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감상 by The xian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역대급 대승을, 미래통합당, 민생당 등의 야당들에게는 역대급 참패를 안겨주면서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제 1당, 아니면 아주 괜찮으면 과반까지는 기대했지만, 개표방송을 새벽 두시 가량까지 보면서 출구조사의 최대치를 뚫고 계속 뒤집히고 계속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아연실색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거의 결과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당연히 코로나 등의 특수상황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만 저는 그런 특수상황이 아니라 20대 국회와 각 정당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정부의 코로나 대처에 대한 긍정평가는 이번 선거에 있어 매우 큰 요인이지만, 그것만으로, 즉 유권자들이 단지 국가의 재난을 좀 더 잘 대처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믿는 것은 너무 편한 사고방식이고 선거에 진 쪽이든, 이긴 쪽이든 자기합리화를 하기 쉬운 패턴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일 안 하는 20대 국회에 대한 심판

저는 첫 번째 원인을 바로 '20대 국회에 대한 심판'으로 꼽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일 안 하는 20대 국회에 대한 심판'입니다. 개인적으로 20대 국회가 시의적절하게 잘한 단 한 가지 일은 헌법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박근혜씨를 탄핵시킨 것 뿐이고, 그것 외에는 무슨 일을 제때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국민은 그런 국회에 대해 굉장한 실망을 하고 있었고, 그 실망이 국회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모든 당의 대선 공약이었던 개헌은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당의 직무유기로 휴지조각이 되었고, 세월호 관련 법안이나 민식이법 등은 국민들을 상대로, 아니면 야당에게 국민이 직접 읍소를 해야만 겨우겨우 통과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일부의 경우는 후보들의 문제들을 걸러내는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아예 인사청문회 보고서 합의를 안 해주는 발목잡기를 더 많이 봐야 했습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행동은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툭하면 거리로 뛰쳐나가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무슨 일만 있으면 장외투쟁을 하더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는 패스트트랙을 불법이라고 말하며 동료 의원을 감금하고, 드러눕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폭력집단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20대 국회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었고, 지금도 코로나로 인해 민생의 어려움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추경조차 제대로 통과가 안 되고 있습니다. 제 1야당의 만행이 이처럼 심대합니다.

물론, 그렇다면 20대 국회를 이룬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의 헛짓거리에 책임이 없느냐는 이야기냐면, 당연히 그것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의 대승 이후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막말이나 내부 논란으로 인하여 지지율을 까먹기도 했고, 20년 집권 운운하며 교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조국 전 장관 관련으로 정부와 함께 점수를 많이 깎아먹기도 했지요. 허나 국회가 개돼지 집단이 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도 민주당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그나마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일을 해 왔고, 그 덕(?)에 살아남은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보면, 선거 끝나자 마자 일부 기사에서는 선거로 야당이 궤멸해서 추경이 통과가 안 된다니 뭐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말은 바로 해야겠지요. 까놓고 이야기해서, 그냥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할 생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더욱 웃기는 것은, 이런 만행을 저지른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나온 말은 '협치'였고, 자기들 맘에 안 드는 결과가 나오면 반대로 '독재'라는 말을 주절거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야당들이 외치는 '협치'에 매몰된 결과가 무엇인지를, 20대 국회의 한심스러운 일처리들이 역으로 증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21대 국회가 이렇게 구성된 이유는, 국민들이 그나마 다시 보니 선녀같은(?) 세력에게 권한을 줄 테니 20대 국회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 일도 못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입니다.


