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살던 데에 생긴 라멘집에서 by The xian

지금은 다른 곳에 이사 와서 살고 있었지만 제가 태어나서 30년이 넘는 시간을 산 곳은 서대문이었습니다. 작년 초겨울 쯤 일이 있어서 갔었는데 둘러보다 보니 예전에 살던 곳 근처 몇 분 거리쯤에, 학원가라 아케이드 게임장만 있던 데에 라멘집이 생겼더군요.

척 봐도 '나 라멘집'이라고 말하는 듯한 실내장식입니다.
기본적으로 있을 것은 다 있는 듯 합니다.
심지어 점보라멘에 도전해 보라는 문구까지 있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 거 맞네요.

한글 글씨나 맞춤법이 미묘한 것은 일본 분이 운영하는 점포라 그런 듯 합니다. 드러내놓고 묻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문받을 때의 말투 등의 행동을 보아하니 일본 분이시더군요.
시킨 것은 라멘과 차슈덮밥 세트입니다.

차슈덮밥. 한 공기 조금 못 되는 밥에 잘 양념이 배어든 차슈가 그득히 얹어져 있습니다.
라멘. 보기만 해도 기름집니다. 여기는 생달걀이 아니라 삶은 달걀을 띄워주는군요. 저는 뭐 아무 거나 좋습니다. 맛만 있으면.
자가제면인지 파는 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면이 맘에 들더군요.

굵기나 탄력도 괜찮고. 국물에도 잘 어울리는 듯 했습니다.
비우고 나와보니 그제서야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게 선전할 생각은 없는데 그저 제 돈 내고 라면 한 그릇 먹은 곳이라 추억 때문에 찍어 본 것입니다. '내가 살던 때에는 이런 라멘집, 없었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요. 뭐랄까. 참 미묘하더군요.
고향이 변함없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옛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옛날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아쉽거든요.

재개발 때문에 살던 집의 모습은 흔적도 없는 그 곳,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내가 없는 곳이 되었음에도, 멈추는 게 아니라 변하고 있었습니다.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입니다. 별거 아닌 추억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내가 태어나고 내 많은 날을 보냈던 곳을 가보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습니다.


- The xian -


덧글

  • Enze 2011/02/08 00:26 #

    헛. 진짜로 n분안에 다먹으면 무료! 라는 라면집이 있내요. 만화에서만 있는건줄 알았는데..

    일본 라면은 꼭 국수처럼 칼칼한게 맛있더군요. 국물에 밥말아먹으면 맛있겟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가게에서 그러기 쪽팔려서 그러지 못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밥 안말아먹으려나.
  • The xian 2011/02/08 15:49 #

    저도 밥을 말아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국물만 마셨습니다.
  • 클랴 2011/02/08 10:44 #

    산쵸메.. 홍대에도 두군데 있지요.
    체인점 같기도 한데, 모두 자체적으로 국물 만들고, 일본 분들이 사장이신 것으로 보아, 한국 진출을 위한 절차등을 대행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챠슈가 푸짐하네요.. 침 꼴깍..
  • The xian 2011/02/08 15:48 #

    그런 곳인지도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괜찮더군요.
  • 2011/02/08 12: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 xian 2011/02/08 15:48 #

    2월 3,4주 주말 어떠신가요?
  • 2011/02/10 23: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 xian 2011/02/10 23:29 #

    예 그러면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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