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L 조지명식 비난에 대한 유감 by The xian

제가 보이콧중인 리그라 뉴스와 풍문으로 결과만 전해들었지만 어제 MSL의 조지명식 가지고 참 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그럴 만 하게 생겼더군요. 간단히 말하자면 우승자 권한으로 D조에 이제동, 이영호, 김택용, 염보성 선수가 한 조가 되어 말 그대로 D조는 죽음의(Death) 조가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택리쌍'중 적으면 한 명, 많으면 두 명이 소위 '광탈'을 하게 생겼으니 저 선수들의 팬들은 물론이고 졸지에 강자가 몰려 있는 조에 들게 된 염보성 선수의 팬들도 뒷목을 잡게 생겼지요.

그런 상황을 보면 저도 과거 이윤열 선수가 스타크래프트 1 중목에서 활동할 때에 갖은 죽음의 조에 들었던 적이 있어서 남 일 같지는 않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말년(?)만을 기억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조만을 봤겠지만 이윤열 선수만큼 죽음의 조에 많이 든 선수도 별로 없지요.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그랜드슬램을 이룬 다음 번 스타리그에서 박경락-임요환-이재훈-이윤열 조도 상당히 무서운 조였으며 심지어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조차 강민-이윤열-차재욱-마조작 조에 소속된 적도 있는 등. 들자면 정말 많은 죽음의 조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조편성을 보면서 뒷목 잡거나, 주최측을 원망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일부 사람들이 MSL 조지명식과 우승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정말이지 못 봐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우승자가 특정 선수들을 한 조에 몰아넣으니 포스가 없는 우승자라는 비하부터 시작해서 우승자 권한이 너무 세서 리그를 말아먹고 흥행을 망친다는 소리까지 나오더군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다른 선수 배려해주며 얌전하게(?) 권한을 행사한 우승자에게 재미를 모른다느니 우승자의 포스가 없다느니 하는 비난기사가 작성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뭐 그 전까지 별 문제가 없다가 우승자의 권한행사에 대한 시각이 조변석개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 우승자의 권한으로 이동된 선수의 이름값 때문이겠죠. 그리고 우승자인 신동원 선수가 첫 우승자인 관계로 그가 움직인 선수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아직 먼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것이 정서적으로는 용납될 수 있는 기준일지는 몰라도 그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리그의 정당성'이나 '프로정신, 룰'을 놓고 보면 그런 부당한 비난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기준입니다.

택리쌍. 누가 대단한 줄 모릅니까? 하지만 지난 MSL의 최강자는 택리쌍도 그 누구도 아닌 신동원 선수였습니다. 신동원 선수가 행사한 권한은 MSL의 조지명식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고, D조가 그리 만들어진 이유는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 중에 택리쌍이 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걸 부정하고 강자들이(?) 골고루 배치되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며 무슨 권리로 프로정신을 논하고 흥행을 논하고 심지어 우승자의 포스를 논하는지 의문입니다. 그건 논리가 아닙니다. 속된 말로,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드니까 맘대로 징징거리는 행동이지요.

아무리 택리쌍이 한 조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흥행이니 뭐니 갖은 이유를 대며 비난한다 해도 MSL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틸드래프트라는 방식은 분명히 MSL 조지명식에 독자적인 재미요소를 심어준 방식 및 기준이고, 무엇보다 전 대회 성적에 따라 권한이 나누어지기에 리그의 권위와 역사성과도 잘 들어맞는 제도입니다. 적어도 지금 MSL에서 자행하는 'KeSPA 랭킹 재배치' 같이 리그 진행 도중 대진을 외부의 힘을 빌려 엎어버리는 멍청한 행동에 비하면 스틸드래프트 권한의 정통성과 정당성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리그 재배치 같은 작위적 기준은 옹호하던 자들이 오히려 이제 와서 기다렸다는 듯 우승자의 권한이 과하다고 말하는 웃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이지요.


