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잡담 by The xian

- 야만용사나 수도사가 불지옥에서 멘붕하네 헤매네 뭐네 하고 밸런스가 어쩌네 저쩌네 하는 것보다 제가 디아블로3에 대해 가장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작에 뻔히 있는 기능들 - 예를 들어 아이템 스왑 기능 - 을 왜 넣어주지 않았느냐. 입니다. 더욱이 스킬을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가능하게 했다면 그런 시스템들을 확장시켜서 스킬도 단축키에 따라 스왑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방 만들기를 비롯한 커뮤니티 관련 부분도 어렵고, 뭐 이것 뿐만은 아니겠지만, 큰 걸 만든답시고 작은 것은 많이 잊어버린 건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끝맺음이 많이 아쉽습니다.


- 반면 제가 좋게 보는 것은 스토리가 게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시간축을 줄이고, 메인 혹은 서브 스토리와 같은 것들을 게이머가 찾아서 읽으면 경험치 혹은 그에 맞는 보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역시 글쟁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일단 눈길이 가더군요. 그리고 다른 점은...... 전투가 재미있습니다.(물론 지옥이나 불지옥 난이도는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 디아블로3과 관련해 소위 마니아 계층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저는 대단히 불편합니다. 아무리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고 사람들은 자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전작의 기억으로 후속작을 깔아뭉개는 행동은 도가 지나치고,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략 사실이 퍼지니 사람들이 기고만장해져서 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특히 적잖은 사람들이 말하는 스탯, 스킬을 찍는 재미를 없앴다고 자유도를 줄였다는 식의 말을 보고 저는 정말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기분이었습니다. 하하. 스탯, 스킬포인트 찍는 게 자유도가 높은 시스템이었나요? 스탯은 확실히 사장된 시스템이고 스킬 포인트 역시 점점 간소화되는 추세 아닙니까. 디아블로 시리즈 후속작이 12년 만에 나오니 소위 '국민트리'아니면 스탯 스킬포인트 바보같이 찍는다고 욕하고 무시하고 텃세부리던 기억들을 잊지 못한 속내가 빤히 보이는 말들을 보노라니 참 나 원.


- 그에 못지 않게 화가 나는 건 불지옥 난이도에 대한 난리입니다. 밸런스 안 맞고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이 문제라는 건 아닙니다. 치명적 버그나 꼼수가 가능한 부분도 욕 먹어야 마땅합니다. 그런 말이야 당연히 많이 해야죠.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불지옥 난이도가 1주일도 안 되어 격파당했다고 무슨 불지옥을 전 국민 파밍장소쯤으로 안단 겁니다.

뭐? 불지옥이 '누구나' 파밍할 수 있는 난이도라고요? 이런 젠장할. 디아블로3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네들 같이 컨트롤 쩔고 아이템 쩔고 적당히 버그도 이용해 주시는 골수 마니아인 줄 아시나요? 아무리 자기 잘난맛에 사는 세상이라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말할 때에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동영상 올리고 불지옥 파밍이니 진행이니 하는 주제로 난리치는 사람들이 전체 디아블로3 게이머들 중 몇이나 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더 생각해 보시지요. 그리고 그놈의 6개월 드립 좀 그만 치세요. 게임 개발자들의 예상쯤이야 이젠 당연히 깨지기 마련이라는 것쯤은 아시는 분들께서 왜 그리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신지.

마니아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느니 소리를 할 요량이라면, 적어도 대한민국 프로게이머들 난이도에 맞춰서 게임을 내놓으면 어떤 게임이 나오고 과연 몇이나 제대로 즐기게 될지에 대해 머리를 통해서 한 번 생각 좀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 외에도 소위 마니아 계층 운운하는 자들의 작태에 대해서는 할 말은 많은데. 다 적는 건 시간낭비 같아서 본보기로 두 개만 말했습니다. 뭐 저도 누구 못지 않은 마니아로서 동족혐오라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런 작태가 많으면 많을 수록 신규 유저들이 학을 떼고 결국 게임에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은 뻔한 노릇이라는 게 문제죠. 게임은 대중문화 상품입니다. 마니아들은 게임의 수준을 높여주고 창조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들이지만, 게임이 마니아들의 입맛만 챙겨서 만들어지면 그 게임은 100% 망합니다. 게임은 마니아들이 칭찬해야 성공한다기보다는 멀쩡한 사람이 마니아가 되도록 만들어야 성공하는 겁니다.