수준미달의 야당. '너희는 아니야'

진영과 성향을 막론하고 민주주의의 정치는 균형과 견제가 있어야 된다고 보는 사람들은 꽤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균형과 견제보다 안정을 택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부나 여당이 했던 것들에 대해 비판하고, 잘못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야당을 선택해 달라고 하는 목소리가 전혀 설득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정당 득표만 보면 더불어시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지요. 이미 여러 언론이 진단하듯 저는 그 이유를 '지금의 야당은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으로 잡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잘하든 잘못했든, 지금의 야당으로 견제를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래통합당의 막말과 막돼먹은 행동은 선거 내내 큰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심지어 언론들이 미래통합당의 막말은 상대적으로 덜 노출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미래통합당 인사들의 막말이 이슈가 되자 상대적으로 그에 비해 깜도 안 되는 수준의 더불어민주당 쪽 막말을 vs 놀이를 하며 물타기를 시전하는 프레임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의 점수를 더 많이 깎았습니다. 막말의 등급 자체가 아예 다르기도 했었고, 또한 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공천 잡음도 심했습니다. 물론 공천에 불만이 없는 정당은 없겠고 여당에서도 일부 인원들이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으나, 그것을 봉합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 비춰보면, 미래통합당은 공천에서 다른 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수신제가가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공천에 대해서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이 모양인데 외부에서 이 목불인견의 참상을 바라보면 어떤 시각을 가질지는... 말 안 해도 뻔합니다.

코로나 정국을 감안한다 해도,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의 정책다운 정책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불법적 요소까지 담은 민부론 같은 것을 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코로나 정국을 자기들에게 호재로 알고 행동한 거랑말코 같은 헛소리만 가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국가가 돈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예산 낭비 운운하는 소리로 답하다가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하면서 전국민에게 지급하라고 말을 바꾸며 일관성조차 버려버렸고, 민주당이 그것을 받아 '묻고 더블로 가는' 빌미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추경에는 절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안 없이 그저 이명박, 한나라당 반대를 외쳤던 당시 정동영과 민주당 계열 세력을 외면한 것처럼, 대안 없이 그저 문재인 반대를 외친 미래통합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모양이니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선거에 지고 나서도 반성은 커녕 막말을 멈추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봅니다. 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 미래통합당 수뇌부나 수구 언론의 말들은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선거에서 지니까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거나,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되돌아올 것]이라 하거나, [진실의 지옥문]이 열렸다거나 하는 식으로 '국개론'이나 '망국론'을 시전하고 있는데 이런 말본새는 참으로 험악하고 비열하며 허접하다 싶습니다.

이런 막말정치는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이 아니라. 아예 지금의 수구 세력들이 최소한의 품격조차 없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겠지요. 또한 미래통합당은 애초에 자기들이 집권했을 때 저지른 국정농단 행위를 비롯한 자신들의 부끄럽고 잘못된 유산들을 청산할 생각이 없는 집단이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의 크기가 아직도 국민의 상당 수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그들을 발판삼아 재집권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허접한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미래통합당이나 수구 언론이 이런 막말을 하는 것은 정치혐오층을 제외한 다른 계층의 외연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오히려 저는 미래통합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투표가 옳다고 더 굳게 믿게 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 봅니다.


다만, 그렇다면, 견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제1야당이 지리멸렬하면 다른 정당이라도 선택할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정당이 대안으로의 선택지를 보여주기는 고사하고 지난 몇 년간 삽질을 반복하거나 똑같이 폭망하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견제를 외치는 사람들조차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 더불어민주당을 뽑았다고 말하기도 하는 이유가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이 자유한국당더러 폭망 또는 참패라고 하지만 진짜 폭망하고 참패를 당한 정당은 민생당입니다. 민생당은 단 한 곳의 지역구에서도 이기지 못했고 3% 미만 득표율로 단 한 곳의 비례대표도 얻지 못하며 20석을 거둔 정당이 원외정당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민생당과 그 전신 정당들의 지난 4년간 행동을 보면 한 마디로 '망해도 쌉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민생당의 뿌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총질 세력들이 분당사태로 갈라져나온 국민의당입니다. (당연히 이번에 안철수씨가 세운 국민의당과 다른 정당입니다.) 그 국민의당의 지난 4년간 보여준 행동은, 국정에서는 캐스팅보트 위치에서 '뭔가 되도록' 협조한다기보다는 발목을 잡고 갈라져 싸우며 국회를 같이 공전시키는 쪽을 택했습니다. 또한 정치세력 형성 측면에서 보면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의 합당 이슈 등으로 인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지고, 그 후로도 분당사태를 겪다가 다시 민생당으로 도로 합쳐지는 등 마치 민주당의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이합집산을 보는 듯한 지리멸렬한 행동을 했습니다.

