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팬들은 고인능욕 당하는 기분일 듯 합니다. by The xian

어제의 스타리그 이영호 vs 이영한 8강전 이야기입니다.

2세트에서 이영한 선수가 경기중단을 요청한 후 이영한 선수가 경기 시작 전 고정키를 확인하지 못한 과실을 밝혀낸 것 까지는 괜찮았지요. 여기에서 주의 조치를 한 다음 경기를 속개하는 판정을 내린 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경기 속개가 안 되고. 선수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심판의 개드립이 터집니다.

"세이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재경기를 선언하겠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 심판이 지겠다"

뭘 어떻게 책임진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번 판정과 관련해 심판은 "판정에 대해서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밝힐 수 없다"라고 한 것도 모자라 잘못된 판정의 최대 피해자인 이영호 선수에게는 명령조의 말투로 재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쯤 되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지죠.

자.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판정 번복이 문제입니다. 심판 판정에는 토를 달 수 없지만, 심판의 귀책사유로 판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 참으로 얄궂습니다.

둘째. 판정 번복이 정당한 사유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 및 심판의 귀책사유로 인해 번복되었습니다.

셋째. 심판의 고압적인 태도가 문제입니다. 경기를 그 지경으로 만든 주제에 명령조의 고압적 행동을 하면서 말로는 '자신들의 실수인데 재경기를 할 것이고 이후 판정에 대한 책임은 다 자기가 지겠다' 입니다...... 당신의 목이라도 내놓으시게요?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전의 동일 사례나 판례와 전혀 일관성이 없습니다. 이지훈 감독 말에 의하면 이영한 선수와 비슷한 경우를 대회 예선에서 겪었을 땐 몰수패였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 정전록 때는 이제동 선수의 우세승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엔 재경기입니다. 참으로 개판친 날입니다. 대회 주최자로서 기본이 되어야 하는 판례 보관 및 숙지도 안 되어 있다는 거지요. 십여년 전에 있었던 일도 아니고 불과 3년 안쪽에 있었던 일과도 일치가 안 됩니다. 실종된 기본을 돌려놓을 생각 자체가 없나 봅니다.


저는 KeSPA가 팀이 해체되고 방송국이 없어지면서, 해외 단체와 제대로 교류를 맺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듣자하니 팬사이트 및 커뮤니티 대상 간담회도 열었다 하기에 그네들이 쥐꼬리만큼이라도 대한민국 e스포츠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역시나 예상대로였습니다. 아직도 그네들에게는 위기의식이 그냥 발등 정도만 따갑게 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 듯 합니다. 정전록이 발생했던 MBC게임이 없어지고, 하나 남은 온게임넷의 스타크래프트 리그 광고에 몇 광고 걸러 박태환이 햇반춤을 추는 상황이 되어도, KeSPA는 자기네 목에 칼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하기사. 달라지겠다고 말로만 했지 기껏해야 보여주는 행동의 뉘앙스는 한 꺼풀 벗겨 보면 실질적인 건 하나도 없고 '앞으로 잘하겠으니(?)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따위였으니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는 않겠네요.


제가 글 쓴 제목 그대로. 어제 이영호 선수와 이영한 선수의 경기를 본 e스포츠 팬들은 고인능욕 당하는 기분일 듯 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그리고 KeSPA의 방만한 운영에 의해 생명을 상실해 가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제대로 유종의 미를 거둬도 모자랄 판에 마지막까지 이따위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죠. 모름지기 스포츠란 연륜이 쌓이고 기록이 쌓여 가면서 더욱 성숙해 가며 권위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니던가요? 기록을 무시하고, 레전드를 홀대하고, 새로운 개척과 변화에는 굼뜬 주제에 선수들과 팬들이 거름이 되어 만들어 낸 익숙한 이슈만 울궈먹으며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려 하는 작자들의 같잖은 역량이란, 가히 알 만한 것일 수밖에요.


- The xian -


덧글

  • 레인 2012/06/27 01:27 #

    게임을 사업으로도 볼 생각이 없고 그냥 밥벌이 직장으로만 판단하는 소갈머리에 이제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후.
  • The xian 2012/06/28 09:39 #

    직장으로 판단해도 이렇게 하면 안 되죠;;
  • 불개신 2012/06/27 02:05 #

    그거 울화통이 치밉니다...크핰~
  • The xian 2012/06/28 09:40 #

    직관 간 사람들은 분노가 극에 달했더군요.
  • 츤키 2012/06/27 07:40 #

    안그래도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영호 선수가 해드셋을 던졌다고 한 것 같은데..
    진짜 선수들만 교육 받으면 뭐하나요 심판은 더 냉철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해야하거늘..
  • The xian 2012/06/28 09:40 #

    그런 게 하나도 없으니 문제죠.
  • 밴더 2012/06/27 07:59 #

    어제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대충 상황파악은 되더군요

    진짜 뭐하는 짓인지, 이넘들은 잊을만 하면 터뜨려주네요
  • The xian 2012/06/28 09:40 #

    보시면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 아르카딘 2012/06/27 10:13 #

    책임을 졌으면 옷을 벗어야지.
    게임이라지만 경기인 심판이 줏대가 없네요.
  • The xian 2012/06/28 09:41 #

    겨우 4경기 출장정지에 벌금 50만원이니...
  • 아크메인 2012/06/27 10:39 #

    책임지겠습니다=좀 쉬다 잠잠해지면 다시 나오겠습니다.
  • The xian 2012/06/28 09:42 #

    4경기니 조금은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리는지도요.
  • 화성거주민 2012/06/27 14:32 #

    심판이라는 존재가 경기에 문제가 없도록 진행을 책임지고 분쟁 상황을 중재하는 건데 어제 경기는 오히려 심판이 바보짓을 하면서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었죠.


    도대체 스타판에서 케스파 심판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존재의 이유를 상실했는데......
  • The xian 2012/06/28 09:42 #

    그냥 자기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게죠.
  • PASTA 2012/06/27 21:30 #

    그 경기 판정도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짓이였는데 책임을 진다는 말 듣고는 어이가 안드로메다 벽을 뚫을 수준이더군요. 그 따위로 일 만들어놨으면 심판 명함 반납해야지 반납 안하는 걸로 책임지시겠다? 책임같은 꼴값떨고 자빠졌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이영호 선수나 이영한 선수 둘다 상처 입었고 덧붙여 관계자나 팬분들 모두 상처입은 일입니다. 옷 안벗는 걸로 어떻게 책임질라고 그러실까요?
  • The xian 2012/06/28 09:44 #

    심판의 판정과 언행은 무거워야 하거늘. 다 가벼웠지요. 일관성도 없고. 권위만 부리기나 하고. 대체 뭐 하는 자들인지 모르겠습니다.
  • 메이 2012/06/27 23:20 #

    흐흐흐흐, 정말 가지가지하는군요.
  • The xian 2012/06/28 09:44 #

    끝물이라고 막가자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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