가만 보면 e스포츠 팬들 중에는 정말 오지랖이 넓은 사람 많습니다. 선수와 리그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수들의 밥줄이니 리그의 흥행이니 하는 것들을 팬들이 몸소 챙겨줘야 되는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분들은 그걸 상당히 언짢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걸 무조건 언짢아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e스포츠는 게이머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진 PC방 대회 등의 조그마한 대회부터 시작했고 중계권 사태니 승부조작이니 하는 건에서도 게이머들과 팬들을 배신한 KeSPA와 방송사들의 리그를 팬들이 계속 봐주고 있으니 그나마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가 지금껏 존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요.

그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팬들의 관심이나 개입이 어느 정도 과도하다 한들 이것만 가지고 뭐라고 하면 상당히 곤란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팬들을 빙자한 자들은 자기가 만족하는 방식이 아니면 리그의 재미를 포기했네 흥행이 안되네 이런 식으로 마치 자기가 전문가이고 객관적 잣대를 가진 양 위장하며 떠벌여대고 있다는 겁니다. 바로 이번 건같이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방식이 나올 때면 말이죠. 실제 그들의 사고방식은 일관된 것도 아니고 객관성을 획득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주관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방식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객관적이거나 역사적으로 공인받아 온 방식을 무리하게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지요.

그래서 걱정이나 염려가 아니라 '오지랖'이라고 한 겁니다. 진짜 걱정이나 염려를 하는 팬들까지 물을 먹이니까요.


흥행을 빙자하여 우승자의 고유권한 행사 자체는 물론 우승자의 실력과 자질을 폄하하기까지 하고, 심지어 어제의 조지명식을 프로답지 못하다는 식으로 매도하면서 전 대회의 시드자들 및 우승자들을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는 분들은 이제 그만 작작 좀 징징거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비뚤어지고 이기적인, 사회에 필요 없는 정신상태로 흥행이니 프로정신이니 운운하는 행태. 정말 꼴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 The xian -


덧글

  • Hwoarang 2011/04/08 17:21 #

    그냥 택리쌍을 좋아하는 팬들이 흥행이나 다른 것들을 핑계로 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꼼빠인 저도 사실 어제 뒷목 잡을 뻔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저는 우승자인 신동원 선수나 준우승자인 차명환 선수를 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그들이 그러한 결과를 만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흔히 이야기하는 까임을 당하는 것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한 것의 결과일 뿐이니까요.

    어쨌든 그들은 이렇게 한 결과로 32강에서 광탈을 당하지 않도록 좀더 노력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광탈이라도 당하면 이번 까임보다 더 심한 까임을 당할 것 같거든요..^^ 어쨌든 꼼빠인 저로서는 그냥 폭풍눈물만 흘리고 갑니다....-_-;;
  • The xian 2011/04/08 21:44 #

    그렇습니다. 핑계죠.

    우승자나 준우승자가 광탈하면 당연히 거품이라고 욕먹을 겁니다. 그들의 자업자득이니까요.
    그렇게 되지 않을려면 그들도 죽어라 연습해서 32강 뚫고 높은 곳으로 가야죠.
  • 담배상품권 2011/04/08 19:02 #

    피지알에도 좀 올려주세요 이거.
    골때려서 말이 안나옵니다.
  • The xian 2011/04/08 21:43 #

    요청은 감사합니다만 안 올릴 생각입니다.

    아무리 말해도 평행선을 달리는 자들이라 제가 어떻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KeSPA 랭킹 재배치가 MSL에서 공평한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는 자들을 제가 어찌 당하겠습니까?-_-
  • 지화타네조 2011/04/08 21:35 #

    꼬우면_우승하시던지.txt

    우승못해 권한행사 못한놈 잘못이지 월권행위를 한것도 아니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건데 말입니다
  • The xian 2011/04/08 21:45 #

    그러게나 말입니다. 택뱅리쌍이 높은 곳에 없으면 리그가 안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듯 합니다.

