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과 관련된 주요 오류 - (3) "멸망"론 by The xian

지난 글은 링크를 누르시면 보입니다.

1. "갑툭튀"론 /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론
2. "KeSPA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론 / "지금의 리그는 합법"론
3. "스타크래프트 1 죽이기"론 / "e스포츠 멸망"론
4. "제한된 정보는 무의미하다"론 / "이익 싸움에 끼지 말자"론
5. "저작권 불확실성"론 / "빌딩 2층부터 쌓기"론
6. 그외 잡다한 논리를 가장한 오류들


"스타크래프트 1 죽이기"론 / "e스포츠 멸망"론 의 주요 유형:

"스타크래프트2 팔아먹겠다고 스타크래프트1 죽이는 게 눈에 빤히 보인다"

"아직도 PC방에서 더 점유율 높은 스타크래프트1 대신 스타크래프트2를 팔아먹으려는 거 아니냐."

"블리자드는 대한민국의 e스포츠를 붕괴시키거나 종속시킬 의도가 분명하다"



아마도.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아마추어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프로의 해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 저는 게임 장사를 하는 회사에 속해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사람이고, 그 회사에서 이게 팔아야 할 물건인지 아닌지 분석하고 운용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항목에 대해서는 프로의 입장에서 보는 사업적인 고려가 꽤 많이 들어갈 수 있음을 밝힙니다. 뭐. 프로라고 해서 대단할 것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그걸로 밥 먹고 살아봤느냐, 아니냐. 직접 경험이 좀 더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각설하고, 위의 주요 유형을 조금 더 줄이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2를 팔아먹기 위해 스타1을 의도적으로 죽이고 있다."
"블리자드는 대한민국의 e스포츠를 붕괴 혹은 종속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결론의 일부부터 말하자면, 두 문장 모두 사실과 동떨어져 있음은 물론이고 전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조금 아프게 말하자면, 저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게임의 비즈니스나 e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면서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입만 살아서 떠벌여대고 있거나, 아니면 어떤 UNN들처럼 자기들의 정치적 스탠스나 이득을 위해 사실을 망각하고 딴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저렇게 입으로 장사하는 것들을 가장 경멸합니다.


스타크래프트 1을 블리자드가 죽인다고 강변하는 것은 블리자드가 기존 게임들의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엄연한 '팩트'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출시를 전후해 블리자드 측에서는 지난 3월 배틀넷 시스템 관련 발표회장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스타크래프트 1이나 디아블로 2, 워크래프트 3과 같은 기존 게임들은 기존 배틀넷에서 계속 즐길 수 있다고 했고 후속작이 나왔다는 이유 때문에 기존 게임들에 대한 배틀넷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 1을 인위적으로 죽이는 것은 블리자드의 전략과도 어긋납니다. 블리자드는 '더 좋은 신작'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신작에 눈이 가게 하는 회사였지 후속작이 나왔다고 기존 게임을 서비스 종료시켜 유저들을 강제 흡수시키는 회사는 아닙니다. 게다가 언론보도에서는 블리자드도 이미 스타크래프트 2와 스타크래프트 1이 대한민국 시장에서 '수요'가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를 종료시킨다 한들 그 게이머들이 모두 스타크래프트2로 간다는 보장이 없죠. 결국 블리자드에게는 스타크래프트 1을 죽이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됩니다.

물론 '블리자드의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뭐 믿지 않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하지만 믿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가져와 이야기하셔야 하는 일인데. 문제는 이런 것을 논리인 양 떠벌여대는 자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어떤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 2가 나왔으니 블리자드에서는 스타크래프트 1을 즐기는 사람은 필요없어할 것이다' 따위의 소리를 하며 분란을 조장하는데, 제가 블리자드 직원은 아니지만 게임으로 밥 먹고 살아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정말 헛웃음만 나오는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기분이나 취향 존중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 제가 업계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 사업적인 고려를 정말로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황당한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이 나왔을 때 '전작을 즐긴 게이머들'이 있다는 것은 게임사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아예 그런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게이머들의 피드백이 가치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을 즐긴 게이머들의 피드백이나 의견, 입장 표명 등은 회사에게는 매우 각별합니다.

