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TV의 합의도 없고 원칙도 없는 블리자드컵 원칙 변경 비판 by The xian

먹고 살려고 아둥바둥하다 보니 여러 가지 소식들을 요즘 놓치고 있습니다. 상황을 보아 하니 약 1주일 전 블리자드컵의 개요가 발표되었더군요. 뭔가 의아한 마음에 제 기억을 되짚어 보았더니 연초의 계획과 약 1주일 전에 발표된 개요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구 원칙이 존재하는 곰TV 홈페이지와 최근 기사를 보고 나니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개요가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개벽을 했더군요. 뭐 원칙이 달라진 것 자체만 가지고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문제점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기존의 GSL 랭킹 포인트 1~10위가 참가하는 방식에서 해외대회 우승자들이 블리자드컵에 참가하는 것으로 변경.
- 자연히 기존의 GSL 랭킹 포인트 4-10위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참가 권한이 없어짐.
- 원칙 변경 과정에서 GSL에 출전 중인 선수 및 게임단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통보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

그로 인해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이미 블리자드컵 출전을 확정한 정종현 선수조차 이 지각없는 행동에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요.(기사보기) 물론 블리자드컵의 변경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약 넉 달 전에 MLG에 다녀온 채정원 운영팀장의 인터뷰(기사보기) 를 보면 블리자드컵의 변경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기는 했으니까요. 링크를 보지 않으실 분들을 위해 블리자드컵과 관련된 일부 항목을 옮겨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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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으로 GSL의 월드챔피언십을 MLG 같은 모델로 발전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각국에서 GSL 월드챔피언십 대회를 하고, 마지막에 한국에서 파이널을 하는거죠. 사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습니까?

A: 아, 그런 그림도 참 좋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해외에서 결승전을 한 번 하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그리고 올해 하반기 10월까지의 일정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11월~12월에 국제 대회가 하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국제 대회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죠. 아,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블리자드컵이에요. 그걸 바꾸려고 합니다. 전세계 스타크래프트 2팬들의 축제와도 같은 대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가능성은 정말 많네요. 깜짝 놀라실 겁니다. 사실 올해는 원년이니까 힘들어요(웃음). 아무도 안 했던 대회들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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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변경 의도를 사전에 내비쳤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절차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를 구하거나 통보가 없었다고 선수가 지적하는 사태가 발생할 정도면 사업권자가 아마추어보다 못한 행동을 한 것이지요. 더구나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글로벌 대회와의 교류를 빌미로 이미 존재하는 승격강등전 규정을 무시하고 리그 진행 도중 GSL Mar. 의 승격 강등전 결원 IEM 대회 우승자로 하겠다고 발표하고 숱한 반대에도 강행했던 일이 있었지요.

물론 어떤 분들은 블리자드컵이 그냥 이벤트전인데 주최측이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블리자드컵이 이벤트전이라 한들. 블리자드의 이름을 걸고 하는 대회이고 블리자드의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권자가 주최하는 대회라면 그 권위는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대회일 것입니다. 사전에 규정에 대한 발표가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 규정을 정해도 제 알 바 아니겠습니다만, 이미 연초에 발표한 대회 방식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런 분들께서 이미 공개된 원칙을 아무 합의절차 없이 뒤집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행동을 해 놓고 이제와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이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주최하는 리그의 공신력은 누군가가 선물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아서 무너뜨리려고 하시니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진정한 국제대회로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미 설정된 계획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지금 참여 중인 선수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변경의 필요성을 역설했어야 합니다. 열린 리그를 만든다면 이런 현안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논해야지요. 그리고 열린 리그가 아니라 해도 당초 발표된 원칙의 변경은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프로의 자세는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프로의 기본'을 못 지키는, 과거부터 잊을 만 하면 보여 왔던 e스포츠 주체들의 모습을 곰TV도 답습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곰TV는 무려 '블리자드'의 이름을 내세운 블리자드 컵의 원칙을 무단 변경하여 스스로 리그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상황과 시류라는 말은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고, 사업권자로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해 팬의 의견과 국내외의 e스포츠 트렌드를 읽을 때에 사용하는 말이지. 이번 일처럼 당신들의 기본이 실종된 행동을 덮는 변명과 핑계로 삼으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직 국내외에서 도약해야 할 부분도 많고 기존 e스포츠 종목의 인지도와 인기를 뛰어넘는 일도 필요한, 해야 할 일이 해 놓은 일보다는 많은 분들이 요즘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역량과 성과를 과도하게 생각하여 자고하는 오만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도 상당히 가당찮은 일이고요. 기존 e스포츠판에서 숱한 시행 착오를 거친 것들을 비판하며 새로운 주체로 나선 분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 진흙탕에서 계속 뒹굴고 계시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고, 요즘 몇달째 때로는 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때로는 너무 있어 보이려 하다가 기회를 잡는 데에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가 요즘 저부터도 좀 정신 차리기 위해 입으로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이지요. 그 말을 e스포츠에 적용시킨다면, 무언가 있어 보이려는 선택. 무언가 외형적으로 뽀대나는 선택. 뭔가 있어 보이지만 내실은 없는 단체. 이런 것보다 견실하게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나아가 팬들과 선수들, 사업자와 방송사들이 원하는 접점을 찾아가는 일. 그것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e스포츠에는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스타1, 스타2는 물론이고 e스포츠계에서 종목과 주체를 초월하여 보이는 행동들은 죄다 기본이 실종된 일들이더군요. 어찌 그렇게 과거의 시행착오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패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도 않고 편하게 자기 기득권 유지하며 갈아타려는 모습을 보이는 주체들도. 리그를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알고 원칙을 멋대로 주무르면서 참여하는 선수나 관계자들을 우습게 아는 주체들도 공히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식의 행동들을 하는 그네들의 명찰을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일갈하며 떼어버리고 싶은 것이 요즈음의 마음입니다.


- The xian -


덧글

  • 2011/10/13 13: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 xian 2011/10/13 20:59 #

    아마추어도 이딴 짓은 안 하죠.
  • Find 2011/10/13 17:08 #

    채정원 팀장의 인터뷰를 봤던지라 블리자드컵 공지가 떴을 때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었죠. GSL포인트 보면서 누가 갈까 기대하고했었지만 글로벌이라니까 그럴수도 있겠다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선수들과 이야기 되었을거라 믿었었는데, 이번 정종현 선수의 인터뷰에서 선수와 팀에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걸 아니까 굉장히 충격이네요.
  • The xian 2011/10/13 20:06 #

    저도 의도는 그럴 수도 있겠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프로로서의 기본 일처리가 안되었다는 건 멍청한 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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