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과 관련된 주요 오류 - (4) '무의미'론 by The xian

지난 글은 링크를 누르시면 보입니다.

1. "갑툭튀"론 /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론
2. "KeSPA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론 / "지금의 리그는 합법"론
3. "스타크래프트 1 죽이기"론 / "e스포츠 멸망"론
4. "제한된 정보는 무의미하다"론 / "이익 싸움에 끼지 말자"론
5. "저작권 불확실성"론 / "빌딩 2층부터 쌓기"론
6. 그외 잡다한 논리를 가장한 오류들


"제한된 정보는 무의미하다"론 / "이익 싸움에 끼지 말자"론 의 주요 유형: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상황이니 지금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다"

"지금 양측의 협상내용이 다 밝혀진 것도 아니다. 블리자드가(KeSPA가) 밝혀지지 않은 무리한 요구를 했을지 누가 아는가."

"다 자기들의 돈과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인데 팬들이 가치판단을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이익 때문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니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거두절미하고 이런 식의 소리들을 제가 매우 불쾌하게 바라보는 이유부터 말하고 넘어가지요. 아주 간단하게, 단 하나로 압축됩니다. 이런 소리는 "우물에 독 뿌리기" 라는 대표적인 논리 오류로서 어떤 이슈나 사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아예 차단시키는 질 나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말대로, 저를 포함하여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하는 일반인들은 당연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다루는 사실이 모두 사실일 리도 없고 거기에 더해 으레 제한된 사실도 자신들의 논조에 맞게 가공하는 것이 언론의 속성임을 감안한다면 언론 보도를 통해 협상 내용이 가감 없이 공개되는 협상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싸움이 이익 싸움인 것도 맞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블리자드나 KeSPA 등을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닌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 자체를 차단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이번 이슈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행동이 소모적 논쟁의 범람이나 본질의 훼손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론할 자신도,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아예 그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기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문제입니다.

인간의 능력이,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한 이해가, 그리고 언론의 보도가 모든 사실을 나타낼 수 없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논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의견을 주장하고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불완전함을 근거로 논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우물에 독 뿌리기'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논의라는 것을 아예 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식으로 논의를 일방적으로 배척하는 행위가 나쁜 이유를 몇 가지 말하자면, 일단 하나는 신중론을 위장한 이기주의라는 것입니다. 말로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더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태도는 자기가 인정하는 의견만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지요. 마치 타블로 사건에서 타블로씨에게 어이없는 인증을 요구했던 집단들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사안에서 자신들의 수비 범위 내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자기 입맛에 맞는 해석이나 자기가 인정할 만한 새로운 사실만이 필요할 뿐이고, 그러니 공개된 내용 등을 근거로 하는 말은 들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심지어 e스포츠 관계자들 중 일부 사람들에게서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말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오만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이들 중에는 자기 자신을 논의의 균형을 잡기 위한 중재자 혹은 조정자로 착오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논의에 있어 기계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할 때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논의에 있어서는 근거와 명분, 정당성 등에 따라 5:5가 될 확률보다는 안 될 확률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 대한 반대 여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다른 쪽을 무작정 옹호하여 균형을 잡고자 하는 생각들이 있는데 이런 행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논의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행동에 비판받는 대상에 대한 온정주의 등의 논리가 아닌 것들이 개입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무엇보다 '돈(이익) 문제니 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자신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실들을 깡그리 인정하지 않는 시커먼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겉으로는 순수한(?) 팬들은 돈이나 이익이라는 세속적 주제(!)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런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대단히 의문이더군요.


제한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제한된 사실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그 사실을 사실에 부합하게 해석한 다음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의견이 너무 한쪽에 일방적이라 해도 그 일방적인 의견을 논리적으로 반론해야(가령, 근거로 사용된 정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거나, 논리적으로 무엇무엇이 잘못되었다거나 등등을 말합니다.) 하는 것이지, 지금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처럼 중심축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거나 오픈된 정보가 제한되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논의를 거부하고 아예 독을 뿌려버리는 이런 시도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시도 중 많은 시도들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막으려고 하면서 은연중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만을 더 나타내도록 하겠다는 음험한 저의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론입니다. 무언가에 대한 제한된 것이 오픈되었다는 이유로 그것에 대해 무작정 이야기나 판단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자신들이 듣고 보기 싫은 논의를 틀어막는 용도로 쓰인다면 더더욱 그렇게 할 당위성은 없습니다. 협상 주체나 그 관계자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요.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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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야소피아 2010/10/30 13:18 #

    몇몇 분들이 말하는 소위 '쿨게이론'이 이런거겠죠. 영양가 없는 얼간이 같은 논리입니다.("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니까 지동설까고 천동설 지지해야하나요? ^^)

    게다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상황이니 지금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다"

    식의 주장이 꽤 위험(?)한데, 이를 확대적용시키면 현재 세계의 여러 정치적 사안에 대해 비평할 권리 또한 차단시키는 셈이죠. 오랜 기간 후 비밀문서가 해제됨으로써 기존 사실들이 크게 바뀌는 사례가 많은 걸로 미루어보면 현재 여러 정치적 회담의 '알려진 사실'도 엄밀히 말하면 '불충분한 정보'이므로 국민은 잠자코 가만히 '기다려야 하겠죠'. 아...이 얼마나 점잖고 아름답습니까? ㅋㅋ
  • The xian 2010/12/19 17:19 #

    그러게 말입니다. 참으로 비민주적인 말이죠.
  • Dancer 2010/10/30 13:20 #

    솔찍히 말해서
    케스파가 현재 놓인 상황을 케스파보다는 스타1 팬들이 더 잘알고 있습니다.




    케스파가 만약 자신들이 놓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면...

    "공공재"같은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단어를 붙잡고 늘어질리가 없을텐데 말이죠.


  • The xian 2010/12/19 17:18 #

    문제는. 그들은 알고 있어도 그런 같잖은 단어 외엔 밀어붙일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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