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조각조각 부서졌습니다. by The xian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작년에 가진 여덟 달의 공백기 이후 다시 회사 생활을 하는게 어려웠더랬습니다.

알던 일도 다 까먹고 잘 하던 것도 하나둘씩 틀리고 하는 한심한 일들이 반복되다가 조금씩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 멈춰 가기에 이제 그래도 조금은 적응되어가나 싶었는데 오늘 연달아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군요,

해야 하는 일은 제때 못 끝내고,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보였던 문제가 알고 보니 제가 잘못한 문제였고.
중학생 정도 수학만 알아도 할 수 있는 일에서 버벅대기나 하고, 정작 해야 할 것은 손 놓고 있고. 아아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런 주제에 다른 사람 잘못인 양 뭐라고 말하고. 마음 속으로 욕이나 주워섬기고 있었으니 이 무슨 하찮은 꼬라지랍니까.

다른 사람들 다 돌아가고 밀린 일을 하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데 그게 모두 제 책임이거나,
혹은 제가 가장 문제가 있는 것으로 원인이 파악되니 정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
이런 놈이 무슨 기획을 하고 무슨 장사를 한다는건지, 그 오만함이 어디까지인지 감이 안 잡힙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통곡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도 안 나올 정도입니다.
손으로는 일을 하고 있으되 머리는 안 돌아가고 마음은 조각조각 부서진 느낌입니다.
(아니, 사실 그건 오후에 밀린 일을 할 때부터 그러기는 했지요.) 멘탈붕괴라는 말은 너무 약하네요. 지금 상태를 표현하기에.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오랜만에 느낍니다. 참 인간이 보잘것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이럴 때에는 무엇도 위로가 안 됩니다. 술을 마신다고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고 해도 위로가 안 됩니다.
다른 무엇도 다 귀찮고, 필요 없고, 굳이 비유하자면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 이것과 비슷하겠지요. 아마도.


물론 제가 죽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살로 인생을 끝맺어 봤자 좋아할 작자들은 마귀의 추종자들 뿐이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정신상태로 일하다가 내일(아니, 오늘) 추가 사고나 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입니다.
이 글도 평소 같으면 20분이면 썼을텐데 한 40분은 쓴 듯 합니다. 평소엔 한두 번 오타 나는데
이건 뭐 단어 하나하나 칠 때마다 오타가 나니 정말 글 쓰다가 키보드 부셔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서 못 견디겠네요.

누군가의 말처럼, 제가 조금만이라도 무던하고 뻔뻔하다면 이런 것으로 상처를 덜 받을까요?
글쎄요. 저는 지금도 제 자신이 충분히 무던하고 충분히 뻔뻔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기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덧글로 마음 쓰는 일 없으시도록. 이 포스팅의 덧글과 트랙백은 닫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죽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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