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크 헌트 by The xian

어제 UFC FIGHT NIGHT 65 메인이벤트에서 헤비급 랭킹전이 있었습니다.

헤비급 4위 스티페 미오치치와, 헤비급 5위 마크 헌트의 경기였지요.

경기 결과는 이미 다 방송되었고 뉴스로도 나왔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마크 헌트가 홈 관중들 앞에서 아주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뭐 마크 헌트의 패배가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의 경기 중에 주도권을 잡히면서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에게 패한 경기 정도였는데. 이번 스티페 미오치치 전의 패배는 그 때보다 더 일방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적어도 어제의 경기에서 마크 헌트는 그 어떤 면에서도 스티페 미오치치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긴 리치와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간 미오치치의 작전은 냉철하고 확실했던 반면, 헌트의 전략은 단조로웠고 상대의 거리를 뚫고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스탠딩에서 열세인 것도 모자라 그라운드에서는 더 처참했지요. 초반 한 번의 테이크 다운 방어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방어도 하지 못하며 그라운드에 끌려내려갈 때마다 헌트는 얼굴이 짓이겨질 정도로 얻어맞았습니다. 미오치치가 본격적으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한 1라운드 종반부터 경기가 중단된 5라운드 2분 47초까지의 경기 양상은 마치 Ctrl+C,V 조합을 보는 것처럼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타격 회수 비교 기록만 봐도 타격적중횟수가 361(유효타 113) 대 46(유효타 33)으로 거의 8배 차이가 날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요.

중계진의 언급에도 나왔지만, 5라운드까지 끌고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경기였는데 심판이 너무 늦게 말렸다고 봅니다.

경기에 지고도 쿨하게 병원에서 찍은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신의 완패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함과 감사함을 전하고, 상대인 미오치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는 헌트의 마인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지만, 사실 상황은 매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미오치치와의 경기에서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졌으니까요. 타이틀 도전 기회가 물건너 간 것은 물론이고, 5위까지 올라갔던 랭킹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너무 많이 다쳐서 최소 몇 달간은 경기 허가가 안 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패배가 일방적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번 패배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혹독하더군요. 뭐 헌트가 이제 타이틀에 도전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고, 나이도 많으니 퇴출당하는 게 아니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이제 선수로서의 가치가 끝이라거나,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는 헌트의 상황이 타이틀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선수로서의 가치 측면에서는 조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헌트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적어도 몇 년 간은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헌트의 상품 가치와 파이팅 기질, 그리고 헤비급의 얇은 선수층에 있지요.

격투단체에서 인지도도 있고 흥행도 되고 실력도 갖춘 헤비급 선수 영입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마크 헌트는 그런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파이터들 중 하나이지요. 헤비급의 선수 및 흥행카드 부족은 UFC도 예외가 아닙니다. 예전에 UFC에서 그렇게 죽을 쑤고 퇴출당했던 크로캅이 다시 40세의 나이에 UFC와 계약하고, 돌아와서 곤자가를 이기자 마자 랭킹 15위에 진입한 것은 단지 쇼맨쉽만이 아닙니다. UFC를 비롯한 모든 격투단체들의 현실이지요. (당장 ONE FC만 해도 UFC에서 퇴출된 브랜든 베라가 헤비급으로 나와서 싸우는 거 보면 더더욱...) 게다가. 그렇다고 헌트가 경기를 재미없게 하냐. 당연히 아니지요. 일방적으로 지는 경기에서도 끝까지 싸우려는 파이터 기질을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파이터가 헌트입니다.

그래서 - 비록 타이틀 전선에 투입되기는 어렵겠지만 본인이 선수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마크 헌트는 아직 격투 인생을 더 영위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흥미있는 매치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알리스타 오브레임 및 조쉬 바넷 등의 리벤지 여부가 꼬여 있는 선수들과의 랭킹전이나, 승부를 내지 못한(그리고 TRT 문제로 무효처리된) 안토니오 실바와의 경기, 그도 아니면 K-1 또는 프라이드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르코 크로캅과의 매치업 등, 마크 헌트를 활용할 수 있는 경로는 당장 살펴봐도 여러 가지가 있지요. 그렇다면 어제의 패배가 아무리 처참했다 한들 마크 헌트를 이제 끝났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마크 헌트의 경력은 마크 헌트 본인만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다음 번엔 이렇게 떡이 되도록 얻어맞을 때에는 심판이 조금만 빨리 말렸으면 좋겠습니다.

매에는 장사가 없으니까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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