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호 선수가 마지막 길을 떠난 날, GSL/MLG 불참으로 뒤통수 치는 KeSPA by The xian

아침에 비보가 있었습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우정호 선수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소식이었지요.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거나 최고 정점에서 빛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히 KT롤스터의 주전으로 맡은 책임을 다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기량이 만개하고 출전해서 성적도 잘 거둬 우정호라는 이름을 세간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던 시기에 백혈병을 얻어 경기에 더 나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상태가 호전되는 듯 했지만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으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고, 수많은 이들이 쾌유를 기원했지만 그는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이 마지막 길을 떠난 것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e스포츠 팬들과 누리꾼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프로리그에서도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있고. WCS 본선이 열리는 곰TV는 WCS 중계진이 검은 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중계에 앞서 우정호 선수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또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근조 리본을 착용하는 등 e스포츠계는 소속을 가리지 않고 우정호 선수에 대한 추모에 한창입니다.

다시금. 마지막 길을 떠난 우정호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우정호 선수가 마지막 길을 떠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소식이 가려질지도 모르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바로 KeSPA가 2012 GSL 4차 예선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것이지요. 비전 선포식을 통해 화합을 다짐하고, 상호 교류를 약속한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고, WCS 등을 통해 교류전을 펼치며, 그 동안 짜게 식었던 e스포츠의 열기가 비록 마니아 계층에서나마 올라오고 있는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3차 예선이야 비전 선포식 한 지 얼마 안 된지라 준비가 안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불참은 - 이번엔 또 무슨 변명을 내놓을지 모르겠으나 - 만행 그 자체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KeSPA는 GSL 뿐만 아니라 협약관계이자, 주최측에서 부대비용과 시드를 제공하기로 한 MLG 대회까지 불참해 파행을 야기했습니다.

조작 파문과 저작권 분쟁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KeSPA는 자기가 갑인 줄 알고 기세등등했습니다. 하지만 공신력이 훼손되고, 그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고, 팬이 떠나고, 시청률이 떨어지고, 팀을 잃고 방송국이 폐지되며 그 동안 많이 축소된 e스포츠 시장에서. KeSPA는 과거와는 달리 스타크래프트 2를 받아들여 다시금 도약을 노렸고 자신들이 혼자서 무엇을 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자세로 비전 선포식 등에 임했지요. 그러나 이번 불참 발표는 그간의 그런 변화가 모두 한낱 액션에 지나지 않았고, 화합이고 글로벌화고 뭐고 다 알 바 아니고. 무조건 내 위주고 이기적이고. KeSPA는 KeSPA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줬습니다.

과거 TG-삼보 인텔 클래식을 말려 죽였던 악몽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그 때와는 달리 GSL이나 MLG에 KeSPA 프로게이머들이 없다 한들 리그의 가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근본도 지각도 없는 작자들이 상금 사냥꾼에 배신자 소리부터 시작해 도망자니 설거지니 하는 모욕을 해댄들.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문을 열어 놓고 결승 때에 관중 몇천 명씩 동원하고 해외든 국내든 최고 수준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로 인정받는, 잘 나가는 e스포츠 리그가 GSL이고, MLG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리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eSPA는 이런 글로벌 리그에 불참하여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고 우정호 선수의 마지막 길에도 재를 뿌렸습니다.

불참 소식이 오보였으면 했는데 결국 아니었습니다. 저는 배신할 기대도 없었지만, 배신감 느끼시는 분들 많겠습니다.

한 줌의 재가 되어야 하는 건 마지막 길을 떠난 우정호 선수가 아니라 KeSPA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The xian -

P.S. KeSPA에서 불참 이유를 "비시즌이라고는 하지만 포스트시즌 일정도 있고, 현재 협회에서 준비중인 거대 프로젝트로 인해 쉽사리 선수들의 출전을 결정지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 근래 KeSPA가 추진한 '거대 프로젝트' 중 과연 성공한 게 몇이나 있었나요? 주 5일 프로리그? 저작권 분쟁 중 리그 강행? 스페셜포스 2 프로리그? 상하이 결승전? 기억에 없군요.

P.S.II. MLG 이야기는 나중에 알게 되어서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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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raco21 2012/08/23 19:20 #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The xian 2012/08/27 23:23 #

    아까운 선수였지요.
  • 사랑은빠바박 2012/08/23 19:23 #

    거 참 케스파는 한결 같군요.