대안으로 선택된 민생당이 대안이 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호남이 '20대 국회에서 민생당(당시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 호남이 '21대 국회에서 민생당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바뀝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공천실패 및 호남홀대론 프레임, 국민의당의 컨벤션 효과, 아직도 결속력이 강했던 국민의당 호남 중진 세력들의 강세로 인하여 호남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을 대거 선택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21대 국회를 앞두고 실적도 무엇도 없었고 안철수, 손학규, 정동영 등등의 무책임한 리더들 사이에서 서로 갈라져 싸우던 세력이 겨우 민생당으로 통합한들 뭐가 될 리 없지요.

하다못해 20대 국회에서 빼앗은 호남을 자기들의 지지기반으로 제대로 만들었다면 또 모를 일입니다만 당 내부가 이리저리 갈라지는데 호남이 지지기반이 될 리 없습니다. 이전 총선거에서 이미 민주당 일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호남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응징한 것처럼 21대 국회에서는 민생당을 철저하게 응징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일직선인 대구/경북과, 아직도 어느 정도 건재한 수구세력들의 지지라도 있던 미래통합당과는 달리 민생당이 폭망한 이유입니다. 해가 멀다하고, 또는 선거 때마다 당 이름이 바뀌고 당의 리더가 선거가 끝나면 도망가는 정당을 과연 누가 지지해 줄까요?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사태를 주도한 호남 토호들 대부분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민생당은 망할 만 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 뿐입니다. 선거 직전 동교동계 원로(?)들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원한다는 촌극이 있었지요. 저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호남 토호들이 혹여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원한다 한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로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나라를 분열과 반목의 정치로 몰아넣은 사람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국민이 이미 선거에서 보여준 이상, 정계에서도 그들이 설 자리는 없어야 맞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정당득표만 보면 선전한 셈이지만, 지역구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선거법 처리과정에서 정의당이 선거법 처리를 놓고 공수처법과 딜을 거는 행동 등을 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단일화나 선거연대는 불가능한 분위기가 되었지요. 물론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또는 단일화가 결렬된 것이 무조건 정의당의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단일화 없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하다가 정작 주요 지역구의 판세가 불리해지자 '민주당이 180석이 된다고 하는데 1석쯤 뭐가 아쉽냐' 등등의 태세전환 발언을 한들 때는 이미 늦었지요.

정의당, 특히 심상정 대표가 참여, 주도해 바뀐 선거제도 역시 정의당에게 득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만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선거제도 개편에 있어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정의당의 오판도 심각했지요. 심상정 대표는 예전에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 '국민은 비례대표 배분 산식을 알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한바탕 설화를 겪었는데 그런 심상정 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에서 이야기되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 가능 헛점을 알고도 밀어붙인 것 때문에 겨우 현상유지만 하게 되었고, 한때는 자신의 지역구 당선조차 위협받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고 사필귀정이다 싶습니다.

