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띄워주기 - 결국 선수 하나 망치는 길입니다. by The xian

사실 손연재라는 선수에 대한 언론의 띄워주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미리 설명해 두고 넘어가자면 손연재 선수의 띄워주기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지요. 급이 다른 선수라 대립관계를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손연재 선수가 제 2의 김연아라거나, 리듬체조계의 김연아라는 칭호를 받게 된 경위는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지요. 일단 한 가지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김연아 선수가 주목받은 이후 비인기종목에서 등장한 선수들은 굳이 손연재 선수가 아니더라도 제 2의 김연아라는 식의 칭호를 달고 언론에 알려지는 것이 그 당시에는 관례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손연재 선수가 과거 김연아 선수가 소속된 IB스포츠에 소속되었기 때문이지요.


뭐 더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면 넷상에서 구질구질한 키보드 배틀 벌이는 손연재 vs 김연아 구도 될 테니 그만 각설합니다. 비교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손연재 선수도 주니어 대회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들은 적도 있으며 주니어 세계 대회에서(어느 정도 급의 대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금메달도 땄으니 그 때까지는 손연재 선수도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막 시니어에 올라간 손연재 선수의 실력은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역부족이었지요. 뭐. 주니어와 시니어는 다르고. 주니어에서 잘 했다고 시니어에서 다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것 자체를 뭐라고 할 이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쨌거나 손연재 선수의 국제대회 성과 중 눈여겨볼 만한 성과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이 전부였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손연재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결선 진출과, 런던 올림픽 5위라는 성과를 낸 것은 정말로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니어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세계 대회 30위권 선수였지만 어느 새 이 정도까지 자랐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성과를 목도한, 아니, 성과를 내기 전부터 언론의 띄워주기는 그야말로 광분상태에 가까웠고, 5위가 되니 광폭화 쿨타임이라도 찼는지 엄청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왜 '성과를 내기 전부터'라고 말하냐면, 언론의 띄워주기는 손연재 선수의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였습니다. 포털에서조차 출전 전부터 손연재의 첫 올림픽을 알고 봐야 된다느니 뭐니 하는 기사를 메인에 띄우며 리듬체조 설명할 정도면 말 다한 겁니다. 제가 리듬체조 결승전 다음 날 손연재 선수와 관련된 최근 1주일 기사를 검색어로 살펴보니 약 2700건이더군요. 웬만한 금, 은, 동메달리스트는 갖다붙이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를 능가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슈거리는 축구 대표팀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슈몰이에 저는 어리둥절합니다. 지난 올림픽때까지만 해도 은메달, 동메달 따 와도 죽일 놈, 못난 놈 취급했던 우리 나라가 언제부터 4위, 5위에 그렇게 찬사를 보내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니까요.


변화 자체는 좋습니다. 메달을 땄건 아니건 최선을 다한 순위에 대해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따른 일이니 진작에 그리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성적'이라는 주관과 객관이 혼용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악용해서 손연재 선수를 메달리스트 급 혹은 그 이상으로 띄우기에 여념이 없는 지금 언론의 기사들은 마치 선수 하나 망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저주의 부적과 같아 보입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이라는 이야기는 응원을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는 아주 좋은 약이지만, 성적을 판단하는 객관적 부분에 사용하면 메달을 딴 선수건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건 다 한 그룹에 묶어서 판단을 흐리게 하는 독이 되지요.

그리고 불행하게도 손연재 선수에 대한 언급에 있어서는 후자의 경우, 즉 독이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돈입니다. 메달리스트는 아니지만 메달리스트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렸다는 이유로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CF가 들어오든 뭐가 들어오든 어쨌든 들어옵니다. 얼굴이 예쁘면 더더욱 효과적입니다. 손연재 선수는 그 경우입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 자체는 냉정한 현실임에도 그런 현실은 가려지고 돈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만 남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 그렇게 엔터테인먼트만 남아버리면 손연재 선수가 거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성적'도 얼마 안 가 잊혀집니다. 그럼 열심히 해서 잦아들었던 비판과 비난도 다시 생기죠.


