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교육장에 환독이 만연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by The xian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기에 늦은 나이에 민방위 1년차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정신교육 겸 좋은 말을 해주는 강사님이 있다고 해서 첫 시간을 듣는데 특강 제목이 '국학특강'입니다. 뭔 특강인가 해서 반쯤 졸린 눈으로 듣고 있는데 올바른 역사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말하는 강사님의 첫마디부터가 범상치 않으시더군요.

"3년 동안 췌장염을 앓았는데 단학의 힘으로 6개월 만에 나았습니다."

아 예. 뭐. 그분의 인생경험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 말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예상했던 말들 혹은 그 범위에 있는 듯한 말들이 조목조목 나오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말들 중에는 거짓도 있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식의 클리셰도 있겠지만 말이죠.) 제가 듣기에 몇 가지 걸리는 내용들을 요약하자면.


- 역사서를 이야기하면서 '환단고기, 단기고사' 등이 이야기가 나오고(사실 이때부터 100%죠.) 3대 경전 운운하면서 '천부경' 등을 입에 담으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철학이 세계적이라고 말합니다.

- 한글 뿐만 아니라 한자도 한민족에게서 기원했다고 주장합니다(이건 뭐 블리자드 스케일 저리가라군요!!)

- 한민족은 하늘의 뜻을 따라 사는 천손(天孫)이고 다른 민족은 세상의 뜻을 따라 사는 지손(地孫)이라고 주장합니다.

- 아리랑과 도라지 타령이 도를 깨닫는 노래라고 주장합니다. 가령 '도라지=도(道)를 알지'라는 주장이지요.

- 대한민국 지금 사학계가 그들이 말한 역사서 및 경전 등을 무시하고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있으며, 일제 강점기 때에 일제가 우리 역사를 은폐, 왜곡했다고 주장합니다.

- 아베 노부유키(마지막 조선총독)가 했다고 알려진 다음 말을 인용했는데, 문제는 이 말이 소위 '환빠'들이 애용한다고 알려진 주된 레퍼토리인데다가 그가 직접 말했는지도 출처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되는 말이라는 점이죠.

"우리는 패했지만 한국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한국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한국민에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으며 찬영했지만 현재 한국은 결국은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뭐 어쨌거나. 저도 저보다 먼저 교육받은 후배들이나 직장 동료 등등에게서 민방위 교육장에 환독이 만연하다는 이야기는 전해들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그 시간을 넘어갈 수는 있었는데, 역시 직접 들으니 참으로 기분이 묘하더군요. 더군다나 그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를 가 보니 민방위 교육장 뿐만 아니라 다수의 현역 군대에도 강연을 나가는 것 같아 국가 정체성이 우려될 정도입니다.

뭐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군대나 민방위 교육장의 정신교육 시간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하찮기에 이런 자들을 데려다가 떠들 자리를 주어서 겉으로는 그들의 민족역사(?)를 대우하는 것처럼 위장전술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The xian -


P.S. 이 블로그의 공지사항에도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 신념과 이성이 아닌 맹종이나 절대적 지지를 바라는 사람
(주요사례: 환빠. 마재윤 광신도, 타진요, 셧다운제 광신자 등등.)


은 사절합니다. 경고를 무시할 경우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천지화랑 2012/03/06 18:18 #

    얼마전에 모 부처 차관이랑 식사 할 일이 있었는데, 하시는 말씀이 "우리 민족은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옛날 신라 사람들은 나라가 망하니까 그냥 그 땅에 앉아있지 않았어요. 대륙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금나라를 세운 게 신라인들이에요."

    그냥 머엉....
  • The xian 2012/03/06 21:13 #

    차관이란 작자가 그따위랍니까?-_-;; 미쳤군요.
  • 화성거주민 2012/03/06 21:54 #

    대한민국이 아주 그냥 조뙈버렸군요..ㅠㅠ
  • draco21 2012/03/06 18:26 #

    늦긴 하지만 참으로 서서히 넓게 퍼져나가는군요. 무서운 지경...
  • The xian 2012/03/06 21:13 #

    퍼진지 꽤 됐습니다.
  • 존다리안 2012/03/06 19:08 #

    진짜 나치스는 한국에서 부활할지도 모릅니다
  • The xian 2012/03/06 21:14 #

    이게 나치스죠 뭐.
  • 아야소피아 2012/03/06 19:19 #

    가장 무서운 조합 중 하나가 군+국수주의인데, 이거 참;;
  • The xian 2012/03/06 21:13 #

    이건 뭐 저열하기로는 파시즘과 나치즘 수준이죠.
  • shaind 2012/03/07 00:32 #

    우리나라에서 환독이 소수 환빠집단 바깥으로 퍼져나간 최초의 장소가 바로 군대입니다. 80년대초에요.
  • 모노리스 무전병 2012/03/06 19:53 #