정의당은 항상 선거 때만 되면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하며, 자신들의 정당득표를 강조하면서 정당지지율에 비해 자신들이 지지를 못 받는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좋게 말하면 과대평가고 나쁘게 말하면 유권자들에 대한 기망행위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철지난 소리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제가 보기엔, 그 이전에 정의당은 정말로 원내교섭단체가 될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그런 역량을 갖출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선거의 제도와 지형이 어떻게 변하든지간에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고 싶으면 최소한 전국적으로, 모든 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도 좀 더 갖춰야 하고 정책도 내놓아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그만한 인물, 자격, 둘 다 상당히 부족합니다. 정의당은 자신들의 높은 정당지지율을 항상 이야기하며 자기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게 당연한 듯 이야기하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정당지지율이 높으면서 지역구에서는 단일화 외에 당선 가능한 인물이 심상정 하나밖에 없는 것 뿐입니다. 즉, 정의당에는 그만큼 지역구 혹은 지역구를 초월해 지지를 받을 인물이 없습니다.

정책에 있어서는 더더욱 암울합니다.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는 이념적인 리스크를 제하더라도 정의당의 정책 중 민주당과 통합당의 정책 대비 범용성이 있거나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 무언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물론 국정경험이 없는 정당의 정책은 원래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적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이기는 하지만 정의당은 어쨌든 한때나마 원내교섭단체도 해 보고 계속 원내에 국회의원들을 내보내는 정당인데 그런 부분에 발전이 없다는 것은 정책이 현실과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가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세월이 오래도록 지속되었고요. 

정의당은 이번 선거 이후에도, 아니, 예전부터 거대 양당에 대해 낡은 정치 운운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의당이야말로 낡은 진보, 아니, 규모만 작았지 낡은 정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정의당도 정책이나 인물을 키우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 내부평가에서 한참 뒤진 인물들이 비례대표 순위에 오른 것들이나 그간의 당내 문제 등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로 '대리 정치'에 트라우마가 생긴 국민들에게 '대리 게임'은 물론이고 해직노동자라는 것조차 불분명한 류호정씨를 비례 1순위에 놓고 이걸 당선시키기 위해 어르고 달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정치를 대리로 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느냐?'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요.

물론 정의당 쪽에서는 혹시나 왜 다른 낡은 정당 다 놔두고 우리들에게만 뭐라고 하냐고 소수 정당에 대한 핍박이다 하는 포지션을 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물론 [민주당에 민주가 없고 통합당에 통합이 없고 정의당에 정의가 없다]란 말도 있긴 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같은 선상에 오르면 같이 망하나요?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당이 가장 먼저 망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의당의 성격과 지지기반을 생각하면 내부 리스크를 다루지 못하는 한, 그리고 자기 형편에 따라 의원 1석을 가볍게 여기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당 대표인 한, 더 이상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씨가 '왜 달리는지'에 대한 물음만 남겼습니다. 안철수씨는 자신이 아직 2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실제 득표는 1,896,719명) 이제 시작이라며 말하지만, 안철수씨가 3년 전 대선에서 얻은 표가 거의 700만명에 가까웠다는 점(실제 득표는 6,998,342명)을 감안하면 이걸 내세우는 게 참으로 창피한 일이 되어야 맞을 것입니다.

안철수씨는 누가 뭐라하건 자기를 대선후보깜으로 알고 대선 레이스를 계속할 모양인데, 그렇게 교만을 떨다가 지금 얻은 189만명의 표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모래먼지가 되어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도 음원 조작 이야기를 꺼내셨던데, 조작 이야기는 해봐야 국민의당의 대선조작 흑역사를 연상시키는 자기 얼굴의 침뱉기이니 조작의 '조'자도 꺼내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참칭하였고 소위 말하는 '매운맛'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게 어필하려고 했으나, 그들이 내세운 '매운맛 민주당'은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말처럼 공허하기 그지없는 수식어에 불과한 일입니다. 차별화된 정책이나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 비교적 빨리 선긋기를 하는 등 지지율이 초기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심 인물인 손혜원, 김의겸씨 등의 언행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고 거기에 사전투표 이후 정봉주씨의 막말은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민주당에게 후단협이나 새정연 분당사태같은 내부총질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잘 몰랐든, 아니면 한순간 자기 성질이 나왔든, 어떤 점에서든 국가 권력을 얻으려는 개인 혹은 집단의 말로는 부적절합니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복수 원내교섭단체로 만들려는 이야기가 돌자 그것을 빌미로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은근슬쩍 끼어들려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영원히 들어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장 의석 수 몇 명 늘리겠다고 트롤러들 들여왔다가 무슨 꼴을 당하는지는 이미 지난 세월이 증명합니다.

