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의 합의가 가까왔다는 소식에 교차하는 만감 by The xian

- 오늘 약속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있는 와중에 지인이 보내준 이야기와 자주 가는 사이트의 관련글들을 보고 지재권 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스타크래프트 1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대해 공존의 시선이 아닌 분열과 대립의 시선으로 보는 쪽이 어떤 이들이었던가요. 지금 대한민국 e스포츠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KeSPA 관계자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들 아니었습니까. 스타크래프트 2가 나왔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 1이나 워크래프트 3 등의 배틀넷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도 '스타1을 죽여야 스타2가 산다' 따위의 제목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소송이 걸리자 명목상으로라도 협상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이들에게 대항해 그 동안 게임을 무단 사용하고 있던 주제에 "저작권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받는지 소송으로 가려보겠다" 했던 곳이 누구였는지는 다들 아시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권리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들은 죄가 없으니까요. 애초에 저는 스타크래프트 1 종목에서 노력하는 게이머, 해설진, 방송 관계자들을 폄하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전용준, 김철민 캐스터님과도 뵌 적이 있고 강민, 박용욱, 엄재경 해설위원님과도 안면이 있지요. 물론 그 분들이 저를 기억하시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저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열정에 충실하신 분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열정적으로 해설하는 경기를 왜 안 보고 싶겠습니까마는, 저는 지난해 5월 16일 이후로 스타크래프트 1 경기를 지금까지도 여전히 보지 않고 있습니다.


- 데일리e스포츠 등을 비롯해 일부 언론들은 대한민국 e스포츠 주체가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하는데 저는 그런 말을 볼 때마다 얼척없습니다. 리그를 강행한 것도 문제고 "그러면 우리는 10년간 게임 홍보를 해줬단 말이냐", "e스포츠의 중심에 있는 스타크래프트는 스포츠의 일환으로 많은 관람객이 함께하는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도 향후에는 공공재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스포츠는 이미 다른 스포츠들처럼 대중이 보고 즐기는 공공재적 콘텐트이므로 블리자드 측의 양보를 요망한다." 등등. 이게 저작권을 인정하는 이들의 말인가요.

아무리 뭐라고 변명에 책임회피를 한다 해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출범 이후 대한민국의 e스포츠 주체들이 스타크래프트라는 저작물을 '허락 없이 써 왔고', 그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으며' 그 동안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해 왔던'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조차 개발사를 착취해가며 여는 KeSPA가 지난날의 이런 잘못을 인정할 리는 없겠지요. 지금의 분위기에서 설령 합의가 된다 해도 스타크래프트 1과 2 종목 사이에 자유로이 선수가 오가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낙관적인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 저는 작년 트위터에 담긴 CJ 구단 관계자와 KeSPA 관계자의 망언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만일 합의가 되고 모양으로는 좋게 매조지되었다 한들, 지금의 기득권을 앞세워 그 때의 망언대로 '배신자 색출' '변절자' 운운하는 식으로 스타크래프트 2 종목에 몸담았던 이들 혹은 그와 관계 있는 이들을 배척하고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의 수준을 깔본다면 그런 자들은 저에게 사람이라 불리기를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 이제와서 이야기합니다만, 이윤열 선수의 프로리그 100승을 저는 아직도 영상으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눈에 기억된 이윤열 선수의 스타크래프트 1 종목 프로리그 승수는 신대근 선수와 투혼에서 맞붙은 2010년 4월 17일의 98승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리그 100승 이야기는 뉴스로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뉴스로 들었을망정 의미가 깊은 승리이니 나름 정성들여 축하글을 썼는데 저에 대해 보이콧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었던 자가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서 쪽지를 보냈더군요. 쪽지 말미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설마 진짜로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인가 하고 최근 반성하고 있었는데, 뭐 결국 제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분은 아니셨네요. 리플로 쓸까하다가, 괜히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것 같아 이렇게 쪽지로 보냅니다^^;" 라고요.

솔직히 말해 그 쪽지를 받은 순간에는 눈 앞에 있었으면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죽일 만한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흘리개 얼굴로 아마추어 이윤열이라고 TV에 나온 이후 그랜드슬램에 매료되고, 제 마음에 합한 유일한 프로게이머로 삼고 그의 팬이 되었고, 그를 위한 글을 쓰고 마음을 다하며 경기를 바라보며 거의 10년을 바라본 팬이, 이 불합리한 현실을 목도할 수가 없어 뉴스로밖에 반가운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프로리그 100승 경기조차 생방은 고사하고 다시보기라도 보고 싶은 마음을 자르고 또 잘라내야 하는 아픔을, 그 애달픈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저에게 상식이하의 비난을 내뱉은 그 자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쓰레기만도 못한 자가 뭐라고 떠들든 오늘도 제가 경기로 기억하는 이윤열 선수의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 승수는 여전히 98승입니다.


- 사실 어떤 면에서는, 개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제가 한이 맺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의 저작물이지 제 저작물이 아니고 블리자드가 제 회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 쪽지로 보내온 헛소리 외에도 어떤 지각없는 분들은 저더러 블리자드 장학생이라도 되느냐는 식으로 있지도 않은 트집을 잡기도 하고 와우폐인이라고 비난하기도 하는 등 참 저도 여러 곤욕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되도 않는 비난에 대해 증오를 가져 봤자 저에게 득이 될 것은 없는 노릇이고, 내 것이 아니었으니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요.


- 만일 스타크래프트가 제 저작물이었다면 저는 끝장을 봤을 겁니다. 망해도 제가 망하게 만들고 흥해도 제가 흥하게 만들지, 남이 내 허락 안 받고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해 돈을 벌고 나서 이제와서 자기가 주인인 양 행세하는 꼬락서니는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봐줄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생각해 보면 저는 아무래도 큰 돈을 만지는 장사꾼이 되기는 글러먹은 것 같군요. 뭐 어쩌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살아야지요.

어차피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없었으니 어떻게든 싸움이 끝나고 정말 Win-Win 할 수 있다면 그런 결정을 받아들여야겠지요. 세상이 저의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제가 언짢다고 저의 바람대로 바뀌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제가 그런 것들을 견딜 수 없다면 제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접고 게임 콘텐츠 관련 일도 접으면 그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상처를 받는다 해도 모두 안고 가면서 남아 있어야겠지요. 어쨌거나 지금의 감정은 매조지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바라볼 뿐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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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ir of the xian : 황당하네 2011-05-10 22:13:36 #

    ... 나도 명색이 게임업계인이고 e스포츠 및 게임 전문 칼럼니스트이고 비록 보수는 한 푼도 안 나오지만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이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는데, 이 글을 똑같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현실을 직시하라'는 헛소리를 들었다. 한마디로 이따위 경우를 당했다는 이야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 ... more

덧글

  • 2011/05/10 04:1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 xian 2011/05/10 11:51 #

    뭐 아직 공식발표는 아니니 두고보죠.

    그리고 그 작자에 대해서는 사람으로 취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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