    ....3차 세계대전은 저런 사람들때문에 일어날것같아서 무섭습니다.
  • The xian 2012/03/06 21:13 #

    정말 그럴까봐 두렵습니다.
  • 매드캣 2012/03/06 20:03 #

    워낙에 멘탈이 약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데 쉽게 홀리는 사람이 많다는것도 문제지요.
  • The xian 2012/03/06 21:13 #

    제가 지금 유리멘탈인데, 이야기 수준이 너무 조잡해서 저런 조잡한 이야기에 홀리고 싶지는 않더군요.
  • 리얼스나이퍼 2012/03/06 20:57 #

    우리 고대사를 되도록 전부 한반도 안에 쑤셔쳐넣고 실증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왜곡해서 어떻게든 역사를 축소, 비하하는 식독보다야 훨씬 나아보이는군요.
  • The xian 2012/03/06 21:10 #

    당신의 날조 발언이 허용되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공지한 사항을 무시한 데에 대해 그만한 댓가가 있을 테니 그리 아시지요.
  • FlakGear 2012/03/06 21:11 #

    나치즘이 우리나라에서 부활하겠군요. 민방위에서 저런 교육을 시키다니... 정말 말도 안돼는 일이;;;

    그나저나 어디서 듣기를 허무주의에서 나치즘이 탄생했다고 하던데... 사실 우리나라서 허무주의적인 생각들이 곳곳에 내포된 듯한 느낌도 들기야한데...
  • The xian 2012/03/06 21:12 #

    인생에 허무감을 느끼는 거야 뭐 저도 느끼는 것이니 그럴 만 하지만.

    지금 하는 짓 보면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구실로 군이라도 움직일 요량인가 봅니다.
  • 클리닝타임 2012/03/06 21:34 #

    민방위만 그런가요. 정훈교육에 대놓고 치우천황이 나오는데요 뭐.
  • The xian 2012/03/07 00:06 #

    그런 식으로 부분부분 끼어드는 거야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만(동원훈련 정훈교육때도 본 적 있으니)

    아예 한시간을 이렇게 할애할 줄은 저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 화성거주민 2012/03/06 21:56 #

    07년에 입대했으니까, 한 5년 되었는데 논산 육군 훈련소 기초 군사 교육과정 거의 마지막에 역사관 견학이란 걸 시켰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50여명의 단군이 뙇! '자랑스러운 한국역사'를 기록한 환단고기의 내용이 뙇!

    속으로 한숨이 나오더군요. 신분이 신분인지라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ㅠㅠ
  • The xian 2012/03/07 00:07 #

    저 때에는 없었던 과정입니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군에 환독이 아주 쩔었군요.
  • 초록불 2012/03/06 22:48 #

    그런데서 환독에 감염되는 분들도 있더군요. 참 답답합니다.
  • The xian 2012/03/07 00:07 #

    아무리 군대 정신교육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지만, 미칠 일이죠.
  • 눈시 2012/03/06 23:03 #

    어디서 하는 말이니까 사실이겠지, 누가 한 말이니까 맞겠지
    이런 식으로 감염되는 사람들도 참 많죠 -_-;
  • The xian 2012/03/07 00:07 #

    권위에 약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니 그렇습니다. 저도 어쩌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짓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 존다리안 2012/03/06 23:25 #

  • The xian 2012/03/07 00:08 #

    본 적 있습니다. 그 때에는 보고 웃기만 했는데 지금은 웃을 수만은 없게 생겼네요.
  • 萬古獨龍 2012/03/07 08:52 #

    왜들 그리 크고 알흠다운걸 좋아하는지.... 그러다 개꼴된 나찌랑 일본제국은 저치들에게 아오안이겠지만요
  • Grazzie 2012/03/07 15:01 #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으며 찬영했지만] 현재 한국은 결국은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오글오글오글

  • 메이 2012/03/07 16:23 #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런 일이 국가의 군조직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아니 실제로 겪으신 일이니...정말 큰 일입니다.
  • 곰돌군 2012/03/07 16:42 #

    음... 꽤 심각하군요.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마광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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