대체로 기존에 자사의 상품을 이용한 고객은 새로운 고객에 비해 충성도 및 이해도가 높고 동종 게임을 경험해 본 고객입니다. 그런 고객의 피드백의 가치는 회사 입장에서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고객관리 차원에서나 피드백에 있어서나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죠. 만일 어떤 게임의 후속작이 나왔을 때 신작이 나왔으니 전작을 즐기는 사람이 필요없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관계자로 있다면, 저는 후속작의 재미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 회사가 온전할 수 있을지부터 고려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블리자드가 그렇게 수준 낮은 회사였다면 후속작들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블리자드는 단순히 스타크래프트 2를 많이 팔기 위해 스타크래프트 1 시장을 죽일 필요나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블리자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스타크래프트 1과 관련된 부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쪽이고, 만일 스타크래프트 1 시장을 죽인다면 블리자드에게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하면 발생했지. 이득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근시안적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잊어버리거나 어떻게든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엄연한 사실이 한 가지 또 있지요. '대한민국 없이도 스타크래프트 2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엄연한 사실을 왜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블리자드가 대한민국 e스포츠를 지배하려 든다는 소리는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쉽게 반박이 가능한 헛소리입니다. 왜 그럴까요? 매우 간단합니다. 지금 블리자드가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은 e스포츠 전체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아니라 e스포츠 중에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자사의 게임이 사용되는 극히 제한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블리자드는 e스포츠 중에서 자사 게임이 부정하게 쓰이는 부분에 대해 자사 게임의 권리 인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맨날 주 5일 동안 틀어주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만이 프라임 타임에 눈에 띄고 허구한 날 게임 방송에서 스타크래프트 관련 프로그램만 해주니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의 전부인 양 아시는 분들이 많아 이런 착오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만,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한 종목일 뿐이고 대한민국에서 극히 이례적으로 오래, 그리고 높은 점유율로 지속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만을 프로게이머라고 취급하고 다른 종목은 상금사냥꾼 운운하는 어떤 UNN들이나 KeSPA의 말이 명백히 틀린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만이 e스포츠가 될 수도 없고. e스포츠 종목에 스타크래프트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일 그렇게 e스포츠를 이해하고 계신다면, 그것은 잘못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바다 건너 중국에만 가도 워크래프트3이나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오래 전부터 대세고. 북미나 유럽은 말할 것도 없지요.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e스포츠 움직임도 대한민국에서 블리자드가 GSL을 글로벌 리그로 밀어주니 강해보이는 거지, 외국이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뭐. 다른 나라의 e스포츠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만 각설하겠습니다.



더불어 어떤 분들은 블리자드의 권리 주장으로 인해 e스포츠 시장이 위축되거나 붕괴한다면 블리자드더러 KeSPA나 방송사의 일을 대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블리자드와 KeSPA/방송사의 본질적 차이를 망각하는 정서적 생각이지 논리가 아닙니다.

블리자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게임을 팔고 그 권리로 먹고 사는 사기업이자 게임회사이고, KeSPA와 방송사는 협회 및 언론으로서 자신들의 수익 이전에 공공의 이익을 일정 부분 담당할 분명한 의무가 있는 단체입니다. 그러므로 두 부류의 단체가 모두 사익만을 추구한다면, 욕을 먹어야 하거나 의무를 져야 할 쪽은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는 KeSPA와 방송사 쪽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부당한 사익'을 취하고 있지요.

KeSPA와 방송사가 자신들의 부정함과 부도덕함으로 인해 이번 저작권 분쟁에서 패하고 무너진다 한들 그것을 블리자드가 대체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블리자드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자신의 게임만 잘 챙기면 되고, 설령 자신의 게임을 안 챙겨서 망하게 된다고 해도 외인들이 뭐라고 할 일이 못 됩니다.

더욱 웃기는 것은, 어떤 분들의 경우 블리자드를 증오하는 마음이 극에 달해 방송사의 높은 스타크래프트 점유율마저 블리자드 탓이니 이 판이 흔들리는 것이 블리자드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데 스타크래프트의 높은 점유율 역시 블리자드의 압력이나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KeSPA와 방송사의 사익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생각한다면 블리자드에게 이번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이 판이 흔들리는 부분의 책임을 전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이야기를 해줘도 '블리자드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가 절대다수인 대한민국 e스포츠 시장을 잡아먹으려 하는 것 아니냐' 따위의 항변을 하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억지를 쓰는 것이니까요.

