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커뮤니티를 쉬게 된 이유 (4) 마지막. by The xian

커뮤니티에서 가장 빨리 제재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욕설이든 뭐든.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규정위반을 하면 된다. PGR도 예외는 아니다.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규정위반을 하면 거의, 즉시 제재된다. 문제는 PGR의 분위기와 평판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사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주었던 규정위반 사례와 이를 반복한 자들의 행동이, 절대 그렇게 뻔히 보이는 규정위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애초에 PGR이란 커뮤니티는 이용자의 선의, 그리고 이용자들이 좋은 글을 써주는 데에 기댔던 성격의 커뮤니티다. 그리고 그런 성격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PGR은 커뮤니티의 역사에 비해 어그로라는 개념을 규정으로 벌하는 제도가 매우 늦게 이루어졌다. 기껏해야 논쟁이 과도해지면 '특정 주제로 논쟁이 과도해지는 것 같습니다'라거나, '게시글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고 해서 여러분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시면 안됩니다.'같은 식의 권고가 올라오는 정도였다.

물론 운영진의 입장이 존중받아서 이런 권고 정도로 논쟁이 좀 잦아들고, 서로가 선의를 발휘해 좀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커뮤니티라면야 이런 권고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운영진에 대해 별 존중이 없다 해도 커뮤니티에 글 리젠이 나름대로 되는 축이어서 특정 주제나 특정인의 행동으로 어그로가 끌리고 논쟁이 과도해지는 상황이 된다 한들 글이 밀리며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상황이라면 이런 정도의 조치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PGR이,

더 이상 운영진의 조치에 대한 존중도 없고 글 리젠도 활발하지 않은 곳이 된 뒤에도
그런 운영기조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규정의 틈새를 넘나드는 회원은 한두명이 아니었고 이중아이디 활용도 도가 넘을 정도로 심했다. 한때 PGR에 이중아이디는 물론 아이디 구매글이 다른 커뮤니티에 판을 쳤고 운영진이 핸드폰 인증을 도입하고 나서도 이중아이디가 걸린 거 보면 참으로 웃기는 노릇인 것이다. 하기야 병먹금도 안 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어쨌든 선의로 보고 일일이 대꾸를 해 주는 커뮤니티는 PGR만한 곳이 없기는 하다만. 그러다 보니 어그로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더 이상 어그로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 회원들에게조차 반발을 사게 되자. '댓글을 통해 본문의 주된 흐름과 상관 없이 다수의 회원을 불쾌하게 만드는 회원에 대해 규제를 하겠습니다' 라는 임시운영규정이 신설된 것이 2015년 7월이고. 이후에 이것이 정식공지로 명문화된다. 즉. 생긴 지 십수년이 지나서야 어그로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이 나온 셈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 명문화된 규정이 빠릿빠릿하게 제대로 집행되어도 모자랄 판에 느려터지게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PGR은 '댓글을 통해 본문의 주된 흐름과 상관 없이 다수의 회원을 불쾌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 규제를 하겠습니다. 설령 비속어나 기타 규정 위반성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글이나 댓글이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글쓴이의 책임이다'라고 규정에 명시하고 있지만, 이런 것조차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것이 운영위원회의 논의가 되면 다른 욕설이나 비아냥 댓글은 하루도 안 되어 제재되는 반면 댓글을 주렁주렁 수집한 어그로 댓글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로 며칠의 시간 동안 방치된다.

이런 운영위 논의는 어디까지나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줄이고 다양한 생각을 포용하기 위한 PGR의 운영기조에 의한 것이지만, 바로 이것이 PGR의 어그로 관리 능력이 형편없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만다, 어그로 댓글이 방치되면 방치된 시간만큼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상처를 받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더욱 사나워진다. 애초에 어떤 댓글은 논의중이라는 이유로 벌점을 늦게 받고 어떤 댓글은 즉시 제재된다는 것부터가 불합리하다는 이야기가 딱 나오기 좋은 일이다. 이런 게 쌓이고 쌓여 더 늦어진자면 말 다하는 거고.

그 어그로 댓글을 남긴 작자들이 며칠 뒤,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랜 뒤에 나중에 벌점을 먹든 영구강등되든 아니면 또 다른 아이디로 들어왔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나든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런 느려터진 운영으로 어그로를 끄는 회원들을 잡는 것은 요원하고 나중에 잡힌다 한들 그 어그로꾼이 싸 놓은 똥오줌은 이미 썩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상황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PGR에는 상처를 받고 악만 남은 회원들이나. 규정을 넘나들면서 어그로를 끄는 회원들만 남게 되는 법이다.

그런 상황이 가속화되는 PGR의 꼬락서니와 한심한 운영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나는 PGR에 더 글을 남기지 않게 되었다.


며칠 전쯤. 다른 커뮤니티를 하다가 오랜만에 PGR 링크글이 있기에 그 글을 타고 눈팅이나 할 겸 둘러봤더니 자유게시판에서 국민을 학살한 범죄자를 두둔하는 쓰레기만도 못한 댓글이 올라와 난장판이 벌어진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의 일이 일어났다. 어그로에 분개해서 비아냥거리거나 욕설을 쓴 회원은 가차없이 벌점이 들어간 반면, 어그로를 끌기 위해 학살자를 두둔하는 쓰레기만도 못한 댓글을 쓴 작자에 대해서는 다른 낚인 댓글에 벌점의 홍수가 쏟아진 뒤에야 신고가 5건 이상 들어와 논의중이라는 식의 댓글이 올라온 것이다.