- 지난 번 잡담에도 이야기했지만 디아블로3이 온라인게임이냐 패키지게임이냐 하는 이야기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저는 상당히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구분법이 2000년대에 정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디아블로3과 같은 게임이 흥행을 크게 한 적이 없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 봅니다.

과거 인터넷이 막 들어왔을 시절에야 온라인 플레이 가능 유무가 패키지 게임, 온라인 게임의 기준이었지요. 그러나 요새처럼 온라인 기반 플레이가 주된 양상이 되고 스팀, PSN 등을 비롯해 PC건 콘솔이건 패키지의 온라인 플레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처음 돈을 낸 다음에는 부가 요금이 없지만, 확장팩, DLC 등으로 수익을 얻으면 패키지 게임, 처음 돈을 낸 다음에도 월정액 혹은 게임에 영향을 주는 부분유료화 아이템 등의 부가 요금으로 수익을 얻으면 온라인 게임으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게임의 트렌드도 정의도 바뀌어 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패키지 게임 인식은 제자리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디아블로3을 다른 MORPG들과 묶어서 이야기하던데 제가 보기엔 PC 온라인 게임이 주류인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는 구분법일 뿐입니다. 심지어 몇몇 커뮤니티를 비롯한 곳에서는 MMO건 MO건 RPG니 디아블로3을 온라인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그런 막무가내 심보는 뭔지 모르겠더군요. 아니 무슨 PC게임 RPG 장르가 태초부터 온라인이었답니까? 온라인 게임을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 대한 정의를 흐리게 할 바엔, 차라리 디아블로는 디아블로일 뿐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 LOL에 치이고 디아블로3에 휩쓸려 외산 게임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니 애국심 마케팅이 솔솔 고개를 들더군요. 그렇게 묻어가서라도 떠보려고 하는 게임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야 가엾고 딱하니 그냥 봐주고 넘어가고 있습니다만 그럴 필요도 없는 게임에 대해서까지 그런 낡아빠진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작태는 정말이지 이해불가입니다.

정말 토종게임 운운하려면, 최소한...... 디아블로3 현지화 수준만큼 한글을 올바르게 쓰려고 노력이라도 해보고 나서 토종게임 운운하시든지요. 체통을 좀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외국 게임이 대한민국 게임보다 한글 잘 쓴다는 소리 들으면 자존심 안 상하십니까.


- The xian -


덧글

  • Shenzi 2012/05/23 21:36 #

    그냥 속편하게 즐기면 될걸 왜 쓸데없이 감정소모하는지
    MMO도 아니고 자기가 잡은 캐릭터 성능 떨어진다고 징징대는게 이해 안됨
    블리자드가 욕먹어야 될건 서버사태 뿐이라고봄
  • The xian 2012/05/24 10:58 #

    뭐 서버는 기본이고 욕 좀 먹을 게 꽤 있긴 하지요.

    그러나 쓸데없는 데에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건 블리자드 뿐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 자이드 2012/05/23 22:03 #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롤에 치이고 디아블로에 휩쓸린 현 상황은 도리어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 The xian 2012/05/24 10:58 #

    당연한 결과지요.
  • 겨울나기 2012/05/23 23:46 #

    헬 바알까지 좌우클릭하면서 클리어하는 것도 귀찮아서 헬카우 뺑뺑이 돌면서 레벨업시킨 캐릭으로 트롤링 트리 짜다가 얻어걸린 몇몇 효율 쩌는 스킬트리를 예로 들면서 '스탯과 스킬 부여의 자유가 있던 시절이 좋았다'고 합리화시키는 종족을 설명하는 단어가 매니아는 아닌 듯 합니다.

