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 없는 사족이 본질을 망쳤습니다. by The xian

[인벤 칼럼] 스타1, 부활과 추억의 경계선에서


위 칼럼을 읽고 제가 파악한 요지는 이렇습니다.

스베누 스타리그가 비록 스타1로 리그를 열고 있지만 프로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스타1 e스포츠는 더 이상 경기력을 보장할 수 있는 종목도 아니고, 게다가 승부조작을 한 작자들이 이득을 보기 위해 기웃거리거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에 비해 실력, 프로의식, 경각심 같은 것이 상당히 떨어졌으며, 따라서 자생력도 없고 후진 양성을 할 수도 없는, 선순환이 불가능한 분야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 칼럼을 쓴 기자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스타1의 부활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억을 위한답시고 꺼낸 리그가 오히려 추억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지를 볼 때.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는 주장입니다. 적어도 이런 기사처럼 과거 프로 시절보다 한심한 경기력과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팬들이 아주 쌩 난리를 쳐야 겨우 조작범을 걸러내는 시늉을 할 정도인 스타1 e스포츠에 대해 그저 방송 좀 탔다고 옛 영광에만 취해서 과거처럼 부활했다는 정신줄 놓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기사에는 그렇게 좋은 평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되겠네요.


먼저, 첫째로 추억팔이 취급을 하며 스베누 스타리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너무 지나쳤다 싶습니다. 스타1이 추억팔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라서가 아닙니다. 추억팔이도 추억팔이 콘텐츠 나름대로의 가치는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쓰고 시간을 들여서 생명력이 유지된다는 점을 인정했어야 하는데, 선순환적인 요소에만 너무 매몰되다 보니 엄연히 보는 수요가 있고 돈을 대 줄 사람이 있어서 성립되고 있는 스타1 콘텐츠가 가진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자승자박입니다.

왜 자승자박이냐 하면, 불특정 다수에 공개되는 콘텐츠들은 모두 합리적인 구조나 선순환적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PPL로 돈을 받으면 해당 상품을 노출해야 하고, 스폰을 받으면 광고를 달아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의 구조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언론과 방송이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콘텐츠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언론에서 단지 원하는 목소리를 서술하기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한 쪽 측면을 강제 배제한 것은 자승자박이라 보고,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한 가지 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였겠습니다만 그저 말뿐인 e스포츠 종주국이나 e스포츠 강국 운운하면서 세계의 추세에 맞춰야 한다는 식의 수사법은 끌고 오지 않는 것이 나았습니다. 대한민국이 '15년이 넘은 브루드워의 화려했던 기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도 LOL을 제외한 다른 종목은 철저히 소외받는 갈라파고스'라는 것을 모르는 골수 팬들이 몇이나 될까요? 제가 보기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승부조작 이야기 나왔으니 말인데 2010년 그 당시 승부조작과 저작권 분쟁으로 한창 난리칠 때 자기의 이득을 위해 e스포츠 팬들을 자기 입맛대로 볼모로 잡은 e스포츠 주체가 어디 한둘이었습니까? 협회고 언론이고 방송사고 대동소이하다 뿐 본질은 죄다 마찬가지였지요.

말로는 e스포츠의 중심이다 e스포츠 강국이다 뭐다 하지만, 그런 근본적인 문제가 터지고 나니 한심한 민낯을 전 국민이, 그리고 모든 e스포츠 팬들이 다 봐버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명분이니 종주국이니 하면서 세계의 추세 운운하는 말을 들으면 그 논지 자체가 어떠하든지간에 거부감부터 듭니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e스포츠 골수팬들이나 오래 된 게이머들의 마음 역시 그럴 테지요. 그걸 생각하면 아무리 담고 있는 본질이 명확하고 명분이 있다 한들 이런 말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고 봅니다.

결론입니다. 이 기사의 본질은 비교적 명확한 반면, 본질을 서술하기 위해 달아 놓은 다른 말들이 본질의 나쁜 점만을 부각시키며 논란을 더 부추기는 기사가 되고 말았다 봅니다. 이런 기사는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기보다는, 분쟁의 씨앗을 만들고 어그로를 끈다는 소리를 듣기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기사로 여러 곳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고요. 단지 이득을 위해 스베누 스타리그를 과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어떻게든 끼워맞추려 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동북공정식 행동을 벌이는 작자들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크게 건드리면서 필요 이상의 자극을 주는 것도 저는 그닥 좋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e스포츠 팬들이 또 갈라져 싸우고 있는데. 과거 저작권 분쟁 때처럼 어떤 누군가가 서로 갈라져 싸우는 팬들이 아쉽다는 식으로 훈계하듯이 말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언론이 자초한 병스런 행동 때문이지 팬들이 잘못하는 게 아니니까요.


- The xian -

덧글

  • 아이지스 2015/09/06 10:07 #

    딱 첫 문단의 내용까지만 썼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다른 내용들 덕에 팬들 사이에 싸움만 날것 같습니다. 그런 것은 이제 싫어요
  • 파워풀 2015/09/06 11:47 #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1때부터 지켜본 애청자로서 저도 기사 읽을 때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받아들였는데 작성자분처럼 e스포츠 뭐시기 할때는 글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추억팔이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서 소닉 홯효진 대표가 아마추어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박재현 선수 등) 그것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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