PGR이란 사이트가 하는 짓이 이 꼴이다. 물론 난 어그로에 낚여 댓글에 욕설을 달거나 비아냥을 한 것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런 제재 수위의 반응이 나온 것이 한 빌런의 어그로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와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방치되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어그로 댓글이 벌점을 받은 건 이미 난장판이 벌어진 며칠 뒤였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인가 싶지만, 사실은 PGR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운영이 그다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고,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러한 운영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회원의 이의제기에,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인내심이 없다는 소리가 잠시 쉬고 있는 운영진에게서 나올 정도면 말 다 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내가 PGR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때에 운영의 신속성 문제를 삼으면 항상 나오던 말이 생각난다. 운영진도 자기의 생업이 있고 자기 시간 쪼개서 해야 하니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과거에는 나도 이해했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웃기지 마셔' 밖에 없을 듯 하다.

내가 PGR을 쉬던 거의 1년 전으로만 비교해도, 별의별 이슈로 싸움이 벌어지던 과거의 PGR보다 글 리젠이 훨씬 느려진 상황인데 단지 100플 200플 가는 글이어서 각잡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 조치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 말이 되나 싶다. 과거에는 몇백플 가던 글이 없기라도 했다면 또 모른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이런 불합리함도 유료 운영진이 없는 PGR의 상황상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한들. 그렇다면. 어그로 관리 따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커뮤니티 어그로라는 것은 발생하자 마자 신속하게 잡는 게 필요한데 신속하게 잡기는 커녕 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자들을 며칠씩 벌점도 안 멕이고 놔두는 게 제정신인지 모르겠고, 어수선한 상황이라 전부들 손을 놓았다는 말이 당당히 올라오는 데에는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예전보다 글도 덜 올라오는데 조치가 안 된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일 텐데. 참 나......

하기야 뭐. 운영진으로서 자유게시판 공지까지 올려놓은 규정 정비 작업을 내팽개쳐 놓고 몇달씩이나 잠수를 타고 난 다음에 사과는 커녕 변명이나 지껄인 운영진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어쩌면 그 때 PGR을 나도 떠났어야 했나 싶었고 실제로 그런 기분이 한 95%까지는 들었던 때가 그 때긴 하지만.


이쯤 되면. 한때 그렇게 열성적이었던 사이트의 사람들을 왜 그렇게 까냐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답답하면 네가 운영을 해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말이 났으니 말인데 나에게도 운영진 제의는 온 적이 있기는 했고, 내가 거절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 PGR의 게시판 관리, 특히나 어그로 관리에 대해 왜 그리 날선 비판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은 해 보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유는 아주아주 간단한데 말이다.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데 말이다.

그런 느슨하고 형편없는 어그로 관리가 PGR의 정체성에 반하고 정체성을 좀먹는 게시판 관리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PGR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간단하고 분명한 이유다.
그것만으로도 PGR 운영진은 반성해야 마땅하고.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PGR의 글 아래를 보면 "Pgr에는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안왔으면 좋겠습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 안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라는 식의 글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고수하는 사이트에서 가장 빠르게 솎아내야 할 적폐이자 잡초는 바로 어그로다.

그런데 그런 어그로라는 잡초와 적폐를 다른 규정위반보다 훨씬 늦게 대처하는 꼬라지를 보고, 과연 그들이 원하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나, '남에게 상처 안 주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들'이 PGR이라는 사이트에 오려고 할까? 천만의 말씀이지. 양심이 있다면 그따위 공지사항을 내걸지 말아야 하는 게 지금 PGR의 상태다.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그래서 나는 PGR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신들의 방향성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내세운 방향성과 전혀 딴판으로 가는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바빠서, 힘들어서, 지쳐서, 뭐 다 좋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제는 PGR 운영을 맡은 자들은 그 운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그 시작이 퍼플레인 사태라는 운영진의 원죄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남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의 PGR 운영은 악화는 악화를 구축할 뿐이라는 말이 가장 잘 맞는다.

그렇게 자기들의 악순환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런 운영을 나더러 옳다고 보라는 말인가?

도대체 어째서?


나는 그들이 자기의 원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쯤 되면 그냥 선택했으면 좋겠다.
퍼플레인 사태 어쩌구 하는 헛소리는 이쯤 되면 그냥 집어 치우시고 말이다.

작두질을 하시든지 아니면 아예 방임하시든지. 차든지 덥든지 하라는 말이다.

그들이 오기를 원하는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들은 지금 PGR에 과연 오고 싶을까? 아니면, PGR이 지금의 운영으로 회원들을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어느 쪽도 지금의 PGR로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분들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PGR을 떠난 이유는 그들의 행동에서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요 근래 그리핀 사태에서 여전히 변함없는 적폐 KeSPA와 한심한 대응을 하는 라이엇 코리아, 그리고 그 잘난 e스포츠 언론을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한계를 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곳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한 일년쯤 지나면 그리워질 것 같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 Fin -



통계 위젯 (블랙)

2727
192
3068953

A타입 클린 캠페인 위젯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