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by The xian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

-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KeSPA가 명분도 무엇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들먹이며 GSL에 불참했던 행동을 사실상 철회하고 GSL 시즌 4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지요. 전체 감상은 '사필귀정'이란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 겉으로는 블리자드의 중재 아래 당사자들이 모여서 합의하는 형식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KeSPA가 모양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본래 어떤 스포츠에서 분쟁이나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중재를 하고 심판과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로 그 스포츠에 존재하는 협회의 업무이지요. 그런데 e스포츠계에서는 - 아무리 라이선스라는 특수성이 있다 해도 - 그 '협회'에 해당하는(?) KeSPA가 공공성을 발휘하기는 커녕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 e스포츠를 평지풍파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기업인 블리자드의 '중재'를 받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KeSPA는 자신의 공공성 부재를 만천하에 인정하고 그것을 철회함으로서 e스포츠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더 이상 e스포츠계에서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까지 공개적으로 강제 인증하고 말았지요. 어떤 이들은 굴복이 아니라고 정신승리법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만 제가 보기엔 차라리 굴복을 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모양 빠지는 상황입니다. 뭐 물론 KeSPA는 KeSPA일 뿐이니. 이번 일로 달라졌다고 평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아홉 번 잘 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죽어라 가혹하면서도 아홉 번 잘못하다가 한 번 잘하면 매우 관대해지는데, 이 경우는 그런 어설픈 온정주의가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 이번 일을 돌아보면서 저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e스포츠를 다루는 일부 언론들의 질 나쁜 태도였습니다. 너무도 가해자가 명백한 상황에 양비론을 도입해 논점을 흐리게 하고, 지금의 상황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치킨 게임' 등의 말을 사용하며 우물에 독 뿌리기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언론에도 주관이 있고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부분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언론의 본령은 본래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본령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자기 자신의 프레임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축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일부 언론들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나쁜 기성 언론들의 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그림은 언론 조작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전체 그림이 진실이라면 TV 카메라 속에 있는 것은 KeSPA와 연맹의 다툼 혹은 스타리그와 같은 지엽적인 부분으로만 문제를 한정시키는 태도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그런 투의 일부 언론 보도들이 지면을 차지하고 난 뒤 일부에서 나온 다음의 소리들을 보면 그런 태도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는 더더욱 분명해집니다. 'KeSPA가 나쁘지 아무 연관도 없는 온게임넷이 무슨 죄냐', '예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불참한 것보다 조지명식까지 해 놓고 불참하는 것이 더 나쁜 거 아니냐', 'KeSPA가 원인은 제공했지만 스타리그만 놓고 보면 연맹이 판을 뒤집어 엎는 게 아니냐' 와 같은 소리가 아주 잘도 나왔지요.

더 화가 나는 건. 그런 의도의 행동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해 왔음에도 이들은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중계권 사태 때도, 위메이드를 묻어버릴 때도, 지적재산권 분쟁을 날조할 때에도 숱한 잘못들이 있었지만 책임을 진 이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언론이니까요. 언론이 사실 전달에 힘쓰지 않고 어떤 집단에서 의도나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실을 자꾸 덜 말하거나 논점을 흐리게 하면 할 수록 그 집단의 미래는 암울해집니다. 그런데 서로의 의도나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실을 저 멀리로 치워놓는 언론 보도가 e스포츠라는 좁은 판에서조차 무슨 일만 있으면, 잊을 만 하면 발견되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 제 블로그의 공지사항에 적힌 e스포츠에 대한 말로 글을 맺습니다.

"e스포츠의 책임과 권한과 열매는 할 바를 하는 사람, 정당한 권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감투를 썼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하거나 낄데 안 낄데 다 끼어 숟가락을 얹는 행동은 잘못된 것입니다."


- The xian -

P.S. 위의 비판들을 줏어 담거나 후회할 생각은 없지만. 또 누군가가 저를 'e스포츠의 전복세력'이라거나 '기자의 적'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저의 쓸 것을 쓰고 말할 것을 말하겠습니다.


덧글

  • 레인 2012/08/28 07:46 #

    이미지가 너무 주옥같군요.
  • The xian 2012/08/28 19:37 #

    언론조작의 기본을 나타내는 이미지죠.
  • PPP 2012/08/28 08:59 #

    정말 개스파는 바보같은 집단입니다.

    그냥 문제 생기기 전에 GSL 참가만 인정했어도 분위기 좋게 이미지 체인지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돈을 내놓아라] 라는 속마음을 다 보여주고
    거기다가 [우리는 이제 힘이 없다]는 사실까지 증명하고 말았으니...

    아직 이 판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입니다.
  • The xian 2012/08/28 19:38 #

    뭐 그런데 어떤 이들은 여전히 정신승리법이나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 사랑은빠바박 2012/08/28 09:24 #

    확실히 이번 사태는 케스파의 멍청함과 더불어 무능을 드러냈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케스파는 이전의 곰티비 클래식 같은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케스파가 그간 방치한 스타2가 걔네들 생각보다 엄청 커져 버렸죠. 고연봉 게이머를 제외한 협회 소속의 급여 적은 게이머는 계약이 끝난 후 연맹쪽으로 대거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봅니다.
  • The xian 2012/08/28 19:38 #

    멍청함과 무능이 제대로 드러난 일이지요.

    뭐 그런데. 연맹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기는 힘들 겝니다. 연맹쪽은 기회는 많을지 몰라도 돈은 더 없는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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