...
  • The xian 2010/10/25 13:54 #

    지식은 없을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성도 없다는 것입니다.-_-

    국익은 무슨. 국익과 국가적 도둑질을 구분도 못하는 주제에 말이죠.
  • 실타래 2010/10/25 07:36 #

    국제 재판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미국 슈퍼법에 의해서 자동차나 TV, 철강 제품에 큰 손해가 나기 전까지는

    계속 저럴거 같네요.

    옥수수와 다이아몬드를 바뀌봐야 정신 차릴듯..
  • The xian 2010/10/25 13:54 #

    자기 입의 옥수수를 다 내줘도 정신 못차리는 작자들은 못차리더군요.
  • 대한민국질럿 2010/10/25 09:32 #

    그냥 프로리그 보고싶다고 하면 감정적으로 동의는 하지 못하더라도 싸움질은 나지 않을 것인데 그걸 가지고 자꾸 합리화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게다가 수십명이 한번에 키배를 하니 했던 이야기 반복+산으로 가는 논리의 향연. 요즘 피지알 겜게는 정말 미쳐 돌아가는것 같네요.
  • The xian 2010/10/25 13:54 #

    말로는 팩트 팩트 운운하는 것들이 어쩜 그리 팩트를 잘 왜곡하고 자기 멋대로 잘라붙이는지 의문입니다.
  • 아르카딘 2010/10/25 10:41 #

    슈퍼 301조 한번 두들겨 맞아봐야 안징징요 할 기세.
  • The xian 2010/10/25 13:55 #

    그러면 돼지처럼 굴러대면서 꽥꽥거리겠죠.-_-
    오늘도 또 공공재 드립 나온 거 보면 참 답 없습니다.
  • 클라이버 2010/10/25 10:56 #

    갑자기 뜬금없지만

    cj 엔투스와 스파키즈가 합병된게

    온게임넷에서 새로운 판 을 짜기 위한 준비 작업 아닐까용?

    같은 계열 이라고 보는 cj쪽에 합병시켜 어느정도 개입할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고 포모스 처럼 온게임넷에서는 스1 스2 양쪽 다 취급하는쪽으로

    방향 선회.(물론 프로리그는 중단 개인리그는 블쟈와 협상해서 유지)

    예전 희미한 기억으로 방송사들이 게임단을 소유한 이유가

    개스파 이사회에 진입해서 발언권을 얻기 위함 이였던걸로 기억하는뎅

    먼저 친 개스파 쪽이었던 mbc히어로즈가 창단하고

    중계권 파동이후 스파키즈가 창단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상상하다 온게임넷에서 스파키즈 운영을 포기한게

    흥미로웠거든요 ㅋㅋ

    뻘글이었다면 죄송
  • The xian 2010/10/25 13:56 #

    뭐 그런 의도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표면적으로는 일단 두 팀 다 각자의 팀으로는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CJ는 김정우 은퇴, 마조작 탈퇴, 변형태 입대 등으로 주축이 빠졌고 하이트는 승부조작 때문에 팀이 반토막났죠.

    스타2 쪽으로 방향선회 하는지 아닌지 보려면 일단 온게임넷의 입장이 어떤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네들의 입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 파비안느 2010/10/25 12:34 #

    진짜 우리나라에서 하는 거라고 어디다 말하기도 챙피하네요 정말..
    적당히좀 우길껄 우겨야죠...에효..
  • The xian 2010/10/25 13:57 #

    저도 참 창피합니다. 제가 이 나라에서 뭔 영화를 누리려고 콘텐츠 업계에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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