더 큰 문제는 언론들이 자신의 영향력 강화와 돈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사실까지 입맛에 따라 날조한다는 것이죠. 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성적조작 이야기 따위가 아닙니다. 같은 언론의 기사 두 개로 아주 간단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은 2012년 5월에 작성된 D언론사 기사 중 일부입니다.

(전략) 신수지가 공중파 방송 인기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 받는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리듬체조 선수로서 살아온 기나긴 시간보다 몇 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쯤 되면, 신수지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스포츠댄스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1991년생인 신수지의 나이를 떠올려 보면 리듬체조선수로는 이미 전성기가 지났고, 선수생활 자체도 사실상 은퇴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댄스 선수에 도전한다고 봤을 때 신수지의 나이는 충분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시점이다. (후략)

다음은 이번 올림픽 이후에 작성된 같은 D언론사의 기사 중 일부입니다.

(전략)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과 함께 4년 후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해 손연재는 리듬체조 선수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2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나예바도 올해 22세다. 차기 올림픽까지 앞으로 남은 4년이라는 시간, 손연재는 쉼 없이 세계 각지를 돌며 리듬체조 선수로서의 삶에 충실할 것이다. (후략)

석 달 전에는 리듬체조 선수에게 만 21세의 나이가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던 언론이 석 달 뒤에는 만 22세의 나이를 리듬체조 선수들의 전성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게다가 작성한 칼럼니스트까지 동일합니다.) 그 동안 리듬체조 선수들의 관리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인가요? 물론 카나예바 선수의 2연패를 보고 그런 말을 한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카나예바 선수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사기 캐릭터죠. 아무리 손연재 선수가 카나예바 선수처럼 되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을 적용시킨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기본적 부분부터 틀려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신수지 선수는 참 안됐습니다.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희망이었는데 이런 엉뚱한 데에 소모되다니.)

한 선수의 장래성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고무줄 잣대가 적용된다면 이게 과연 손연재라는 선수의 미래를 위한 길일까요? 혹시나 저런 보도를 한 언론이 손연재 선수의 선수생명을 저 때까지 연장시켜줄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국내 리듬체조 선수들의 미래는 지난번에 이미 신수지 선수가 방송 나와서 말했죠. 팀이 없고, 최대근력을 많이 사용해서 20세 넘어서 하기 어렵다고요. 그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손연재 선수가 당장 목표로 삼을 것은 제가 보기엔 4년 뒤 올림픽이 아니라 당장 올해에 펼쳐지는 월드클래스급 대회이고 그 다음은 고등학교 이후에도 계속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죠.


물론 손연재라는 선수가 지금 올림픽에서 하나의 한계를 깬 것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리듬체조계에서 또 다시 한계를 깰 어떤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림픽 5위라는 것에 이렇게 기고만장해하는 언론들과 그런 언론을 기꺼워하는 소속사가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뭐. 많은 것들이 엮여 있는 유명인들은 누구든지 그렇겠습니다만 손연재 선수도 자기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참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손연재 선수는 더더욱 그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올림픽이 컸다지만 지금껏 발생한 손연재 선수의 이슈는 자기 자신이 만든 경기 내적인 무언가로 생산해 낸 것보다 경기 외적이거나, 자신과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선수와 붙이는 무리수를 둬 가며 만들어진 이슈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쭈쭈쭈거리는 보살핌(?)이 손연재 선수를 망칠지. 아니면 정말로 북돋워 그네들의 장담대로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지.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저는 일단은 망친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제딴에는 띄워주려고 했다지만 제가 보기엔 자기네들 돈만 알았지 정말 선수 하나 망치든 말든 알 바 아니라고 기를 쓰고 있는 말과 행동들이 예로 든 것들 말고도 참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덧글

  • draco21 2012/08/15 10:36 #

    동감입니다. 좀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을것을... -_-:
  • The xian 2012/08/15 11:19 #

    상품성 있는 선수를 사골까지 우려먹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손연재 선수의 경우에는 그게 특히 심합니다.
  • StarSeeker 2012/08/15 10:40 #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김연아선수가 대단하다는거죠. -ㅅ-