그 외의 다른 정당들은 면면을 보면 국회에 들어오지 않는 게 나라의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정당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짤막한 이야기 세 타래

- 저는 이번 선거가 다당제의 소멸과 거대 양당제의 부활이라는 점은 겉으로는 동의하지만 지역구도의 부활이라고 말하는 언론보도는 헛소리라고 봅니다. 장사 편하게 하고 싶은 언론들이 자꾸 TK와 전라도를 비교하시는데, 국정농단 및 대통령 파면이라는 큰 흠이 있음에도 그 세력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밀어준 TK와, 민주당 일변도였던 선택지를 지난 20대 국회 때 완전히 갈아치우며 심지어 새누리당까지 당선시켰던 전라도가 그들이 대안이 안 되니 다시 그들을 갈아치워버린 것을 같은 선상에서 놓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구시대의 프레임에 지금의 선거를 끼워맞춘, 언론들의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조성이라고 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선동과 날조'라고 해도 될 정도고요.

거대 양당제 부활이라는 프레임 역시 좀 더 뜯어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 20대 국회에 제3지대에 권력을 줬다가 의회가 무슨 꼬라지가 났는지를 보면, 거기에 계속 권한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양당제 프레임을 벗어나서 보면, 총선거 결과는 20대 국회에서 양당 외에 제3세력에게 권한을 주었던 국민이 21대 국회에서 제3세력과 제1야당에게 준 표를 상당히 거둬간 것인데, 이것을 양당제 부활 운운하며 다양성의 상실 어쩌구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현실 반영을 저해하는 서술입니다.

시대의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과거의 프레임을 고수하는 언론, 기자님들. 그렇게 편하게 집어먹으면서 뒤에서 최순실 노릇이나 하려고 하시면 배탈나십니다.

- 미래통합당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건한 지지기반도 아직 건재하고, 자기들이 망언을 해도 아직 마사지를 해줄 언론도 건재하고, 국정농단을 비롯한 자신들의 흑역사와 범죄를 덮어줄 지지계층도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아직도 건재합니다. 

차명진, 민경욱, 이언주, 김진태, 김순례, 나경원, 이은재 등등이 떨어졌으니 이제 되었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현직 의원만 봐도 곽상도, 김도읍, 김태흠, 장제원, 정진석, 그리고 미래통합당은 아니지만 홍준표 등등이 건재하고 면면만 봐도 아직도 팔팔합니다. 심지어 이준석씨도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의혹 제기 관련 논란이나, 총선 플래카드 표어, 팟캐스트 등에서 한 발언을 보면 같이 맛이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준석씨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왜 칭찬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적 없는 박근혜 키즈일 뿐인데 말이죠.

어쨌든,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선거에서 그렇게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더러 자성하라고 적반하장으로 대들고 국민에게 나라가 폭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주장을 하든 자유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자기들의 적극 지지계층 입맛에 맞는 막돼먹은 행동과 막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이니 참 고민이 큽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제정신을 차린(?)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때를 상기하자고 하며 낮은 자세로 움직이자고 하고 있습니다. 첫 움직임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실천입니다. 코로나는 아직 잡히지 않았고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안을 놔두고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예전의 열린우리당이나 20대 국회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심판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뻔한 노릇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지는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몫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자기들의 선거참패를 빌미로 20대 국회가 지속되는 5월 말까지 드러누울 것이고, 야당들은 또 다시 20대 국회처럼 말뿐인 협치를 외치고 있습니다. 들을 목소리는 듣되, 안 된다면 국민이 맡긴 책임과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라에도 좋고 당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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