    ...이 리플을 피지알에 달았어야 했는데 레벨업해서 못 달았죠.
  • The xian 2012/05/24 11:01 #

    명쾌합니다.

    스킬 포인트나 특성조차 이제 새로운 트렌드에서 밀려날 위기인데. 스탯 일일이 부여하는 시스템을 자유도 운운하는 광경을 보면 팬심에 가려져서 객관성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불법 프로그램으로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는 과거가 좋았다는 말은 어이 상실이더군요. 마치 스타1이 크랙이 있었으니 그렇게 흥행했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원...
  • 방울토마토 2012/05/23 23:46 #

    그리고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를 시켜서 너프 오브 레전드의 뒤를 이을 느낌..
    엔씨가 조금 좋아할라나요?

    오늘 너프로 인해 이제 디아3를 까는 목소리가 꽤나 커졌습니다..
  • The xian 2012/05/24 11:02 #

    개인적으로는 너프될 만한 기술이 너프되었다는 생각 반, 어이없는 너프가 있었다는 생각 반입니다.

    불지옥 난이도를 사람들이 더 컨트롤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야지 생존기에만 주력하게 하거나 근접캐릭터를 원거리로 전향시키는(?)일까지 발생하게 만드는 건 아닌 듯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어쩌니 저쩌니 해도 엔씨가 좋아할 일은 글쎄올습니다. 입니다.
  • Collecter GP 2012/05/24 00:35 #

    이번에 생긴 레벨업 시스템은 저도 정말 맘에 들더군요. 스탯이니 스킬이니 한정되게 찍게 둬서 전작은 뭐 육성법이랑 안보면 망캐취급당하기 딱이니..

    다만 스킬의 스왑기능이 없을뿐더러, 스왑 개념자체를 막아둬버려서(바꾸면 쿨타임 생기죠)전작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스킬제약이 생기는게 좀 걸리는건 사실입니다[..
  • The xian 2012/05/24 11:03 #

    스킬 스왑기능이 없는 건 저도 이해불가입니다.
  • 도끼 2012/05/24 10:17 #

    스킬은 다양하고 알차게 준비되어 있지만 그걸 골라서 쓰려고 하면 정말 쓸게 없어지는 단점이 가장 신경쓰이더군요. 스킬 두개만 더 고르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게임은 재미있었지만 유저를 억압하고 불편한 상황을 강제하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디아블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을 이겨내는 게임이 아니었거든요.
  • The xian 2012/05/24 11:03 #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다른 게임 같았으면 3,4번 단축키는 캐쉬 아이템으로 팔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 청풍 2012/05/24 11:47 #

    스킬은 진짜 배치자유 옵션까지 달아놓고 스왑을 안해줬죠...근데 사실 그거 스왑하게 해주면 밸붕될거 같기도 합니다. 마갑/다이아스킨으로 방어도 채워가면서 스왑해서 소환수랑 마법무기로 데미지도 뻥튀겨 놓고, 블리자드로 얼리고 서릿발로 얼리고 독드라 깔고 텔레포트 해다니고...으아아아...밸런스 맞추는거야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스텟은 뭐, 자유도가 높으면 좋을 수도 있긴 합니다. 정석트리를 제시하고 자동업뎃 할래 아니면 니가 올릴래 선택 가능하게 하면..
    연막 너프는 당연한건데 제가 악사를 잡자 마자 너프하니 좀 억울하기도 하네여..ㅋㅋㅋ
  • The xian 2012/05/27 10:19 #

    너프될 것이 너프되는 부분도 있긴 한데. 문제는 사전에 테스트해서 막았어야 할 부분들이라는 게죠.
  • 메이 2012/05/24 13:40 #

    새로운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거에 것에 매달려 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죠.
  • The xian 2012/05/27 10:18 #

    그렇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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