    좀 변하나 싶었더니 ㅎㅎ.

    말이 스타크래프트 2 인거지 그냥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GSL S코드나 본선에선 대다수가 기존 GSL 선수가 차지할게 뻔한 상황에서 4차를 케스파가 참여하나 마나 GSL 토너먼트 자체엔 큰 영향이 없겠죠. 그래도 본방무대에서 한 게임이라도 기존 스타 프로게이머가 뛰어 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었던 건데, 그 기회마저 케스파가 밟아 버리네요.
  • The xian 2012/08/27 23:22 #

    한결같지요.
  • 시대유감 2012/08/23 19:50 #

    뜬금없네요. 그럼 대체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것일까요?
    이제 와서 케스파가 혼자서 GSL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비전도 능력도 없고, 기껏해야 이번 화해 무드에 소금을 뿌려서 GSL을 좀 귀찮게 하는 것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 The xian 2012/08/27 23:22 #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러니 결국 백기를 든 게지만.
  • Rock Bogard 2012/08/23 20:26 #

    우정호 선수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 걱정을 안 했는데 비보가...... 이 무슨 운명인지.....
  • The xian 2012/08/27 23:22 #

    몇달 전부터 나빠졌었지요.
  • Rock Bogard 2012/08/28 09:50 #

    그랬군요...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 불꽃영혼 2012/08/23 21:52 #

    국내랑 해외 동시에 병크를 터뜨리는 케스파 스케일(......)
  • The xian 2012/08/27 23:22 #

    뭐 언제는 안그랬습니까.
  • 無名人間 2012/08/23 22:35 #

    뭐 제가 한 때 우려하던 GSL의 해외까지 먹어치우려던 케스파의 모습은 벌어지지 않겠다란 확신은 얻었습니다. 그점은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들거군요. 이제 해외도 케스파란 단체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지 않나란 생각은 듭니다.
    내일 발표를 듣고 최종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정호 선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 The xian 2012/08/27 23:22 #

    KeSPA는 KeSPA일 뿐이죠.
  • 무명 2012/08/23 22:57 #

    케스파는 싫지만 그래도 새 바람이 오는건 좋아서 이번 OSL 조 짜인거 보고 그거부터는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좀 입맛이 쓰네요. 결국 OSL보게될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볼수 없을것같습니다.
  • The xian 2012/08/27 23:22 #

    그렇겠지요.
  • 츤키 2012/08/23 23:59 #

    우정호 선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우정호 선수의 소식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개스파는 사람을 분노하게 하네요.

    .
  • The xian 2012/08/27 23:21 #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 지금은 해결되었습니다만.
  • Boys Generation 99 2012/08/24 21:25 #

    우정호 선수 작고에 이어 개스파의 삽질까지
    그냥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승부조작에 연루된 박모씨가 또 일을 터뜨려 주셨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9&aid=0002283852
    e스포츠 팬들은 그저 심란하기만 할 따름이지요.
  • The xian 2012/08/27 23:21 #

    강아지라고 하려다가...... 그 말조차 아깝군요.
  • 투란 2012/08/25 18:08 #

    우정호 선수의 죽음은 안타깝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이한 두 주제를 한 글에 엮는 방식에 대해서는 좀 불편하군요.
  • The xian 2012/08/27 23:21 #

    같은 날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 두 주제를 같이 묶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 투란 2012/08/28 11:11 #

    우정호 선수와 케스파의 건은 사실 별개의 건입니다. 한 포스트에 같이 언급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케스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표현하시는 데 고인을 묶어서 언급하신 걸 지적하는 거죠.
  • 투란 2012/08/28 11:15 #

    뭐랄까요. 케스파에 대한 항의의 메시지라고 할까요? 그 메시지에 고인을 결부시키는 건 다분히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느낌을 줍니다. 시안님이 고인과 친분이 있으실지도 모르지만 저런 표현은 삼가는게 좋을 듯 하네요.
  • The xian 2012/08/28 12:17 #

    님의 눈에 보기에 불편하면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것입니까.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은 없으십니까. 불편한 이슈를 이 날 촉발시켜 우정호 선수의 죽음에 마음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대못을 박아버린 KeSPA에 대해 기분이 나쁜 것은 당연한 정서적 흐름 아닌가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친분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마음대로 재단하시는 것이 대단히 불편하군요. 우정호 선수와 친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친분이 없으면 글을 쓸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생각의 범주에 따라 움직일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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