KeSPA와 방송사가 블리자드 게임을 멋대로 갖다써서 대회를 열고 유무형의 이익을 취하고 중계권까지 무단으로 행사해 돈을 받아먹는 것은 지금껏 관습적으로 봐 왔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보면서, 그런 것에 대해 피해를 본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 주장은 비난하고 어떤 이는 독과점으로 망하라는 식의 저주까지 하고 있으니 이건 자기의 정서가 개념이나 상식이나 현행법보다 우선한다고 믿는 위험한 생각이지요.

그러면서 같이 꺼내는 패턴의 말이 KeSPA도 돈을 준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 블리자드도 그 동안 무료 홍보를 했으니까 이런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게 아니냐 따위의 억지입니다. 뭐, KeSPA가 돈을 준다고 한 것이 저작권을 인정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은 이 글의 2편에서 이미 반론을 했고. 무료 홍보 운운하는 소리에 대해서는 앞으로 반론을 할 예정입니다. 어쨌거나 논리도, 항변도 아니고 그저 감정의 배설뿐인 것에 휘말리면 골치만 아픕니다. 혼자 정신승리하라고 내버려두고 발을 빼는 것이 상책입니다.


결론적으로 '블리자드가 대한민국 e스포츠를 지배하려 든다'는 소리는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블리자드는 e스포츠 전부를 지배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전부가 아니며 전부도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스타크래프트 독점 체제를 만든 것은 블리자드가 아니라 KeSPA와 방송사들입니다.
셋째. 블리자드가 원하는 것은 자사 게임의 권리 인정이지 e스포츠에 대한 지배가 아닙니다.
넷째. 블리자드는 게임 방송국이나 KeSPA와 같은 공적인 의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명백한 사실이 있는데도 블리자드의 대한민국 e스포츠 지배론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면, 과연 그들이 그 주장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그런 황당한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기만족일 수도 있고 어떤 정치적 스탠스나 이권일 수도 있겠죠. 허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거나, 도의를 지키는 쪽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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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rchDuke 2010/10/27 07:08 #

    근데 스1은 전략 나올게 다 나와서 블리자드가 살리려고 해도 힘들듯요?
  • The xian 2010/10/27 08:43 #

    전략은 나올 거 다 나왔고 KeSPA가 언론들이 새로운 스타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있는 스타들만 우려먹어서 택뱅리쌍 합쳐도 임요환 하나에도 인지도가 밀리는 안습한 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숙련된 선수가 있으니 유지하려면 몇년 정도는 더 유지할 수 있지요.

    하지만 문제는 지금 불법을 자행하고 리그를 강행하면서 알아서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 ArchDuke 2010/10/27 12:53 #

    ㅇㅇ 그렇지요
  • FELIX 2010/10/27 08:59 #

    게다가 지금 택뱅리쌍이 건너오면 요환님과 윤열님은 솔직히 좀 힘든게 사실이라서 오히려 스1리그가 안망하기를 정한수 떠 놓고 빌고 있을겁니다.
  • 카큔 2010/10/27 10:01 #

    리쌍급 올라오면 세기의 대결이라고 1회성으로 띄울수는 있겠지만 길게는 못가니까요.

    그리고 초기의 전략이 팔게 많을 때라면 모를까 이후는 힘들겁니다.

    다만 확팩이 2개나 남았으니 약발떨어질 때 쯤 확팩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버틴다면 모르겠군요.
  • The xian 2010/10/27 16:27 #

    뭐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올드게이머들보다 적응이 빠를 가능성은 높으니까요.
  • 000o 2010/10/27 09:26 #

    엠비씨겜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휴~ 케스파에 대항한 시절이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네요.
    이제는 그들의 주구가 된 상황이니
  • The xian 2010/10/27 16:28 #

    지금으로서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 아르카딘 2010/10/27 14:03 #

    죽였으면 배틀넷부터 말아버렸겠죠.

    돈이 걸린 문제에 전작을 죽이니 어쩌니 떠들어봤자 만든건 블리자든데

    왜 옆에서 피빨아먹은 케스파가....[먼산]
  • The xian 2010/10/27 16:28 #

    그러게 말입니다. 스타1을 죽이기 위한 가장 간단하고 분명한 방법을 놔두고 왜 지적재산권 협상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정말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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