    과거에도 임요환 없이도, 이윤열 없이도, 최연성 없이도, 마조작 없이도 돌아갔던 리그인데 말이죠.
  • RoyalGuard 2011/04/08 22:15 #

    꼬우면 우승하던가...
  • The xian 2011/04/08 23:45 #

    더불어, 반대로 이런 대진을 만든 우승자, 준우승자에게는 '거품소리 듣기 싫으면 높은데 올라가든가'라고 해도 되겠죠.
  • 정수君 2011/04/08 22:26 #

    신동원과 차명환이 택리쌍을 한 조에 몰아넣은 건 그러려니 하는데,
    신동원이 D조 선수들에게 '딴조로 옮겨달라고 더 사정해보시지' 하듯 슬슬 간보는(?) 태도가 좀 별로더군요.
    적당히 하다가 말아야 하는데 그걸 너무 질질 끌어서. -ㅅ-;
    결국 냉랭해진 리쌍과 어헣어헣하는 코택과 '아, 몰라, 사정하기도 지쳤다' 하는 염메시의 모습만이. =ㅅ=;

    뭐, 이것도 다 지나가겠죠.
    어쨌든 간만에 보는 진짜 죽음의 조네요. ㅎㅅㅎ
  • The xian 2011/04/08 23:45 #

    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 태도로 팬들의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는 점은 분명히 헤아릴 필요가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권리를 폄하할 이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 정수君 2011/04/08 23:53 #

    사실 차명환도 같이 한 건데 신동원에게 이상할 정도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건 그런 이유도 좀 있을지도요. =ㅅ=;

    한 조에 밀어 넣는 거야 그러려니 하는 기분입니다.
    리쌍록은 좀 식상하고, 택동록이야 은근히 자주 봤고. 개인적으론 꼼택(…)이 어떨지 좀 기대되네요. ㅎㅅㅎ;
  • 나타라시바 2011/04/08 23:13 #

    뭐 이런 조도 있어야 재미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개인적으로 차라리 잘 된 것 같습니다. 어차피 8강, 16강에서 떨어져도 광탈 소리 듣는 친구들인데 팬들 입장에서는 빨리 50%가 결정나버리는 게 나아요.

    이렇게 되면 가장 암울한 건 역시 염보성의 팬들이겠지요. 이거 뭐 두명만 있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커리어도 클래스도 월등한 선수들이 3명이나 있으니 ㅠㅠ 정명훈이나 김대엽 정도라면 모를까 염보성이라면 객관적으로 매우 암울합니다 OTL
    이제동은 택뱅리쌍 중에 최근 프로리그 성적이 제일 안 좋았다는 게 흠인데… 아니 안 좋은 것 보다도 일단 김택용에게 많이 졌지요. 하지만 MSL에서의 전적은 이제동이 더 승률이 높으니 거기에는 기대해볼만 하겠습니다.
    이영호는 최근 프로리그에서는 가장 꾸준한 승률을 보여줬지만, 김성대와 김대엽의 활약 탓에(?) 나온 경기 수 자체가 적다는 변수가 있습니다. 경기 자체를 못 나와서 패배를 안 하고도 랭킹이 떨어질 정도이니 O->-<

    개인적으로는 이제동과 김택용이 치열한 접전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영호의 기세 (프로리그 오래 쉬는 동안 강해졌는지 삭았는지 여부) 가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염은… 지못미 ㅠㅠ
  • The xian 2011/04/08 23:46 #

    하긴, 제 주위에 있는 염보성 선수의 팬들은 죄다 뒷목 잡더군요.

    그리고 이런 조도 있어야 재미있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 rock bogard 2011/04/08 23:58 #

    전 이런 조가 나온 것이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지명식 이후의 커뮤니티 반응은 신동원, 차명환 선수를 욕 하는 의견이 많이 있더군요 ㅡ.ㅡ;;;; 이번 일은 마치 이영호의 크미스마스 벙커링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한에서 권리를 쓴 것인데(경기내에서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한 것인데) 팬심데로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별의별 트집을 잡아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만들려 한다는 점이 그렇네요.....
  • The xian 2011/04/08 23:59 #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사례인데. 팬들 뜻(?)대로 안 움직여 주니 참 갖가지 트집이 난무하더군요.
    당장에 PGR만 봐도 여러가지로 우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다른 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뭐 프로의 세계니까 이런 결과를 만든 신동원, 차명환 선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책임이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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