    100% IB의 언플이지만, 그 언플에 뒤쳐지지 않게, 아니 오히려 능가할 정도의 성적을 거둬버리는 캐사기 케릭터이니...
  • The xian 2012/08/15 11:21 #

    김연아 선수는 이미 역사에 남을 레전드입니다. 더불어 이미 언론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선수가 아니죠.
  • 메이 2012/08/15 11:21 #

    손연재 선수나 주변에 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타고 넘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군요.
  • The xian 2012/08/15 11:26 #

    본인의 심지 굳은 것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니...
  • 홍차도둑 2012/08/15 11:26 #

    메달을 땄으면 어떠한 손비어천가가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그것이 이른바 언론의 특성이라는 거.
  • The xian 2012/08/15 11:30 #

    뭐 메달 따서 반응이 이 정도라면 저는 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메달 못 땄는데도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올 정도면. 메달을 땄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거라는 데에 있지요.
    최선을 다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것은 인정해 줄만 하지만 메달리스트의 대접보다 후한 것은 이해 불가라 봅니다.

    지금의 언론 행동은 중령급 영관장교를 중장급 장군으로 대우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 홍차도둑 2012/08/15 11:35 #

    요즘의 이른바 '스포츠 얼짱' 사태는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방송이나 기타 언론매체는 이른바 '얼굴 생긴거'를 우선으로 봅니다. 기량이 조금 모자르더라도. 잘생기면 커버되는게 많고 언론은 언제나 자기들이 소비할 '소비재'를 찾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기존의 스포츠맨들의 기본은 '투박'이었습니다. 좋게 말해서 '투박'이지 여자분들 쪽으로 가면 그냥 '못생겼다' 지요.
    그러면서 약간 이쁜 사람들이 나오자 '얼짱'이라는 인터넷 트랜드를 붙여서 별별 짓을 다 합니다.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짱스타'라고만 붙여서 선전하기 바쁩니다. 외모 이야기를 더 하면 돌 맞겠지만 이전 1970-90년대의 선수들보다 조금만 이뻐도 '얼짱' 붙은게 요즘의 스포츠 선수들이죠.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나 CF계에서는 김연아의 뒤를 확실히 이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때쯤 성적되고 외모 좀 있는 선수가 손연재. 그 뒤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농담 아니라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한숨 쉬고 있을 겁니다.
    손연재가 왜 뜨는지 알지만 한숨 나오는 그런 거.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박탈감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요.

    분명 메달 땄다면 김연아의 CF는 이 시점에서 더 없을 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을 겁니다.
  • The xian 2012/08/15 13:49 #

    뭐 언론이 소비재를 찾는 것이야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굳이 얼짱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소비재를 찾는 게 언론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점에서 참 못된 게. 말로는 새로운 인재를 찾아야 한다 어쩐다 말하면서 자기들이 소비재 찾는 거 보면 양궁 금메달 따니 누가 이쁘다 하고 기웃거리다. 여자 펜싱 금메달리스트 검객님들이 미모가 어떻다 하고 기웃거리다 결국은 그냥 이미 있는 소비재만 가지고 놀려고 하는. 좋게 말하면 보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속성이 있지요.

    그런 행동양식을 보이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컨트롤 가능하고 익숙한 대상을 뒷받침해 주는 게 자기들에게 편하기 때문인 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언론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그 종목에 대한 실익은 없지요. 뭐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주목받으면 종목에 대한 지원이라도 늘어날 테니 좋은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데. 지금 대한민국 피겨와 수영에 김연아, 박태환 선수 뒤에 과연 누가 있는지, 저변이 과연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돌아봐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싶습니다.

    그리고 뭐, CF는 어디까지나 한철 장사이기도 하고. 메달을 못 땄다 해도 오히려 메달을 못 딴 것을 가지고 기업들이나 소속사가 메달보다 값진 노력을 응원한다는 식으로 포장하겠지요. 노력이 값진 것은 사실이었으니.
  • 펜타토닉 2012/08/15 16:56 #

    손연재의 대한 관심이 아나운서 노출의상 인터넷기사에 달리는 관심과 뭐가 다른가 싶어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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